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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넥트' 미이케 타카시 감독이 찾은 미지의 세계 [인터뷰]
작성 : 2022년 12월 13일(화) 11:48

커넥트 미이케 타카시 감독 인터뷰 /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올해 63세가 된 미이케 타카시 감독의 타이틀은 '장르물의 대가'다. 그동안 굵직한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그가 이번엔 첫 OTT 도전에 더해, 첫 한국 배우, 스태프들과 협업에 나섰다.

'최초의 연속'으로 그려진 미이케 타카시 감독의 '커넥트'는 죽지 않는 몸을 가진 새로운 인류, '커넥트' 동수(정해인)가 장기밀매 조직에게 납치당해 한쪽 눈을 빼앗긴 뒤, 자신의 눈이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연쇄살인마에게 이식됐다는 것을 알고 그를 쫓는 지독한 추격을 담아냈다.

미이케 타카시 감독은 "OTT 작품은 처음이다. 그것도 한국에서 공개한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며 "최근에 싱가포르 프로모션을 다녀왔는데, 이번엔 한국에서 다양한 프로모션들이 이어지니까 익숙하지 않아서 솔직한 마음으로는 조금 당황스럽다"고 웃음을 보였다.

'커넥트'는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이를 시나리오화 작업하면서, 동시에 한국어 대본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일본인인 미이케 타카시 감독에겐 큰 숙제 중 하나였다.

미이케 타카시 감독은 "처음엔 번역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분께 시나리오 번역을 맡겼다. 두 번째는 일본어를 현지인처럼 하시는 한국인 조감독에게 2차 검수를 맡겼다. 3차로는 제작진 중 일본어가 가능한 젊은 분에게 보여줬다. 4차로는 배우들이 그동안 해왔던 역할들과 '커넥트' 속 대사를 맞춰봤다. 4차까지 갔을 땐 이미 신뢰관계가 두터웠기 때문에 의심하지 않고 그들에게 모두 맡겼다"고 이야기했다.

대본을 완성한 뒤엔 카메라에 담기는 장면들을 정리했다. 미이케 감독은 "작품을 만드는데 까진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대본적인 부분과 영상적인 부분"이라며 "대본적인 부분에선 스튜디오 드래곤 PD님들이 너무 프로페셔널하셨다. 대본을 보고 다양한 조언을 해주셔서 거기에 맞춰서 수정했다"며 "영상적인 부분에선 OTT 플랫폼 특성상 작은 화면으로 보기 때문에 평소보다 클로즈업을 많이 쓴 것 같다. 하지만 지금 세대 사람들이 핸드폰으로 영화도 보지 않냐. 저희보다 휴대전화에 더 익숙해진 세대다. 그런 시청자분들을 믿고 작업했을 뿐, 제가 의도적으로 무언가를 더 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일본을 기반으로 활동한 미이케 타카시 감독인 만큼, 한국의 제작 환경에서 오는 차이점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했다.

미이케 타카시 감독은 "일본은 소도구, 의상, 미술 담당 등이 종합적으로 다 같이 모여서 대본의 흐름에 따라 다 함께 작업을 한다. 한국은 대부분이 비슷하지만 전문 분야가 분업화돼 있다. 또, 일본은 드라마와 영화를 했던 스태프들이 따로따로인데, 한국은 모든 분들이 같은 자리에 있다"며 "어떤 의미에서 보면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기도 하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커넥트 미이케 타카시 감독 인터뷰 /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이른바 '만화의 천국'으로 불리는 일본에서 살아온 미이케 타카시 감독이 한국의 웹툰을 접하고, 이를 영상화하는 작업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미이케 감독 역시 "한국 웹툰을 처음 읽었을 때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제가 그동안 알아왔던 '일본의 망가'와 비슷하지만 표현 방법이 전혀 달라서 놀랐다"며 "음악에도 다양한 장르가 있듯이, 망가에도 여러 다양한 장르가 있다. 예를 들어 장기를 적출하는 잔혹한 묘사를 할 때 한국 웹툰은 상세한 묘사보다 컷을 나눠서 굉장히 심플하게 표현한다. 여기에 스크롤 화면을 적용해 감각적이고 빠른 흐름을 보여준다. 이러한 부분이 미지의 세계를 처음 접한 것 같은 충격이 있었다"고 감탄했다.

또한 미이케 감독은 "덕분에 다양한 상상이 가능했다. 심플한 부분들이 많아서 제가 어떤 식으로 구성해야 할지 이미지들이 많이 떠올랐다"며 "고요한, 잡음 없는 심플한 화면 안에서 어떤 음악을 넣을지, 우리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다른 요소들을 가미하면 어떨지, 그런 부분들이 떠올랐다"고 이야기했다.

미이케 타카시 감독이 특히 공을 들인 장면은 극 중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 진석(고경표)이 사체를 이용해 예술을 하는 장면들이다.

이에 대해 미이케 감독은 "각본가가 원작을 보고 '진석이라는 인물은 뭔가를 남기려고 하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진석은 삶에 대한 집착이 있으면서, 동시에 죽음을 준비하는 캐릭터다. 그걸 표현하기 위해서 선택한 것이 사체 아트"라며 "처음엔 실제 인간한테 바디 메이크업을 하려고 했는데 한국 스태프들이 '감독님 그 사람 얼어 죽어요'라고 하더라. 반대 의견이 많아서 조형물에 특수 메이크업을 했는데 나중에 한국 추위를 경험해보니 제 말대로 했으면 큰일 났을 것 같다"고 웃음을 보였다.

커넥트 미이케 타카시 감독 인터뷰 /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미이케 타카시 감독의 첫 한국 작품에 동행한 배우들도 언급했다. 그는 "정해인은 드라마 '밥 잘 사 주는 예쁜 누나'를 통해 제일 먼저 알게 됐다. 굉장히 사랑스럽고 귀엽다고 생각했는데 'D.P'를 보고 연기를 너무 잘한다고 생각했다"며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니 '나도 이런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굉장히 머리가 좋고, 의욕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상대역 고경표 얘기가 나오자 미이케 타카시 감독은 "고경표는 악마다"라고 말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어 "굉장히 끌리는 매력이 많다. 첫 만남에 30분 지각을 했는데도 쉽게 용서할 수 있는 아주 매력적인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미이케 감독은 "고경표가 프로모션 사진에서는 슬림했는데 실제로 만나보니까 살이 쪄 있더라. 그러고 저한테 와서 '헤헤 다이어트 실패했어요'라는데 자신을 전혀 숨기지 않는 모습에 '이 녀석 재밌네' 싶어서 팬이 됐다"며 "원작에선 슬림한 사이코패스 이미지가 있는데 그 부분에 실패했음에도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사실 진석의 후보로 다양한 배우들이 있었는데 정해인에게 상의해보니 고경표와 함께하고 싶다고 하더라. 작품 속에서 라이벌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배우로서 재능을 인정하는 모습에 고경표가 적합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뜻밖의 팬심도 고백했다. 미이케 타카시 감독은 "제가 원래 제트 역을 맡은 양동근의 팬이었다. 김기덕 감독님 영화에 출연했던 모습을 좋아해서 이번에 같이 작품을 하면서 꿈이 하나 이뤄진 것 같다"며 "양동근이 자신의 스타일대로 작품에 나온 노래를 만들었는데 어깨에 힘이 빠진 편안한 느낌이 좋았다. 덕분에 현장이 즐거웠고, 한 장면, 한 장면마다 힘을 쏟아부으면서 촬영하는 모습이 정말 훌륭했다"고 박수를 보냈다.

그렇다면 거장의 필모그래피에 추가된 새로운 한 줄은 그에게 어떤 의미일까. 미이케 감독은 "영화 감독일 땐 제 의도와 상관없이 영화제에 초청되거나 작품들이 공유되지 않냐. 감독으로서 그런 부분이 굉장히 재밌다고 생각한다"며 "이번에 스튜디오 드래곤 PD들이 제 작품을 보고 '리스펙'한다는 말을 듣고 과거의 저와 연결돼서 새로운 무언가가 태어났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이야기했다.

이와 함께 미이케 타카시 감독은 "그동안 제가 한 발자국씩 움직여 왔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커넥트'는 크게 점프를 한 것 같다"며 "이번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도 한 번도 와본 적이 없는데 OTT 작품으로 첫 참가했다. 굉장히 운명적이다. OTT 플랫폼은 이미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젊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포맷이다보니 1020세대들이 제 작품을 많이 봐줬으면 좋겠다"고 인사했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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