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서은 기자] 2023년은 '검은 토끼의 해'로, 육십간지 중 40번째로 계는 흑색, 묘는 토끼를 의미하는 계묘년이다. 또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창궐한 지 4년째를 맞는 해이다. 그간 코로나19로 얼어붙었던 스포츠계는 점차 확산세가 누그러지고, 규정이 완화됨에 따라 다시 날갯짓을 시작했다. 대부분의 프로스포츠 경기에 관중이 입장하고, 육성 응원이 가능해진 가운데 스포츠 국제대회도 재개될 전망이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개최가 확정됐고, 미뤄졌던 아시안게임도 정상 개최 여부를 두고 논의 중인 가운데 스포츠의 열기가 다시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2023년 검은 토끼의 해에 활약이 기대되는 1999년생인 20대 토끼띠 스포츠 스타들을 살펴봤다.
▲ '개인 첫 골든글러브·다관왕' 안우진, 논란 딛고 활약 이어갈까
키움 히어로즈의 우완 강속구 투수 안우진은 5년차를 맞은 2022년을 최고의 해로 보냈다. 30경기에 출전해 196이닝을 소화하며 15승 8패 평균자책점 2.11을 올렸다. 평균자책점과 탈삼진은 나란히 리그 1위였고, 다승은 2위에 해당하며 다관왕에 올랐다. 특히 탈삼진(224개)에서는 故 최동원(1984년·223개)을 넘어선 국내투수 한 시즌 최다 탈삼진 기록을 경신했다.
포스트시즌에서의 활약도 눈부셨다. 준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까지 26.2이닝을 소화하며 손가락 물집 부상에도 관계 없이 팀의 1선발로서 역투를 펼쳤다.
이러한 활약을 인정 받아 안우진은 개인 첫 골든글러브(투수 부문)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과거 '학교폭력 논란'으로 최동원상 등 다른 연말 시상식 후보에서 제외됐던 아픔을 씻는 수상이었다.
국내 야구 팬들은 '새 토종 에이스'의 등장에도 과거 논란의 리스크를 가지고 있는 안우진에 여전히 싸늘한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안우진은 지난해 11월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발표한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관심 선수 50인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안우진의 대표팀 승선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 명단은 선수별 참가 자격 등을 사전에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기 위해 주최측에 제공하는 일종의 예비 명단으로 추후 교체가 가능하다.
안우진이 2023년에도 지난해의 눈부신 활약을 이어갈지, 또한 논란을 딛고 태극마크를 달 수 있을지 세간의 관심이 모인다.
▲ 이정후의 '선의의 라이벌' 강백호, 다시 날갯짓 나선다
KT 위즈의 '간판타자' 강백호는 그간 이정후(키움 히어로즈)와 함께 '선의의 라이벌' 구도를 이뤘다. 1998년생인 이정후가 2017년 데뷔와 동시에 신인왕을 차지했고, 이듬해 강백호가 데뷔하며 나란히 신인왕을 수상했다.
이들은 함께 선의의 경쟁을 벌이며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타자로 성장했다. 이 기간 동안 강백호는 데뷔 시즌(2018년)을 제외하고 모두 타율 3할을 넘겼고, 2019년부터 2021년까지 각각 13홈런-23홈런-16홈런을 날리며 차세대 거포로 성장했다.
하지만 2021년까지 균형을 이뤘던 경쟁 구도는 지난해 한쪽으로 기울었다. 이정후는 타율, 타점, 안타, 출루율, 장타율에서 모두 1위에 오르며 타격 5관왕을 석권,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와 리그 최우수선수(MVP)의 영예를 모두 안았다.
그러나 강백호는 지난해 부상에 발목이 잡히며 주춤했다. 시범경기 기간에 발가락을 다쳤고, 7월 초 햄스트링이 파열돼 한 달 간의 공백이 있었다.
2021년 142경기에 나서 타율 0.347 16홈런 102타점을 올렸던 강백호는 62경기 출전에 그쳤다. 기록도 타율 0.245 6홈런 29타점이 전부다.
'커리어 로우' 시즌을 보낸 강백호는 절치부심하고 KBO 리그 '천재타자 2호'의 이름값을 되찾으려 한다. 1년 선배이자 경쟁자인 이정후는 올 시즌을 끝으로 이미 빅리그 진출을 타진하며 더 넓은 무대를 노리고 있다.
이정후와 선의의 경쟁 구도를 이뤘던 강백호가 다시 KBO 리그에서의 위용을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 프라이부르크 정우영, 커리어 하이 시즌 노린다
올해로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에서 5번째 시즌을 맞는 정우영(프라이부르크)의 활약에도 기대가 모인다.
정우영은 지난 11월 7일 쾰른과의 2022-2023 분데스리가 13라운드 홈경기에서 선제 결승골을 터뜨리며 자신의 커리어 두 자릿수 득점을 완성했다.
분데스리가 통산 70경기에서 나서 10득점 4도움을 올린 정우영은 차범근(308경기 98득점), 손흥민(135경기 41득점), 구자철(211경기 28득점), 지동원(123경기 13득점) 이후 한국인 두 자릿수 골 계보를 이었다.
명문 바이에른 뮌헨 유스팀을 거쳐 2018-2019시즌 콜업돼 프로 데뷔전을 치른 정우영은 시즌이 지날수록 성장을 거듭했다.
뮌헨에서 데뷔전을 치르고 다음해 바로 프라이부르크 이적을 확정지은 정우영은 2군을 거쳐 다시 뮌헨으로 임대, 리그에서 15경기 1골 8도움을 올리며 날갯짓을 시작했다.
가능성을 인정 받은 정우영은 2020-2021시즌 공식전 28경기에 나서며 4골을 기록, 공격력을 입증했다. 상승세를 바탕으로 정우영은 2021-2022시즌 37경기에 나서 5골 2도움을 올렸고, 지난 시즌 통산 두 자릿수 득점을 완성했다.
세컨드 스트라이커, 센터포워드, 공격형 미드필더 등 다양한 포지션을 모두 소화할 수 있다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성공적으로 분데스리가에 안착한 정우영이 더 큰 도약을 노릴 수 있을지 기대가 모인다.
▲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새 시대 연 김민선, 상승세 이어갈까
스피드스케이팅 김민선(의정부시청)은 이상화(은퇴)에 이어 새 '빙속 여제'의 등장을 알렸다.
'포스트 이상화'라고 불리며 여자 스피드스케이팅의 유망주로 이름을 알린 김민선은 지난해 2월 열린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500m 7위에 이름을 올리며 도약을 준비했다.
그리고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에 출전한 그는 1차 대회를 시작으로 2, 3, 4차 대회 여자 500m를 모두 석권했다. 특히 4차 대회 여자 500m 디비전A(1부리그)에서는 36초96의 개인 기록으로 우승했다.
김민선의 활약은 그동안 한국 여자 스피드스케이팅의 독보적 1인자였던 이상화가 세운 세계기록에도 다가서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단거리에 집중한 이상화와 달리 김민선은 1차 대회 여자 1000m에서 은메달을 차지하는 등 4차례 대회에서 모두 10위권 안의 성적을 거뒀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올림픽, 월드컵 4개 대회와 ISU 4대륙선수권대회 등 각종 대회를 소화한 김민선은 올해 2월 열리는 5차 대회에서 챔피언 자리를 지키기 위해 도전한다. 그의 화려한 도약이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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