[도곡동=스포츠투데이 이한주 기자] 키움 히어로즈 우완투수 안우진이 결국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나서지 못하게 됐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은 오는 3월 '야구 월드컵'이라 불리는 2023 WBC에 참가한다. WBC 1라운드에서 일본을 비롯해 체코, 호주, 중국과 함께 B조에 속한 이강철호는 일본에서 9일 호주와 맞대결을 가진 뒤 이후 차례로 일본(10일), 체코(12일), 중국(13일)과 승부를 가진다. 여기에서 2위 안에 들면 8강 토너먼트에 진출할 수 있으며 4강에 진출하게 되면 미국 마이애미로 이동해 챔피언십 라운드를 치르게 된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 4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에서는 WBC에 출전하는 엔트리 30명이 발표됐다.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최지만(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등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에서 활약 중인 해외파들이 이변 없이 뽑혔고 국내파에서는 김광현, 최정(이상 SSG랜더스), 양현종(KIA 타이거즈), 이정후(키움 히어로즈), 고우석(LG 트윈스) 등이 선발됐다. 한국계 빅리거 내야수 토미 에드먼(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도 포함돼 많은 관심이 쏠린 가운데 최근 연달아 WBC 출전 의지를 내비친 안우진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시속 150km대 강속구와 날카로운 슬라이더를 보유한 안우진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토종 우완 에이스다. 2022시즌에도 KBO리그 10개 구단 선발 투수들 중 가장 빼어난 활약을 펼쳤다.
지난해 30경기에 출전해 196이닝을 소화한 안우진은 15승 8패 평균자책점 2.11을 올렸다. 평균자책점과 탈삼진은 나란히 리그 1위였으며 다승은 2위였다. 특히 탈삼진(224개)은 고(故) 최동원(1984년·223개)을 넘어선 국내 투수 한 시즌 최다 탈삼진 신기록이었다. 역대 1위인 2021년 아리엘 미란다(225탈삼진·당시 두산 베어스)와는 딱 1개 차이였다.
가을야구에서도 안우진의 호투는 계속됐다. 특히 SSG와의 한국시리즈에서는 손가락 물집 부상에도 마운드에 오르는 투혼을 선보였다. 비록 소속팀 키움은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안우진의 역투는 많은 팬들의 박수를 이끌어냈다. 시즌 후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도 그의 차지였다.
안우진은 이후 WBC 출전 의사를 여러차례 드러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발표된 WBC 50인 예비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했던 그는 이날 공개된 30인 명단에서도 제외됐다. 과거 학교폭력 전력이 발목을 붙잡았기 때문이다.
안우진은 휘문고 재학시절 학교폭력을 행해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로부터 3년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대한체육회 규정에 따라 그는 KBSA가 주관하는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의 대회에 영구적으로 나설 수 없다.
안우진의 학교폭력 피해자로 알려진 이들 중 일부는 지난해 말 공식 입장문을 통해 안우진을 변호하고 나섰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안우진이 모든 피해자들에게 용서를 받은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가 꾸준히 나왔다. 그 결과 안우진은 이날 호명받지 못했다.
이강철 감독(왼쪽)과 조범현 기술위원장 / 사진=이한주 기자
이강철 감독과 이번 엔트리 발표 기자회견에 동석한 한국야구위원회(KBO) 조범현 기술위원장은 안우진의 제외에 대해 "선수 선발 기준은 기량도 중요하지만, 나라를 대표하는 국가대표의 상징적인 의미와 책임감, 자긍심 등을 고려했다"며 "부상 선수가 있다면 엔트리 변화는 있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현재 30명으로 갈 계획"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결국 학교폭력 가해자라는 이름표를 완벽히 떼지 못한 안우진은 WBC에 나설 수 없게 됐다. 특히 MLB가 주관하는 WBC는 KBSA의 징계와는 별개로 KBO만 허락한다면 안우진의 출전 자체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끝내 KBO는 안우진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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