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프로당구 PBA투어 5차투어 첫 날부터 대이변이 일어났다. '큐스쿨 신화' 김욱(42)이 '프로당구 최강' 프레드릭 쿠드롱(벨기에∙웰컴저축은행)을 꺾고 프로 첫 64강 진출에 성공했다.
10일 강원도 정선 하이원리조트 마운틴플라자동 원추리홀에서 열린 '하이원리조트 PBA-LPBA 챔피언십 2022' 128강 1일차 경기서 김욱은 쿠드롱을 상대로 세트스코어 2-2(1-15 14-15 15-5 15-12) 이후 승부치기에서 1-0 승리를 거뒀다.
김욱은 이번 대회 첫 64강 진출에 성공했고, 'PBA 최다 우승' 쿠드롱은 전 경기 세트제로 전환된 2021-22시즌 이후 11개 투어만에 첫 128강 탈락이라는 아픔을 겪었다
초반은 쿠드롱의 분위기였다. 1세트에서 하이런 8점을 앞세워 15-1 완승을 거뒀고, 2세트 역시 접전 끝에 15-14로 따내며 승리를 눈앞에 뒀다.
하지만 쿠드롱이 3세트 초반 3이닝 동안 1득점에 그치는 사이, 김욱이 추격을 시작했다. 3이닝서 6득점을 올리며 6-1로 앞선 김욱은 4이닝서 3득점으로 9-5, 5이닝서 또 한번 6득점 장타로 15-5 승리를 거뒀다. 김욱은 4세트서도 9이닝까지 8-12로 끌려가며 패배 직전까지 몰렸으나 10이닝서 하이런 7점으로 15-12 역전 승리, 기어코 경기를 승부치기로 끌고 갔다.
다소 까다로운 초구 배치였던 까닭에 뱅킹서 승리한 쿠드롱은 김욱에 선공을 양보했다.(PBA 128강과 64강전은 4전3선승제로, 세트스코어 2-2 이후 승부치기 돌입 시, 경기 선공을 결정하는 뱅킹에서 승리한 선수가 승부치기 선공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승부치기 초구를 앞둔 김욱에게 행운이 따랐다. 힘있게 때린 김욱의 첫 번째 목적구가 두 번째 목적구를 밀어주면서 득점으로 이어진 것. 이후 득점에는 실패했으나 어려운 배치를 얻은 쿠드롱의 뱅크샷이 무위에 그치면서 그대로 경기가 종료됐다.
어린 두 아들을 둔 가장 김욱은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철강업에 종사하던 직장인이었다. '내 실력이 얼마나 될까'하는 궁금증이 PBA 챌린지투어(3부)로 이끌었고, 2020-21시즌부터 PBA투어를 병행했다. 지난 시즌 랭킹 29위를 차지, 32위까지 주어진 'PBA 큐스쿨'(1부선수 선발전) 자격을 얻었다.
큐스쿨 당시를 "자신의 인생 중 가장 컨디션이 좋은 기간이었다"고 되돌아 본 김욱은 큐스쿨 1라운드(8위)에 이어 2라운드서는 8경기 전승으로 '큐스쿨 신화'를 써내며 당당히 1부투어 선수가 됐다. 그러나 매 투어 강호들과의 대결이 불가피했다. 이번 시즌 김임권(TS샴푸∙푸라닭) 필리포스 카시도코스타스(그리스∙하나카드) 강민구(블루원리조트)에 차례로 무너졌고, 4차투어에는 개인사정으로 불참했다. 이번 대회서 가장 높은 순위의 쿠드롱과 만나게 된 이유다.(PBA투어는 최근 10개 대회 성적 순으로 대진표를 배정한다.)
김욱은 "승리 직후 심장이 터질 뻔 했다"면서 "불과 1년전만 하더라도 쿠드롱을 이긴다는 건 물론, 1부투어 선수가 되리라는 것도 꿈꾸지 못했다. 승부치기 직전까지 승리를 장담하지 못했다. 1, 2세트를 너무 허무하게 내줘 3세트부터 질 때 지더라도 시원하게 치자고 먹은 마음가짐이 승리 원동력이 됐다"고 밝혔다. 쿠드롱에 승리한 김욱은 12일 열리는 64강서 '그리스 왼손 천재' 필리포스 카시도코스타스를 상대한다.
한편, 이날 열린 남자부 PBA 128강 1일차 결과, 필리포스를 비롯해 조재호(NH농협카드), 비롤 위마즈(웰컴저축은행∙튀르키예), 신정주(하나카드), 조건휘(SK렌터카), 오성욱(휴온스) 등이 64강에 진출했다. 'PBA 챔프' 에디 레펜스(SK렌터카), 서현민(웰컴저축은행), 김병호(하나카드)는 고배를 마셨다.
'하이원리조트 PBA-LPBA 챔피언십 2022' 대회 3일차인 11일에는 오전 11시 30분부터 PBA 128강이 열린다. 오후 4시 30분부터는 여자부 LPBA 32강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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