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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의 뚝심, 세계적 강호 우루과이 상대로도 통했다 [ST월드컵스페셜]
작성 : 2022년 11월 25일(금) 07:01

파울루 벤투 감독 / 사진=Gettyimages 제공

[스포츠투데이 이한주 기자] 파울루 벤투 감독의 빌드업 축구가 세계적 강호 우루과이를 상대로도 경쟁력을 드러냈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24일 오후 10시(한국시각) 카타르 알 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월드컵 H조 조별리그 우루과이와의 1차전에서 득점 없이 0-0으로 비겼다.

지난 2010 남아프리카 공화국 월드컵 이후 12년 만이자 통산 세 번째(2002, 2010) 16강 진출을 노리고 있는 한국은 이로써 승점 1점을 올리며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게 됐다.

이번에 맞붙은 우루과이는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FIFA 랭킹도 14위로 한국(28위)보다 훨씬 높았으며 페데리코 발베르데(레알 마드리드), 로드리고 벤탄쿠르(토트넘 홋스퍼) 등 젊은 슈퍼스타들이 즐비한 팀이었다. 최근에는 다소 노쇠화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루이스 수아레스(클루브 나시오날 데 풋볼), 에딘손 카바니(발렌시아CF) 등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공격수들도 여전히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이런 우루과이를 상대로 한국은 용감했다. 수비에 치중하는 약팀의 축구가 아닌, 수비 라인을 위·아래 자유 자제로 이동하며 당당히 맞섰다. 최근 각각 아르헨티나, 독일을 상대로 수비에 중점을 둔 뒤 역습을 통해 나란히 2-1 승리를 거둔 사우디아라비아 및 일본과는 경기를 풀어가는 과정이 달랐다.

지난 2일 올림피크 드 마르세유(프랑스)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경기에서 안와골절 부상을 당한 에이스 손흥민(토트넘)은 이날 마스크를 끼고 경기를 소화했다. 그 때문인지 손흥민은 다소 몸놀림이 무거웠다.

대신 한국은 오른쪽 측면에 힘을 더 줬다. 오른쪽 윙어로 나선 나상호에게 공을 배급한 뒤 전방위 압박을 하는 방식으로 우루과이를 몰아붙였다. 여기에 세밀한 패스 플레이가 더해졌고, 그 결과 한국은 점유율을 높게 가져가며 우루과이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특히 전반 34분에는 오른쪽 측면에서 내준 김문환의 낮은 크로스를 황의조가 슈팅까지 가져갔지만, 아쉽게 볼은 골대를 넘어갔다.

우루과이도 만만치 않았다. 전반 중반 들어 서서히 압박의 강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좀처럼 한국의 견고한 수비 조직을 뚫지 못했고, 먼 거리에서 정확도 떨어지는 슈팅을 날리는 데 그쳤다. 전반 43분에는 코너킥 상황에서 디에고 고딘이 머리로 득점을 노려봤지만, 다행히 볼은 골대를 강타했다.

축구 통계 업체 옵타에 따르면 한국은 전반전에 50.3%의 점유율을 기록했는데 이는 한국의 월드컵 역대 본선 경기 중 최고 수치다.

후반 들어 우루과이의 공세가 한 층 강해진 상황에서도 한국은 물러서지 않았다. 후방에서 공을 돌리다가도 틈만 보이면 과감한 패스 플레이로 우루과이의 골문을 노렸다. 공격을 하다가 끊겨도 빠르게 수비 라인을 재정비해 우루과이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았고, 시종일관 팀 전체가 같이 움직이며 공·수를 함께 책임지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우루과이를 대표하는 스타플레이어 발베르데는 교체로 월드컵 데뷔전을 치르고 있는 이강인을 후반 추가시간 거친 태클로 막은 뒤 포효했는데, 이는 그만큼 이번 경기가 우루과이에게 어려웠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했다.

발베르데가 이강인을 거친 태클로 막고 있다 / 사진=Gettyimages 제공


2018 러시아월드컵이 끝난 뒤 한국의 지휘봉을 잡은 벤투 감독은 빌드업 축구를 표방하며 팀 전체가 적극적으로 패스 플레이에 참여해 점유율을 높이는 방식을 고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전체적인 틀이 잡혀가며 한국은 나쁘지 않은 승률을 기록했고 월드컵 최종예선도 승점 23점(7승 2무 1패)이라는 역대 최고 성적으로 통과했다.

그러나 벤투 감독을 향한 비판도 뒤따랐다. 일각에서는 벤투 감독이 선수기용에 큰 변화를 시도하지 않아 대표팀 내 긴장감이 떨어지며, 월드컵에서 만날 강호를 상대로는 빌드업이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한국은 지난 6월 A매치에서는 FIFA 랭킹 1위 브라질에게 전방부터 압도당하며 1-5로 대패한 바 있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었다. 그 결과 그가 고수해 온 빌드업 축구가 대표팀에 완벽히 자리 잡기 시작했고 보수적인 선수단 운영도 조직력 상승의 배경이 됐다.

우루과이를 상대로도 늘 해오던 대로 경기에 임한 벤투호는 다소 아쉬운 감이 없지는 않지만, 16강 진출을 위한 첫 승점 획득에 성공함과 동시에 월드컵 무대에서도 빌드업 축구가 통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자신감까지 얻은 벤투호가 과연 가나(28일 오후 10시), 포르투갈(12월 3일 오전 12시)을 상대로도 모두가 만족할 만한 성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많은 관심이 쏠린다.

경기 후 팬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있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 사진=Gettyimages 제공


[스포츠투데이 이한주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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