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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저' 연우, 50점 배우의 당찬 포부 [인터뷰]
작성 : 2022년 11월 18일(금) 14:17

사진=9아토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고작 50점. 배우로서 자신에게 100점 만점에 절반의 점수만 주며 연우는 호되게 자신을 채찍질했다. 아이돌 출신의 연기돌이란 꼬리표마저도 당연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 연우는 초연하게 말하면서도 기꺼이 '산'을 넘어보이겠다는 듯 당찼다.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금수저'(극본 윤은경·연출 송현욱)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아이가 우연히 얻게 된 금수저를 통해 부잣집에서 태어난 친구와 운명을 바꿔 후천적 금수저가 된 인생 어드벤처 이야기를 다뤘다.

연우는 극 중 금수저 친구의 인생을 훔쳐 진정한 금수저가 되기 위해, 그리고 사랑마저도 자신이 원하는대로 이루기 위해 끝없는 욕망을 드러내는 인물 오여진 역으로 분했다.

6개월 동안 '오여진'으로 지낸 연우는 "말도 안 되게 좋은 분위기 속에서 멋진 제작진과 열심히 만들었다. 재미있게 보시고 애정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행복했던 거 같다. 아쉽기도 하고 기분이 좋기도 했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사전제작으로 방영된 작품이다 보니 시청자들의 중간 피드백을 받을 수 없었던 연우는 "사실 아쉬운 부분이 제 눈에 더 잘 보이지 않나. 그런 점이 좀 아쉬웠다"고 덧붙였다.

욕망을 위해 이기적인 만행도 불사하는 '악역'이지만, 연우는 악역을 떠나 캐릭터 자체에 매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미팅 자리에서 감독님에게 이 캐릭터를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당연히 모두가 하고 싶다고 하겠지만 무조건 제가 하고 싶다고 했다. 감독님이 생각했던 이미지보다 (연우가) 착해 보인다고 말씀하셨다. 말하는 것도 '내가 생각한 여진이랑 약간 다르다'고 하셨는데 제가 너무 하고 싶어서 우겼다.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해서 쟁취했다"며 웃었다.

마지막회에서 연우는 반전 러브라인으로 시청자를 놀라게 했다. 사랑의 결실까지 맺었지만, 끝에 또 다른 불행이 예고되기도. 연우는 "여진이도 금수저를 쓴 인물이고 나쁜 짓을 해서 사랑이 이어질 거라고 생각 못했다. 그런데 반전이 있지 않나. 그게 더 큰 불행을 위해 행복이 찾아온 게 아닐까 싶더라. 여진이가 원했던 안정적인 환경이 갖춰졌을 때 오는 불행이 크지 않겠나"라며 작품이 주는 인과응보의 메시지를 시사했다.

드라마 금수저 연우 / 사진=MBC 제공


사랑스럽다가도 표독스러운 굉장히 상반된 매력을 오가는 '여진'은 연우를 통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새초롬하면서도 러블리한 마스크는 때에 따라 능숙하게 모습을 바꿔 시청자로부터 연기 호평을 끌어냈다.

그러나 연우 자신이 생각하는 점수는 고작 50점. 꽤나 박한 점수였다. 자신을 칭찬하는 것보다 채찍질하는 편이라는 연우는 이 점수도 나름 후하게 준 점수라고. 그는 "잘했다기보다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했던 거 같다. 다른 작품을 할 때도 늘 열심히 하기는 하는데 살다 보면 유난히 열심히 하는 게 있지 않나. 금수저가 그런 작품이었다"며 민망한 듯 미소 지었다.

사실 아이돌 그룹 모모랜드 출신인 연우에게는 '연기돌', '아이돌 출신'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이번 작품에서 함께 한 육성재, 정채연 등 역시 비슷한 상황. 아이돌에서 배우로 변신한 연우는 이러한 꼬리표나 편견도 당연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옛날부터 있었고. 그저는 운이 좋게도 편견이 바뀌어가는 과정에서 연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억울하다기 보다는 정말 헤쳐나가야 할 것"이라며 "누군가에게 인정받으려 사는 것은 아니지만 편견 안에서는 인정받으려 노력해야 하는 거 같다"고 이야기했다.

아이돌 출신이란 편견만 아니라 이미지 변신에 대한 부담감도 컸다. 연우는 "그냥 단순히 새로운 캐릭터를 한다가 아니라 정말 잘해야 하고. 또 연기하는 입장에서 잘하고 싶지 않나"라고 부담감을 털어놓았다.

그런 연우가 생각한 방법은 무작정 부딪히고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었다. 연우는 "부담이 돼 대사를 한마디 한마디 하면서 들으면서 이 톤으로도 해보고 저 톤으로도 해보고 연구를 많이 했다. 제가 연기를 하는 테크닉을 잘 모르니까 이런 1차원적인 방법으로 생각을 했던 거 같다. 부담감을 떨쳐내려고 열심히 했다"고 고백했다.

그가 아이돌 이미지를 탈피하고 싶은 것은 그저 '아이돌 출신'이란 편견 때문만은 아니었다.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야 하는 배우로서 한 가지 이미지만 고집하는 것은 금물이기 때문. 특히나 아이돌로 활동하던 당시엔 콘셉트 유지를 위해 스타일링 하나도 마음대로, 또 다양하게 변화할 수 없었기에 연우의 '변신'은 그동안의 답답함을 해소하고 경험치를 쌓는 기회이기도 했다.

"다양하게 해보고 싶었어요. 데뷔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항상 생머리를 유지하라고 하셨거든요. 생머리가 잘 어울린다는 건 아는데, 인간으로서 전 답답했어요. 이것도 저것도 해보고.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게 좋지 않을까 싶었죠. 그냥 편안하다고 느끼는 것만 고수하는 게 아니라 불편하더라도 이것저것 해보고 경험한다는 게 좋아요."

드라마 금수저 연우 / 사진=MBC 제공


그렇지만 배우로선 아직 갈 길이 구만리. 촬영 내내 불안감이 그의 곁에 함께 했다. 연우는 "여유롭게 소화할 수 있는 장면이 많이 없었다. 처음으로 연기하는 감정도 많아 잘 표현한 건지 모르겠다는 불안이 컸다. 그래도 편집의 힘과 감독님만 믿고 촬영에 임했다"고 말했다.

부담과 불안감에 조급해지는 경우도 많았다고. 그는 "여진이가 가진 것을 끌어내려면 기본적으로 제가 말하는 것보다 템포가 있어야 하고, 그런 걸 표현하려니까 이상하게 조급해지더라. 또 반대로는 이상하게 심심해지고. 그런 장면이 어려웠다"라고 고백했다.

촬영 중반부터는 이러한 부담도 떨쳐낼 수 있었다는 연우는 "전체적으로 배우, 제작진과 친해지니까 현장에서 편안함이 기본으로 생겼다. 중간중간 리딩할 때 제가 걱정돼 앓는 소리를 하면 감독님이 '근데 진짜 잘하고 있다'고 해주실 때마다 마음이 많이 풀렸다"며 함께 했던 동료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본격적인 배우의 길을 걷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여러 일을 겪으며 단단해진 듯한 연우는 "제가 용감하진 않더라도 겁은 없어진 거 같다. 한 차례 변화를 겪으면서 당시엔 힘들었지만, 비록 진부한 표현이지만 정말 시간이 약이었다. 치료가 되는 아픔이란 걸 알게 되니까 용감하기 보다는 겁이 없어졌다. 큰 변화였다"고 회상했다.

아이돌에서 배우로 전향한 뒤 그의 심경은 어땠을까. 연우는 "앞으로에 대한 불안감보다는 챕터가 마무리됐다는 허무감이 컸던 거 같다"라고 초연한 얼굴로 이야기했다.

얼마전까지도 연기에 대해 부담보다 재미를 훨씬 크게 느꼈다던 연우는 "잘하고 말고는 떠나서 이 일이 재미있는 거 같다"면서도 "이번 작품을 통해서는 앞으로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까지 생겼다. 이게 부담감이라면 부담일 수 있을 거 같다"며 진정한 배우로서의 각오를 다졌다.

[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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