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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 정성화 "저를 통해 보이는 안중근, 더 올바르게 살아야죠" [인터뷰]
작성 : 2022년 12월 21일(수) 15:45

영웅 정성화 인터뷰 / 사진=CJ ENM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개그맨으로 첫 발을 내디뎠던 정성화가 이토록 뮤지컬을 사랑하는 배우가 될 줄 알았을까. 작품의 무게감을 알고, 누구보다 자신의 배역을 사랑하게 된 뮤지컬 배우 정성화다.

3년의 기다림 끝에 영화 '영웅'(감독 윤제균·제작 JK필름)이 베일을 벗었다. '영웅'은 1909년 10월,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일본 법정의 사형 판결을 받고 순국한 안중근 의사가 거사를 준비하던 때부터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까지, 잊을 수 없는 마지막 1년을 그린다.

동명의 오리지널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 '영웅'은 무대 위 안중근과 마찬가지로, 스크린 속 안중근 역시 배우 정성화가 연기한다. 이를 통해 정성화는 첫 스크린 주연을 맡게 됐다.

정성화는 "제가 뮤지컬 '영웅'을 14년 이상 공연했던 사람으로서 이 작품이 영하화 돼 관객 여러분들께 선보인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의미 있다"며 "완성본을 본 소감은 그저 모든 것이 신기하고, 감사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사실 이 작품엔 몇 가지 리스크가 존재한다. 주인공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배우가 이런 큰 작품의 주연을 맡는다는 점부터 오리지널 뮤지컬을 영화화하는 장르가 최초로 도입됐다는 점, 이 모든 걸 관객 여러분께 선보이는 '최초'의 자리다. 그런 의미에서 제 오랜 꿈과 숙원이 이뤄지는 순간"이라며 "그동안 뮤지컬 영화가 한국에 존재했지만, 오리지널 뮤지컬로 뮤지컬 영화를 만드는 건 처음이다. 이 작품이 잘 돼서 한국의 뮤지컬도 세계의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동명의 뮤지컬 초연부터 안중근으로 무대 위에 올랐던 정성화를 스크린으로 데려온 사람은 바로 윤제균 감독이다. 정성화는 "감독님이 뮤지컬 공연을 보러 오셨을 때 저에게 '성화야, 이 작품은 뮤지컬로만 있긴 좀 아까운 작품이다'라고 하셨다. 그러더니 그다음 시즌에도 오셔서 '안중근을 필두로 사람들이 많은 독립운동가들에게 부채의식을 느낄 수 있으면 참 좋겠다'고 하시더라"며 "그 이후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한참 뒤에 절 부르셔서 '이번에 안중근 역을 맡았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막상 제가 영화 속 안중근이 된다고 생각하지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다는 두려움도 있고, 리스크를 감당하기 위해서 많이 뛰어야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었다"고 회상했다.

이와 함께 정성화는 "영화 속에선 모든 장면들의 감정이 디테일하게 살아난다. 현장에서도 그 부분을 제일 신경 쓰면서 연기했다"며 "치밀해 보이는 감정의 기복들이 너무 잘 살아있어서 신기했다. 뮤지컬에서는 음악이 나오면 스토리에 약점을 보완해주는 경우도 있지만 영화는 그렇지 않다. 스토리 약점이 보일 수도 있는 걸 음악이 잘 보완한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영웅 정성화 인터뷰 / 사진=CJ ENM


오랜 시간 '영웅' 속 안중근을 연기한 정성화지만, 무대와 스크린은 엄연히 달랐다. 정성화는 "무대나 공연은 도입부나 설명이 덜 되는 부분들을 노래들로 채운다. 근데 영화는 장면이 갑자기 바뀔 때 어색함이 있어선 안되고, 관객의 머리 위에 물음표가 떠선 안된다"며 "제 나름대로 시나리오를 보면서 뮤지컬 '영웅'을 처음 접할 때처럼 작품을 연구했다. 두 작품 사이에 달라진 것도, 추가된 것도 있다. 저에게 가장 도움이 된 것은 남산에 있는 안중근 기념관이다. 안중근 의사의 발자취나 심정을 다 알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많은 분들이 찾아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특히 '영웅'은 국내 영화 최초로 라이브 현장 녹음 방식을 택했다. 뮤지컬 영화의 특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윤제균 감독의 선택이었다.

정성화는 "무대는 정제된 목소리가 나오니까 감정에 몰입하면서 노래를 같이 준비한다. 하지만 영화는 그렇지 않다. 기본적으로 그 순간 진짜 감정이 나와야 한다. 영화는 스크린이 크기 때문에 조금만 거짓으로 연기해도 다 보인다"며 "제가 조금이라도 거짓되게 연기하면 윤제균 감독님이 '너 무슨 생각했니'라고 잡아내시더라. 덕분에 어떻게 하면 노래를 대사처럼 들리게 할지 신경을 많이 썼다"고 웃음을 보였다.

또한 정성화는 "처음엔 무대와 달리 현장에서 리버브(음에 대한 여운)가 없어서 내가 노래를 못하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적응하는데 애를 먹었다"며 "영화 찍기 전에는 나름 짐작만 했었는데 막상 해보니까 '멘붕'이더라. 조금씩 하다 보니 노하우가 생겼다. 삐끗거리는 부분들은 고쳐가면서 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와 관련해 정성화는 "현장에서 (음악에 대한) 많은 조정이 이뤄졌다. 무대에선 무조건 큰 목소리를 내야 하지만, 여기선 공간을 계산했을 때 작은 방안에선 크게 노래를 부를 필요가 없다. 어떻게 하면 작게, 세밀하게 부를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발성 연습부터 다시 했었다"고 덧붙였다.

특히 정성화는 '영웅'을 통해 데뷔 이래 첫 스크린 주연을 맡게 됐다. 주연을 맡은 소감을 묻자 정성화는 "회차가 많아서 힘들다"고 웃음을 보였다. 이어 "너무 신기하고 재밌다. 오리지널 뮤지컬로 영화를 찍는 게 처음이다보니 모든 순간이 도전이었다. 그러다 보니 촬영 현장에 가는 게 그렇게 설렐 수가 없더라"며 "같이 출연한 배우들 역시 인간성 좋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다. 같이 큰 전쟁신을 찍은 것 같은 느낌으로 동지애가 생겼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영웅 정성화 인터뷰 / 사진=CJ ENM


무엇보다 정성화는 뮤지컬부터 영화에 이르기까지, 자신만의 '안중근'을 만들어야 했다. 안중근 의사가 대한민국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인물인 만큼, 이를 연기하는 배우에겐 무게감이 더해졌다.

이에 대해 정성화는 "'영웅'을 보면서 가장 느꼈던 건, 이 작품이 단순히 안중근을 히어로로 그릴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감독님 역시 매 장면마다 멋진 사람으로 그려내려고 하면 '인간 안중근'이 전혀 보이지 않을 거라고 하셨다. 그래서 '인간 안중근'을 보여주기 위한 작업이 중요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성화는 "사실 부담스럽다. 제가 안중근 의사와 비견될 사람도 아니다. 다만 '정성화'라는 사람을 투영해서 안중근 의사를 보여드리는 거니까 더 올바르게 살아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저 스스로 그분과 동일시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특히 그분의 유묵 중 '고막고어자시'라는 말이 있다. 스스로 잘난 척하는 것만큼 외로운 사람이 없다는 뜻이다. 사람들에게 내보이는 것보다 제가 가진 기회에 감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저한테 더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이야기했다.

끝으로 정성화는 "이번엔 오리지널 뮤지컬을 영화로 보여드리게 됐으니까 다음 작품이나 다다음 작품도 뮤지컬 영화로 선보였으면 좋겠다"며 "뮤지컬이 영화가 됐듯이, 반대로 영화가 뮤지컬이 됐으면 좋겠다"고 인사했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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