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한주 기자] 한 달여간 축구 팬들을 잠 못 들게 만들었던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월드컵이 19일(한국시각) 아르헨티나의 우승을 끝으로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이번 대회에서는 그동안 축구계 최정상에 군림했던 많은 노장 선수들이 아름다운 '라스트댄스'를 선보이며 월드컵 무대에 작별을 고했다. 아울러 젊은 나이임에도 빼어난 활약으로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케 하는 스타들도 나오며 팬들을 설레게 만들기도 했다.
아르헨티나 리오넬 메시(35·파리 생제르맹)는 이번 대회에서 가장 주목을 많이 받은 선수였다. 그동안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4회 및 발롱도르 7회 수상 등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로 군림했던 메시는 카타르에서 자신의 첫 월드컵 우승에 도전했다.
메시의 라스트댄스는 너무나 화려했다. 아르헨티나가 치른 7경기에 모두 출전해 7골(2위) 3도움(공동 1위)을 올리며 아르헨티나의 우승을 견인했다. 아르헨티나의 월드컵 우승은 지난 1986 멕시코 대회 이후 36년 만이자 통산 세 번째(1978, 1986)였다.
자신의 커리어에 처음으로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추가한 메시는 아쉽게 골든부트(득점왕)는 프랑스 킬리안 음바페(8골·파리 생제르맹)에게 내줬지만, 대회 최우수 선수에게 주어지는 골든볼을 수상했다. 메시의 월드컵 골든볼 수상은 2014년 브라질 대회(아르헨티나 준우승)에 이어 통산 두 번째다.
뿐만 아니라 메시는 카타르에서 여러 굵직굵직한 기록들을 새로 썼다. 프랑스와의 결승전에 출전해 2골을 터뜨린 그는 역대 최다 월드컵 출전 기록(26경기)과 더불어 조별리그, 16강전, 8강전, 준결승, 결승전에서 모두 득점한 최초의 선수가 됐다.
아쉽게 우승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크로아티아 루카 모드리치(37·레알 마드리드)도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한 활약을 선보였다.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크로아티아를 사상 첫 준우승으로 이끌며 발롱도르를 받기도 했던 모드리치는 이번 대회에서도 크로아티아가 치른 7경기에서 모두 선발로 출격, 중원을 든든히 지켰다. 아쉽게 득점과 도움 등 공격포인트는 올리지 못했지만, 후방 빌드업부터 상대 페널티 박스 안쪽에서 창조적인 패스를 찔러 넣거나 프리킥과 코너킥 등을 전담하며 팀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했다.
그가 이끈 크로아티아는 당초 입상권과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당당히 3위에 오르며 두 대회 연속 메달 사냥에 성공했다.
포르투갈 호날두 / 사진=Gettyimages 제공
한편 아름답게 월드컵과 작별을 고한 두 선수와는 달리 포르투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무소속)는 다소 좋지 못한 모양새로 퇴장했다. 대회 개막 전부터 자신의 소속팀이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 에릭 텐 하흐 감독을 공개적으로 비판, 끝내 결별하며 많은 논란을 일으킨 그는 카타르에서도 좋은 경기력을 보이지 못했다. 특히 H조 조별리그 3차전 한국과의 경기(한국 2-1 승)에서는 포르투갈이 1-0으로 앞선 전반 27분 코너킥 상황에서 의도하지 않게 김영권(울산현대)의 동점골에 기여하기도 했다. 결국 그는 포르투갈이 8강에서 탈락하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이처럼 월드컵 무대와 작별을 고한 스타들이 있는 반면 인상깊은 활약으로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케 하는 젊은 선수들도 있었다.
카타르월드컵 최고의 신성은 단연 네덜란드 코디 각포(23·PSV 에인트호벤)였다. 2018년 에인트호벤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각포는 이번시즌 빼어난 경기력을 선보였다. 월드컵 브레이크 이전까지 공식전 23경기에 출전해 12골 15도움을 올렸다.
각포의 활약은 카타르에서도 이어졌다. A조 조별리그 1차전이었던 세네갈(2-0 네덜란드 승)과의 경기에서 후반 39분 머리로 결승골을 터뜨렸다. 이어 에콰도르와의 2차전(1-1 무)에서도 전반 6분 환상적인 왼발 중거리 슈팅으로 골망을 흔든 그는 카타르와의 3차전(2-0 네덜란드 승)에서도 결승골을 작렬시키며 많은 팬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비록 아쉽게 네덜란드는 아르헨티나와의 8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무릎을 꿇었지만, 각포가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기량과 창의성은 많은 팬들을 열광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영국매체들인 미러, 텔레그래프지에 따르면 현재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 등의 명문 구단들은 각포에게 눈독을 드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덜란드 코디 각포 / 사진=Gettyimages 제공
크로아티아의 오슈코 그바르디올(20·RB 라이프치히)의 활약도 빛났다. 당초 크로아티아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세대교체에 실패했다는 이유로 우승과는 거리가 있다고 평가받았다.
그러나 그바르디올이 이끈 크로아티아의 수비진은 탄탄함을 자랑했다. 1승 2무(승점 5점·F조 2위)로 다소 힘겹게 토너먼트에 진출한 크로아티아는 돌풍을 일으키던 일본, 세계 최강 브라질을 모두 승부차기 끝에 잠재우며 4강에 올랐다. 여기에는 그바르디올의 활약이 컸다. 특히 그는 브라질과의 경기에서는 상대의 주요 공격 자원 중 하나인 히샬리송(토트넘 홋스퍼)을 꽁꽁 묶기도 했다.
카타르에서 2010 남아프리카 공화국 월드컵 이후 12년 만이자 통산 세 번째(2002, 2010, 2022)로 16강 무대를 밟은 한국에서는 올 시즌 K리그1 득점왕(17골)이기도 한 조규성(25·전북현대)이 돋보였다.
H조 조별리그 1차전 우루과이(0-0 무승부)전에서 교체 투입돼 월드컵 데뷔전을 치른 조규성은 선발로 출격한 가나와의 2차전(2-3 한국 패)에서는 머리로 두 골을 작렬시키며 자신의 진가를 입증했다. 한국 선수가 월드컵 본선 한 경기에서 멀티골을 작렬시킨 것은 조규성이 최초다. 이후 그는 3차전이었던 포르투갈전 및 브라질(1-4 한국 패)과의 16강전에서도 모두 선발로 나서 한국의 공격을 책임졌다.
뛰어난 기량은 물론, 잘생긴 외모로도 많은 화제를 끈 조규성은 현재 셀틱 FC(스코틀랜드), 페네르바체 SK(튀르키예) 등 유럽의 유서깊은 구단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규성(왼쪽) / 사진=Gettyimages 제공
[스포츠투데이 이한주 기자 sports@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