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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월드컵, 노동자 인권 문제 등 안팎 잡음 계속…보이콧 움직임도 [ST월드컵스페셜]
작성 : 2022년 11월 14일(월) 11:33

2022 카타르 월드컵이 열리는 칼리파 국제경기장 / 사진=Gettyimages 제공

[스포츠투데이 이서은 기자] 전세계 국가의 '축제의 장'이 되어야 할 월드컵이 축구가 아닌 다른 문제로 시끄럽다. 중동에서 치르는 첫 월드컵인 카타르 월드컵은 처음 개최지로 선정된 후부터 지금까지 대규모 인프라 구축을 위해 투입한 노동자들의 인권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개막을 앞뒀으나, 인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카타르 월드컵을 보이콧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인구가 300만 명도 채 안되는 작은 도시국가인 카타르는 2010년 개최지로 선정된 후 월드컵 인프라 구축을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했다.

남아시아 및 아프리카에서 카타르로 향한 이주 노동자들이 월드컵 경기장과 공항, 도로, 지하철 건설에 투입됐다. 이같은 인프라 구축에 약 2200억 달러(약 290조 원)의 천문학적인 액수가 소모됐다.

이는 2018 월드컵 개최국인 러시아가 지출한 비용(116억 달러)이나 2014 월드컵 개최국인 브라질이 지출한 비용(150억 달러)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이러한 엄청난 인프라를 짓던 카타르는 이내 '이주 노동자들의 피로 월드컵 경기장을 짓고 있다'는 비판을 받게 된다. 휴먼라이트워치(HRW), 앰네스티 등 국제 인권단체는 수백 명의 노동자들이 주 60시간 이상의 강제 노동에 시달려왔다고 전했다.

카타르는 2014년 칼리파 국제 경기장 건설 현장에서 이주 노동자 착취 논란이 제기된 후 처우 개선을 약속했다. 이에 따라 2017년 노동시간 제한, 분쟁해결위원회 설립, 임금 지급 보장, 출국 허가제(고용주가 이주노동자 이동을 통제할 수 있는 제도) 폐지 등 개혁이 이뤄졌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국제 앰네스티는 48쪽에 이르는 카타르 월드컵 이주 노동자들의 인권 실태에 대한 보고서를 발간, 노동 개혁이 다수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이 여전히 임금 체불과 열악한 노동 환경에 처해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영국 가디언은 자체 조사를 통해 카타르 월드컵 인프라 건설을 위해 노동하던 중 사망한 노동자 수만 6700여 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또한 최근에는 카타르 정부가 월드컵 관광객 숙박지역 인근 아파트에 머물던 외국인 노동자 수천 명을 강제로 쫓아냈다는 일도 알려졌다.

사진=Gettyimages 제공


그러나 카타르는 이미 2020년 이후 17개국 3만6000여 명의 노동자들에게 1억6400만 달러(약 2353억 원)의 보상금을 지급했으며, 실제로 경기장 건설 현장에서 사망한 노동자는 3명이라고 주장하는 등 이같은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밖에 이슬람교를 국교로 하는 카타르는 동성애와 성전환을 불법으로 규정함에 따라 성소수자 차별 문제도 불거졌다. 이에 대한 비판도 함께 이어지자 카타르는 동성애를 금지하는 법을 한시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하지만 성소수자가 배제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이러한 상황에 월드컵 개막을 눈앞에 둔 지금, 인권단체의 비판의 목소리에 이어 보이콧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국제 사회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먼저 호주는 카타르 월드컵 참가국 중 가장 먼저 카타르 인권 문제를 지적하는 방송에 출연하기도 했다. 또한 빨간색과 흰색 유니폼을 국가대표 유니폼으로 입는 덴마크는 희생된 외국인 노동자를 애도하는 검은색 유니폼을 마련했다.

잉글랜드와 웨일스 선수들은 카타르의 성소수자 차별에 항의하는 의미에서 무지개 완장을 차고, 유럽 8개국 대표팀은 각국 주장이 경기 중 하트 모양 완장을 차는 방식으로 네덜란드가 주도하는 차별 금지 캠페인에 참여한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우승한 프랑스에서는 파리와 스트라스부르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카타르 월드컵 거리 중계 보이콧을 선언하고 나섰다.

이러한 움직임에 FIFA는 지난 4일 카타르 월드컵에 참가하는 32개국에 "축구는 이념적·정치적 싸움에 휘말려선 안 된다"며 카타르 월드컵의 인권침해 의혹을 묻어두려는 서한을 보냈다.

FIFA의 입장이 나오자 이번에는 유럽 10개 팀 축구협회가 즉각 반발 입장을 냈다.

사진=Gettyimages 제공


잉글랜드축구협회에 따르면 잉글랜드, 벨기에, 독일, 네덜란드, 포르투갈, 노르웨이 등 유럽 10개 팀 축구협회는 공동 성명을 통해 카타르가 자국 내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 개선 조치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또한 "이주노동자 보상 기금 마련과 이주노동자센터 설립을 위해 FIFA를 계속 압박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남미축구연맹은 이에 반대되는 입장을 냈다. 연맹은 "축구계에 카타르 월드컵에 대한 지지를 촉구한다"며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인 축구는 정치적, 이념적 논란·대립을 초월해서 보편적인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럽, 미국, 호주 등 서방과는 상반되는 입장이다.

중동에서 처음 열리는 월드컵이자 사상 처음으로 겨울에 치러지는 카타르 월드컵은 축구사에 이미 특별한 기록을 남겼다. 하지만 그 특별함이 월드컵을 둘러싼 여러 논란으로 번졌고, 개막 직전까지 서로 상반된 입장을 표명하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축구가 아닌 그 너머의 문제로 발생한 잡음은 카타르 월드컵을 보게 될 전세계 축구팬들에게 씁쓸한 뒷맛을 남길 듯 하다.

[스포츠투데이 이서은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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