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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우진 변호사 "테러 위협·최동원상 패싱 등이 피해자 지목된 이들 안타깝게 해"
작성 : 2022년 11월 18일(금) 12:31

사진=방규현 기자

[스포츠투데이 이한주 기자] "(안우진이) 염산테러 위협을 받고 최동원상 수상 후보 명단에서 제외된 것이 피해자로 지목됐던 이들을 화나고 안타깝게 만들었다"

안우진(키움 히어로즈)의 변호인인 백성문 변호사(법무법인 아리율)는 18일 스포츠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날 안우진이 발표한 입장문에 대한 뒷 이야기를 전해줬다.

2018년 프로에 데뷔한 우완투수 안우진은 빼어난 기량을 선보였지만, 휘문고 시절 학교폭력 전력으로 인해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로부터 3년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다. 이 징계로 아시안게임, 올림픽 등 KBSA 주관 국가대표에 뽑히지 못하는 안우진은 이후 가슴에 항상 학교폭력 가해자라는 주홍글씨를 달고 다녀야 했다.

침묵을 지키던 안우진은 지난 7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리는 SSG랜더스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 선발 출전을 앞두고 한 누리꾼으로부터 '염산 테러' 위협을 받기도 했다. 모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안우진에게 염산을 뿌리기 위해 2년을 기다림'이란 글이 올라왔다. 다행히 실제로 그런 불상사는 벌어지지 않았다.

올해 30경기에 출전해 196이닝을 소화하며 15승 8패 탈삼진 224개 평균자책점 2.11을 마크한 안우진이지만, 상과도 거리가 멀었다. 제9회 최동원상 후보에서 제외된 것. 최동원상을 주관하는 최동원기념사업회는 안우진을 후보에서 제외하며 "안우진은 올 시즌 매우 뛰어난 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기념사업회 이사진은 안우진을 '스포츠계에서 폭력을 추방하고, 선수 간 차별을 철폐하려 노력한' 최동원 정신에는 부합하지 않는 후보자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후 반전이 일어났다. 안우진의 학교 폭력 피해자로 지목됐던 이들이 한 인터넷 매체를 통해 '저희는 아무도 당시 상황을 폭행이라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안우진 선배는 학교 폭력을 가한 것이 아니다. 일반적인 선배라면 할 수 있는 훈계 수준이었다. 염산 테러 위협까지 당하는 것을 보고 더 이상은 두고 볼 수 없어서 목소리를 내게 됐다. 이제는 우리가 안우진 선배를 보호하려고 한다'는 내용이 담긴 성명문을 발표했다.

전날(17일) 서울시 중구 소공동 웨스틴 조선 서울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 시상식에서 탈삼진과 평균자책점 1위 상을 받고 취재진에게 "후배들이 그렇게 용기를 내서 해준 게 정말 고맙고 감사하다. 조만간 제 입장문도 발표를 해야 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한 안우진은 이날 백성문 변호사를 통해 공식 입장문을 발표했다.

그는 "저는 프로야구 선수 생활을 하면서 학폭에 있어서는 늘 자유롭지 못했다. 제게 불거졌던 학폭 논란과 관련해 제가 지금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은 침묵밖에 없었다"며 "하지만 너무나 고맙게도 학폭 논란과 관련된 제 후배들이 용기를 내줬다. '학교 폭력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우진이 형을 지켜주고 싶다'는 후배들의 목소리에 혹여나 후배들이 비난을 받지는 않을까 걱정도 컸다. 학폭 논란의 무게를 견뎌온 시간만큼, 제 입장을 밝히기까지 많은 용기가 필요했지만, 저도 이제는 사안의 진실에 대해 조심스레 입장을 밝히고 싶다"고 했다.

이어 안우진은 "시점을 5년 전으로 돌아가 보겠다. 학폭 논란이 불거졌던 2017년 당시 후배들이 학교폭력대책위원회와 경찰 조사에서 저를 용서해 주었고 더 나아가 지금은 저를 응원해주고 있다. 학폭 기사가 저희를 가해자와 피해자로 갈라 놓았지만 저희는 늘 서로를 응원하는 선후배 사이였다"며 "후배들에게 더 좋은 선배이지 못했다는 점, 선배로서의 훈계 차원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도 더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다는 점, 이번 논란으로 긴 터널을 지나며 끊임없이 반성하고 속죄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안우진은 "언론 보도 이후 저는 가혹한 학교 폭력을 행한 악마가 되어 있었다. 여론의 질타 속에 사안의 구체적인 진실은 묻혀버렸다. 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많이 흘렀다고 해도 학교 폭력이라는 네 글자의 주홍글씨로 모든 진실을 덮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저를 응원해주시는 야구팬들, 선후배 동료에게 이런 논란 속에 있는 모습을 보여드려 죄송하다. 더 발전하고 성숙한 안우진의 모습으로 보답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일각에서는 안우진이 최근 좋은 활약을 펼치니 피해자로 지목된 이들이 2017년 당시와는 말을 바꿔 안우진을 옹호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이에 대해 백성문 변호사는 "성명문을 발표한 3명은 안우진과 지금도 자주 만나고 절친한 사이다. 그 일이 있고 나서도 서로 문자 보내고 응원하는 관계"라며 "그때 당시 학교폭력위원회에서도 그렇고 경찰에서도 잘 마무리됐는데 갑자기 징계가 나오고 안우진이 '학폭의 대명사'가 돼 있어서 그들도 깜짝 놀란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백 변호사는 "처음에는 4명이 모두 말로 용서를 해 줬다. 하지만 이후 경찰 수사 과정에서 합의가 필요했다. (안우진과 피해자 4명이 모두) 미성년자였기 때문에 본인과 부모님이 다 서명을 했어야 했다"며 "(피해자로 지목됐던 이들이) 2017년 당시 했던 말하고 지금 하는 말하고 똑같다. 2017년 피해자 진술 조서에 현재 하는 말이 똑같이 나와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피해자로 지목됐던 이들은 왜 지금에서야 안우진에 대해 성명문을 발표한 것일까.

백 변호사는 "그 친구들도 신상이 밝혀지는 것에 대해 두려움이 있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힘들었다. 하지만 피해자들의 뜻이 같았고 어떻게 하면 안우진에게 좋을까 고민을 하더라. 그래서 내가 그 친구들에게 '이름을 공개하지 않더라도 공동 입장문 같은 것을 해서 하면 좋지 않겠냐'고 했다. 그러자 그 친구들도 당연히 하겠다고 했다. 또한 최근 안우진이 염산테러 위협을 당하고 최동원상 후보에서 제외된 것이 더욱 이 친구들을 화나고 안타깝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안우진 / 사진=DB


총 피해자로 지목됐던 이들은 4명이었는데 이 중 입장문을 발표한 사람은 세 명이었다. 이 한 명은 현재 군대에 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 변호사는 "한 명은 현재 군대에 가 있다"며 "안우진이 그 친구를 보러가기 위해 면회 일정을 조율 중에 있다"고 했다.

안우진은 현재 어떤 심경일까.

백 변호사는 "최근에 특별히 다른 말은 없었다. 본인도 많이 힘들었을 것"이라며 "지난번에 안우진이 '과거를 탓하지 않는다. 내가 잘못을 한 부분도 분명한 데 후배들이 용서해주고 응원해주니 고맙다. 그 생각을 해서라도 더 열심히 야구를 해야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스포츠투데이 이한주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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