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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시벨' 김래원의 새로운 시작 [인터뷰]
작성 : 2022년 11월 18일(금) 11:05

데시벨 김래원 인터뷰 / 사진=마인드마크 제공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좋은 배우는 좋은 장면을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다. 작품을 위해 기꺼이 두 팔을 걷고 나선 김래원은 여전히 연기를 위해선 가야할 길이 멀다고 말한다.

김래원의 맨몸 액션이 돋보이는 영화 '데시벨'(감독 황인호·제작 이스트드림시노펙스)은 소음이 커지는 순간 폭발하는 특수 폭탄으로 도심을 점거하려는 폭탄 설계자(이종석)와 그의 타깃이 된 전직 해군 부함장 강도영(김래원)이 벌이는 사운드 테러 액션극이다.

영화 내내 뛰고, 구르고, 떨어지는 김래원의 고군분투가 돋보이는 '데시벨'은 원래 그가 목표로 한 작품이 아니었다. 김래원은 작품 선택 계기를 묻자 "사실 원래 황인호 감독님의 로맨스 작품 시나리오를 읽었다. 판타지 멜로였는데 너무 하고 싶어서 감독님을 만났다"며 "근데 다른 걸 준비하고 계셨다. 그게 '데시벨'이었다. 그렇게 낚이게 됐다. 감독님이 '이거('데시벨')하고 저거(로맨스)하자'고 하셨다. 막상 시나리오를 보니까 너무 재밌었다"고 웃음을 보였다.

뚜껑을 열어본 '데시벨'은 '소음 반응 폭탄'을 앞세운 테러물이었다. 주인공 강도영 역을 맡은 김래원은 폭발을 막기 위해 연신 뛰고, 또 뛰어다닌다.

액션신이 언급되자 김래원은 "근래에 작품을 하면서 웬만해선 액션을 피하려고 했다. 이번에도 사전에 그렇게 협의를 했었다. 제가 못하겠다기 보단 아무래도 전문 액션 배우분들이 하시는 게 훨씬 화려하게 나오지 않냐"며 "근데 막상 현장에 와보니 감정이 있는 액션신들이 많아서 인물의 감정표현에 있어서 디테일한 부분을 놓치고 싶지 않아 현장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게 됐다. 그러다 보니 제가 거의 다 하게 되더라"고 말했다.

특히 김래원은 파도풀에서 촬영한 수중신부터 고층 빌딩에서 뛰어내리는 와이어신까지 직접 소화했다. 이에 대해 그는 "수중신이 제일 고생해서 기억에 남는다"고 혀를 내둘렀다.

김래원은 "파도풀신이 영화 중간에 등장하는 중요한 장면이다. 근데 물속에 있다 보면 물의 저항 때문에 움직임이 느려서 긴장감이 떨어질까 봐 걱정됐다"며 "2~3일간 촬영을 했는데 이틀째 되는 날 제가 너무 어지럽고 토할 것 같아서 휴식을 요청했다. 그제야 수중 촬영 감독님이 '우리도 죽을 것 같다'고 하시더라. 알고 보니 제가 너무 열정적으로 해서 다들 힘든데 참고 계셨었다"고 미안함을 전했다.

또한 김래원은 "저는 반대로 그분들이 열심히 하시니까 제가 힘든걸 티 내면 흐름을 깰 것 같았다"며 "저희 영화 속도가 빠르다 보니 그 흐름도 신경이 쓰였고, 동시에 진행되는 놀이터신 연기도 계속 확인해야 했다. 여기에 수경을 빼야 해서 그것도 빼고 연기했었다"고 회상했다.

데시벨 김래원 인터뷰 / 사진=마인드마크 제공


'데시벨' 장르 특성상 관전 포인트는 긴장감이다. 관객들은 강도영에 몰입해 테러범과 숨 막히는 '밀당'을 한다. 이 가운데 등장하는 강도영의 조력자 오대오(정상훈)는 영화 속 유일한 쉼터 같은 개그 캐릭터다.

김래원은 "정상훈의 존재가 관객들에겐 쉬어가는 타임이다. 저는 진지한 상황이다 보니 둘이 캐릭터 간의 밸런스 조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며 "제가 일부러 정상훈이 관객들을 재밌게 할 수 있도록 빈자리를 뒀다. 만약 재미가 없었다면 그 빈 공간이 드러났을 텐데 정상훈이 꽉 채워줘서 여백이 느껴지지 않았다. 덕분에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는 장면들이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이와 함께 김래원은 "제가 원래 작품을 할 때 주변 배우들한테 '이런 흐름으로 갈 테니까 이거에 맞춰서 와 줘'라고 한다"며 "근데 이번 작품에선 다른 배우들이 하는 걸 보고 맞춰서 하려고 신경을 많이 썼다. 저희 팀장님한테도 제가 너무 몰입돼 있으면 밸런스를 맞춰달라고 했다"고 털어놨다.

또한 김래원은 "이종석과 대치하는 장면에서도 제가 압도적으로 소리를 지른다면 그 순간에 저만 돋보일 수 있겠지만, 영화 전체적인 흐름으로 봤을 땐 결코 좋은 선택이 아닐 것"이라며 "감독님과도 사전에 이야기를 나눠서 확인을 받고, 이종석에게도 제가 도움이 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 발판 삼아 할 수 있다는 것이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들의 공로가 드러난 장면은 바로 함라함에서 벌어지는 모든 순간이었다. 이는 강도영이 테러범의 타깃이 된 동기가 작동되는 공간이기도 하다. 테러가 벌어지기 1년 전, 림팩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던 함라함이 어뢰에 피격되고, 강도영은 이들의 생명을 앞에 두고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해야 했다.

해당 장면이 언급되자 김래원은 "그 장면을 촬영하는 2박 3일 동안 모든 배우들이 농담 한 마디를 안 했다. 제가 감독님께 따로 말씀을 드려서 그 장면에 등장하는 조·단역 배우들과 따로 자리를 만들어 달라고 했다"며 "저희끼리 만나서 자기소개를 하고 편해진 다음에 자연스럽게 촬영을 시작했다. 다행히 제가 제일 형이라서 '내가 함장이니까 다들 날 믿고 따라와 달라'고 했다. 그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촬영했더니 잠깐 등장하는 배우들도 굉장히 진정성 있는 열연을 보여줬다"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데시벨 김래원 인터뷰 / 사진=마인드마크 제공


'데시벨'에 앞서 최근 김래원이 필모그래피를 짚어보면 드라마 '루카' 등 대부분이 강렬한 이미지의 캐릭터를 맡아왔다.

이에 대해 김래원은 "오히려 반대로 피하고 싶은데 계속 센 작품들만 하는 것 같다"며 "여러 장르들이 있는데 제가 가장 재밌을 것 같은 작품을 고르다 보니 막상 해보면 다 몸이 고생하는 것들이더라"고 웃음을 보였다.

이어 김래원은 "'데시벨'도 이정도로 고생할 줄은 몰랐다. 웬만하면 대역을 하려고 했는데 막상 현장에 가보니 그렇게 안 되더라"며 "사실 저는 오대오 역할을 탐냈다. 같이 뛰면서 영화의 재미를 줄 수 있지 않냐"고 농담했다.

어느덧 연기만 20년 이상을 해온 김래원이지만, 여전히 가야 할 길은 멀게 느껴진다. 연기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김래원은 "제가 우연히 일주일 전에 한석규 선배와 통화를 했었다. 선배가 제 나이를 물으시더니 '제일 좋을 때다. 이제 시작이니까 지금까진 연습이라고 생각해'라고 강조하시더라"며 "그 얘기를 듣고 나니 제 연기에 대해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다. 제 연기는 7점이 끝일 수도 있고, 8~9점이 나올 수도 있다. 작품 운에 따른 것도 있지만 제 역량도 있을 것이다. 선배의 말처럼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하면서 한 번 더 해보려 한다"고 인사했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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