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한주 기자] "다음 월드컵에는 '꼭 등번호를 달고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월드컵에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예비선수였던 오현규(수원삼성)는 14일 MBC 뉴스데스크 인터뷰에 참석해 월드컵 뒷 이야기를 전해줬다.
오현규는 26명의 월드컵 최종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했지만, 이번 월드컵 기간 내내 대표팀과 동행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에이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 월드컵 개막을 약 2주 앞두고 안와골절 부상으로 수술을 받자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오현규를 예비 엔트리에 포함시켰다. 올 시즌 K리그1에서 13골 3도움을 올린 날카로운 공격력을 눈 여겨본 것.
FIFA 규정상 오현규는 벤치에 앉을 수도 없으며 등번호도 없었다. 그러나 오현규는 묵묵히 훈련 파트너 역할을 자처하며 한국이 지난 2010 남아프리카 공화국 월드컵 이후 12년 만이자 통산 세 번째(2002, 2010, 2022)로 월드컵 16강에 진출하는데 힘을 보탰다.
오현규는 카타르월드컵에 대해 "저는 등번호가 없는 선수였다. 그 순간에 제 감정은 좀 속상했던 것 같다"며 "다음 월드컵에는 '꼭 등번호를 달고 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카타르에서 손흥민과 함께 했던 시간은 오현규의 가장 큰 자산이 된 것으로 보인다. 오현규는 "'역시 다르구나'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던 것 같다. 제 휴대전화 메모장에다가 비밀 보관해놨다. 그건 공개 못 한다"고 미소를 지었다.
카타르에서 대표팀과 함께 훈련 중인 오현규(왼쪽) /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16강 진출이라는 성과를 달성한 대표팀은 FIFA 및 대한축구협회로부터 많은 포상금을 챙겼다. 예비선수였던 오현규는 당초 포상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었지만, 동료들은 그의 헌신과 도움을 잊지 않았다.
오현규는 "26명의 선수들이 돈을 모아서 '현규가 보상을 못 받으니 이렇게 챙겨주자'(고 했다).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챙겨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는 "(조)현우(울산현대) 형이 유독 정말 많이 챙겨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본인도 힘드실 텐데 오히려 저를 더 밝게 대해주시고 '이 대회를 함께 즐기자'고 해주셨다"고 감사함을 표했다.
마지막으로 오현규는 '등번호를 받고 월드컵에 나갈 수 있다면 몇 번 받고 싶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저는 18번을 받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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