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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빈 "'더 패뷸러스', 예쁜 20대로서 마지막 작품" [인터뷰]
작성 : 2022년 12월 31일(토) 10:00

더 패뷸러스 채수빈 인터뷰 / 사진=넷플릭스 제공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배우 채수빈의 이름 앞에 어느 덧 '데뷔 10년차'가 붙었다. 다신 돌아오지 않을 날 것의 시간들을 거쳐 지금의 채수빈이 됐다. 그런 자신을 '토닥토닥' 해주고 싶다는 채수빈이다.

당초 공개일에서 한 달여의 딜레이 끝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패뷸러스'(극본 김지희·연출 김정현)가 베일을 벗었다. '더 패뷸러스'는 패션(fashion)이라 쓰고 열정(passion)이라 읽는 패션계에 인생을 바친 청춘들의 꿈과 사랑, 우정을 그린 하이퍼리얼리즘 로맨스다.

채수빈은 "1년 전에 촬영했던거라 신기하기도 하다. 추운 겨울에 촬영을 시작해서 그때 저희의 행복했던 추억들을 사람들과 공유하는 느낌"이라고 공개 소감을 전했다.

극 중 채수빈이 연기한 표지은은, 패션 대행사 오드리의 과장직을 맡고 있다. 자신이 빛나기 보단 누군가를 빛내주는 일에 더욱 몰입하고, 삶에 있어 끊임없이 '예쁜 것'을 찾는 청춘이다.

표지은의 첫 인상에 대해 채수빈은 "대본을 봤을 땐 무겁지 않게, 재밌게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을 선택함에 있어서 큰 고민을 하진 않았다"며 "촬영도 유쾌하고 재밌게 진행했고, 예쁘고 화려한 것들이 잘 담겨서 영상으로 보니까 더 뿌듯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표지은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의 표본이다. 직장에선 이리저리 치이고, 일과 사랑 사이에서 고민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씩씩하게 앞을 향해 나아간다.

이러한 표지은의 모습과 빗댄 자신에 대해 채수빈은 "제가 어렸을 때를 생각해보면 잘 모르는 채 그냥 연기하는 게 재밌으니까 작품을 해왔다. 제가 잘 까먹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오히려 연기를 시작할 때보다 오히려 지금 더 많은 고민들이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예전엔 그냥 했다면, 지금은 무게감이나 책임감이 느껴진다. 제가 어떤 작품을, 어떤 식으로 보여드려야 할 지 더 많이 고민이 들고, 제 작품으로 삶에 큰 위로가 됐다는 분들을 만날 때면 더 잘 보여드려야겠다는 그런 책임감이 있다. 고민의 벽이 좀 생긴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배우로서 채수빈은 늘 새 캐릭터를 만날 때마다 그를 위한 일기를 쓴다. 이번엔 표지은을 만나며 그의 인생 이야기를 홀로 떠올려봤다는 채수빈이다.

채수빈은 "대본 속에는 그 인물이 살고 있는 현재 밖에 없다. 이 인물이 어떻게 태어나서, 어떤 가족 안에서, 어떻게 살아왔을지 히스토리를 생각하고 작품에 들어간다"며 "지은이는 사랑 많은 가정에서 예쁨을 받고 자란 친구 같다. 할머니랑도 돈독하게 친구처럼 자랐고, 그러다가 20살 때쯤 어머니가 돌아가신 설정이 나와있다. 그럼에도 씩씩하게 살아가고, 엄마의 영향을 많이 받아 예쁜 것들을 좋아하는 친구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 패뷸러스 채수빈 인터뷰 / 사진=넷플릭스 제공


다만 고민의 지점은 있었다. 일각에선 전 남자친구 지우민(최민호)과 친구로 지내며 이남진(최원명)과 사귀고, 이후 두 사람 사이에서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표지은의 러브라인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있었다. 여기에 연하남 심도영(김민규)까지 더해져 사각관계가 형성됐다.

이에 대해 채수빈은 "저 역시 지은이를 연기하는 입장에서 걱정됐다. 지은이가 세 남자한테 사랑을 받지만, 어떻게 보면 여기저기 흘리고 다니는 여우처럼 비쳐질까봐 감정선에 신경을 많이 썼다"며 "지은이는 우민이가 자신을 사랑한 적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은이는 마음이 있으면서도 우민이와 일부러 아무렇지 않은 척 친구로 지낸 거였다. 그 사이 남진이를 만나기도 했지만 우민이한테 돌아가는 모습이 감정선들에 있어 여지를 준 모습으로 비쳐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채수빈은 '극 중 표지은처럼 엑스(X)와 친구를 할 수 있냐'는 질문이 나오자 "굳이?"라며 웃음을 보였다. 이어 "지은이와 우민이는 다른 친구들이라는 연결 고리가 있다보니까 서로 끊어내기 애매했던 것 같다"며 "두 사람의 관계가 아예 이해가 되지 않은 건 아니지만, 현실 속 저라면 굳이 그 끈을 이어갈 이유는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동시에 표지은 캐릭터에게 일과 사랑을 비롯해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는 바로 우정이다. 표지은은 전 남자친구 지우민(최민호)과 예선호(박희정), 조셰프(이상운)와 이른바 '냅따까라' 4인방으로 뭉쳐다닌다.

'냅따까라' 4인방이 언급되자 채수빈은 "최민호는 초반부 제가 어색할 때 정말 많은 도움을 줬다. 촬영장에서 후배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일부러 막내들에게 장난을 치면서 분위기를 편하게 해줬다"며 "촬영이 힘들다보면 지칠 때도 있는데, 계속 '으›X으›X' 하면서 텐션을 올려줬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정말 선배답다는 생각을 했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예선호 역으로 첫 연기에 도전한 모델 출신 박희정이 언급되자 채수빈은 "박희정과 사적으로 술을 마시면서 연기적인 고민들을 많이 나눴다. 박희정은 연기에 있어서 혼자 이겨내려고 하기 보단 솔직하게 도움을 청하고, 질문을 많이 했다"며 "기회가 와서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열정이 보여서 그 모습 또한 멋있었다"고 감탄했다.

또한 극 중 절친 조셰프 역의 이상운이 언급되자 채수빈은 "너무 사랑스럽다.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매력이 있다. 실제로 첫 만남 때 어색했는데도 일부러 자신의 'TMI'를 날리면서 분위기를 풀려고 했다. 그렇게 애써서 노력하는 모습이 사람이 정말 착하고 배려심이 많다고 느껴졌다"고 이야기했다.

이러한 호흡의 바탕에는 실제 채수빈의 '냅따까라' 같은 절친들의 도움이 있었다. 채수빈은 "저에게도 여고 친구들 3명이 있다. 저까지 딱 4명이다. 같은 동네에 살면서 일하다가 힘들면 'S.O.S'를 치고 바로 파워레인저처럼 모인다"며 "제 삶에 있어 너무 큰 도움이 되는 친구들이다. 덕분에 지은이에게 많이 공감됐다. 삶의 원동력을 이 친구들을 통해서 얻고,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더 패뷸러스 채수빈 인터뷰 / 사진=넷플릭스 제공


'더 패뷸러스'를 마지막으로 채수빈은 자신의 20대 배우 시절을 마무리하게 됐다. 이에 대해 채수빈은 "너무 말도 안 되게 흘러가버렸다. 마음은 18살인데"라면서도 "어느샌가 제 마음가짐이 변하게 됐다. 한 순간 변했다기 보단 차곡차곡 매 작품마다 쌓여왔지 않았나 싶다"고 자신의 연기 인생 10년을 회상했다.

또한 채수빈은 '더 패뷸러스'에 대해 "저의 예쁜 마지막 20대 추억이 담겨있다. 저에게 터닝포인트처럼 와닿는 작품도 있지만, 사실 모든 작품이 저에겐 선물 같았다"며 "제가 20대 초반에 했던 연기들은 이제 다시 그 분장, 그 대사를 한다고 해더 그때만 담을 수 있는 추억들이자 선물인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와 함께 채수빈은 "언젠가 예전에 제가 연기했던 독립영화를 본 적이 있다. 그때는 정말 날 것 그 자체였다. 카메라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그냥 상황이 주어져서 연기를 하고 있었다"며 "지금은 카메라 위치부터 앵글, 대사, 시선 처리 등을 자연스럽게 신경쓰게 된다. 어떻게 보면 틀에 갇혀있는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충격받았다. 쉽사리 그때처럼 날 것이 나오진 않더라. 주변 선배들에게 이 이야기를 하니까 '그만큼 네가 연기적으로 노하우가 쌓이면서 성숙해진거야'라고 해주셨다. 작품의 흥행을 떠나서 모든 것들이 저에겐 공부가 됐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아울러 채수빈은 "지나고 나면 다 공부가 됐고, 잘 버텼다 싶은 시간들이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인가 싶을 정도로 열악하 환경에서 촬영했었다. 그런 시간을 잘 버텨온 스스로가 대견하고, 토닥여주고 싶다"며 "30대에는 조금 더 넓고, 다양한 모습으로 성숙한 연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다"고 인˜륵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