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스포츠
포토
스투툰
'타격 5관왕+MVP' 이정후 "이종범 子 아닌, 내 이름의 야구 인생 걸어갈 것"
작성 : 2022년 11월 17일(목) 17:52

이정후 / 사진=방규현 기자

[소공동=스포츠투데이 이한주 기자] "이종범의 아들이라는 수식어를 지우고 싶었다. (MVP 수상으로) 비로소 내 이름으로 야구 인생을 걸어갈 수 있게 됐다"

17일 서울시 중구 소공동 웨스틴 조선 서울에서는 2022 신한은행 SOL KBO 시상식이 열렸다. 각 부문의 수상자들은 대부분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한 시즌 동안 가장 큰 활약을 한 선수에게 주어지는 MVP는 이정후의 몫이었다. 이정후는 올해 타격 5관왕(타율·최다안타·타점·장타율·출루율)에 오르며 키움의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이끌었다.

이정후는 또한 이날 수상으로 부친 이종범 LG 트윈스 코치(1994년 MVP 수상)에 이어 부자 MVP 수상자로도 이름을 남기게 됐다. 이는 한·미·일 프로야구 최초다.

MVP 수상 직후 "늘 아버지의 아들로 살아왔는데 오늘을 계기로 제 야구인생은 제 이름으로 살아가겠다. 아버지도 어머니와 같이 잘 사셨으면 좋겠다"며 밝은 미소를 보인 이정후는 시상식 후 취재진과 만나 "아버지를 뛰어넘는게 목표는 아니지만 이종범의 아들이라는 수식어를 최대한 빨리 지우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정후의 아버지 이종범 코치는 현역시절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레전드 선수 중 하나였다. 통산 1706경기에서 0.297의 타율과 194개의 아치를 그렸으며 '바람의 아들'이라는 별명답게 도루도 510개를 기록했다. 4시즌(1998-2001년)으로 비교적 짧지만 일본프로야구(NPB)도 경험했다.

하지만 아버지의 발자취는 이정후에게 큰 부담이 됐던 모양새다. 그는 "학창시절부터 항상 아버지와 비교돼 힘들었다. 그래도 야구가 좋았기에 열심히 운동했다"며 "어떻게 하면 아버지 이름을 지울 수 있을까 고민했다. MVP를 받거나 해외 진출을 하면 조금은 지울 수 있을 것 같더라. 그래서 MVP를 목표로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 이제 비로소 내 이름으로 야구 인생을 걸어갈 수 있게 됐다. MVP는 내게 그런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제 아버지를 뛰어넘었다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그 평가는 은퇴 후 받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정후는 또한 "아버지는 야구에 관한 조언보다 항상 친구처럼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건강한 몸을 물려주셔서 감사하다"며 "어머니는 아버지와 나를 위해 거의 30년 동안 고생하고 계신다. 오늘의 기쁨을 가장 누리셔야 할 분"이라고 부모님께 진심을 전했다. 이날 이정후의 모친인 정연희 씨는 시상식에 참여해 아들이 MVP를 받자 뜨거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정후 / 사진=방규현 기자


이정후와 절친한 친구인 고우석(LG)은 곧 이정후의 동생인 이가현 씨와 백년가약을 맺는다. 올해 42개의 세이브를 올린 고우석은 이날 세이브왕을 수상했다.

이정후는 "(고)우석이와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치열하게 경쟁했다. (고)우석이의 공을 쳐야만 이길 수 있어서 피칭 머신의 스피드를 빠르게 맞춰놓고 훈련했던 게 기억난다"며 "이제 가족이 되지만 (고)우석이는 경쟁상대다. 서로의 꿈을 향해 함께 발전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울러 이정후는 MVP와 타격 5관왕을 휩쓸며 받게 된 총 상금 2500만 원을 전액 기부하겠다는 뜻도 전했다.

그는 "일찌감치 어머니와 상금을 기부하기로 했다. 그동안 많은 도움을 받았기에 이제는 베풀어야 한다. 자립 청소년들을 위해 내놓을 것"이라고 전했다.

[스포츠투데이 이한주 기자 sports@stoo.com]
스투 주요뉴스
최신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