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한주 기자] V-리그 남자부 OK 금융그룹 조재성의 병역 비리 가담 사건이 스포츠계를 거세게 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파악된 병역 기피 의심자들은 일반인을 포함해 무려 1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는 29일 "서울남부지검 형사 5부(박은혜 부장검사)가 병역 기피 혐의로 23세 이하 대표팀 출신의 프로축구 선수 A씨를 수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A씨는 K리그1에서 뛰는 주전급 선수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한국프로축구연맹은 A씨와 같은 사례가 더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전 구단에 자체 조사를 요청했고, 전 구단은 다음 달 첫째 주까지 연맹에 답변을 보낼 예정이다.
이번 병역 비리 사건은 조재성의 자수를 통해 처음 알려졌다. 조재성은 지난 25일 오후 소속팀 OK금융그룹에 본인이 병역 비리에 연루돼 수사기관을 통해 조사를 받을 예정이라는 사실을 자진 신고했다.
이후 조재성은 28일 자신의 SNS에 "저는 병역 비리 가담자다. 용서 받지 못할 너무나 큰 죄를 저지르고 말았다.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라고 적으며 사실상 자신의 범죄를 시인했다.
현역 입영 대상자였던 조재성은 입대 연기를 위해 직업 군인 출신 브로커 구모씨를 만났고, 흔히 간질로 불리는 뇌전증 진단을 받아 지난 2월 재검에서 사회 복무 요원(4급)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병역 면탈 시도를 도운 브로커 구모씨가 서울남부지검과 병무청의 '병역 면탈 합동수사팀'에 덜미를 잡혀 구속되며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결국 조재성은 다음 달 5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를 받게 됐고, 모든 훈련과 경기에서 제외된 뒤 선수단 숙소를 떠났다.
이 사건은 스포츠계에 커다란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앞서 말했던 축구 선수 외에 다른 스포츠 종목 선수들도 수사 선상에 올려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SBS는 조재성 외에도 축구를 비롯한 10여 명의 프로선수들이 병역비리 사건에 연루됐다고 보도했다.
게다가 구모씨와 범행 방식이 똑같았던 또 다른 브로커 1명도 추가로 적발돼 수사를 받고 있어 연루자로 의심받는 이들은 더 늘어날 수 있다. 현재 이 사건으로 의심받고 있는 이들은 스포츠 선수, 연예인, 일반인 등을 모두 포함해 무려 1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스포츠계에서 선수들이 병역 비리를 시도하다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4년에는 프로야구 선수 수십 명이 소변에 혈액과 약물을 섞어 '사구체신염' 판정을 받는 형태로 병역 면제를 시도하다 적발됐고, 2008년에는 프로축구 선수 100여 명이 '어깨 탈구'로 수술을 받아 병역을 회피했다가 적발됐다.
당시 스포츠계는 큰 타격을 입었다. '병역 비리'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팬들의 싸늘한 시선을 환호로 되돌리기에는 긴 시간이 필요했다.
아직까지는 수사 초기 단계라 이번 병역 비리 사건이 스포츠계에 미칠 파장이 어느 정도일지는 단정 짓기 어렵다. 그러나 이원석 검찰총장이 29일 "신성한 병역 의무를 오염시킨 브로커와 의료기관 종사자들을 엄정히 수사하라"며 이 사건과 관련해 더 철저한 수사를 직접 지시한 만큼 결코 가볍게 넘어가지는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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