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스포츠투데이 이한주 기자] 김강민(40)이 베테랑의 품격을 선보이며 위기에 몰린 SSG랜더스를 구했다.
SSG는 7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키움 히어로즈와의 5차전에서 5-4로 극적인 끝내기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경기 전까지 시리즈 전적 2승 2패를 기록 중이었던 SSG는 이로써 한국시리즈 우승에 1승 만을 남겨놓게 됐다. 역대 한국시리즈 2승 2패 상황에서 5차전을 잡아낸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 확률은 무려 80%(10번 중 8번)에 달한다.
SSG는 정규리그에서 다른 팀에게 단 한 번도 1위를 내주지 않는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달성했다. 한국시리즈마저 제패할 시 통합우승의 위업을 달성하게 된다.
이날 가장 빛난 선수는 김강민이었다. 김강민은 팀이 2-4로 뒤진 9회말 무사 1, 2루에서 대타로 출격, 상대 우완투수 최원태의 3구를 잡아당겨 좌측 담장을 넘기는 역전 끝내기 3점포를 작렬시키며 팀 승리에 앞장섰다.
2001년 SSG의 전신인 SK 와이번스에서 프로에 데뷔한 김강민은 인천을 대표하는 야구 스타다. 올해까지 인천을 연고지로 둔 SK-SSG에서만 선수 생활을 했으며 SK가 4번의 우승(2007, 2008, 2010, 2018)을 차지하는데 큰 힘을 보탰다.
그러나 세월은 속일 수 없는 것일까. 날카로웠던 스윙은 점차 무뎌졌고 넓었던 수비 범위는 다소 줄어들었다. 게다가 올해에는 최지훈이라는 걸출한 외야수가 나타나며 김강민은 백업으로 자리를 옮겼다. 올 시즌 정규리그 출전은 84경기가 전부였다.
하지만 김강민은 결정적인 순간 베테랑의 품격을 보여줬다. SSG는 이날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믿었던 에이스 김광현이 초반 난조에 시달리며 5이닝 7피안타 3사사구 4탈삼진 3실점에 그쳤고 타선은 상대 선발투수 안우진에게 꽁꽁 묶이며 7회말까지 0-4로 끌려갔다. 8회말에는 최정이 추격의 투런포를 쏘아올렸지만 여전히 패색이 짙어보였다.
경기 중 급하게 준비해 나가야 하는 대타는 매일 일정한 루틴에 맞춰 나가는 선발보다 타격감을 유지하기 어려운 편. 그러나 김강민은 베테랑 다웠다. 단 한 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극적인 역전승을 이끌어냈다. 40세 1개월 26일의 김강민은 이날 아치로 지난 1차전에서 자신이 작성(40세 1개월 19일)했던 포스트시즌 최고령 홈런 기록을 다시 썼다. 김강민의 이번 홈런은 또한 역대 최초의 한국시리즈 대타 끝내기 홈런이자 통산 한국시리즈 4번째 끝내기 홈런이기도 하다.
경기 후 SSG 김원형 감독은 "9회 (김)강민이가 대단한 결과를 만들었다. 지금껏 야구를 하면서 경험한 몇 안 되는 대단한 경기"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김강민은 "아직 1승 남았다. 오늘 다 기분을 내기엔 아직 시리즈가 끝나지 않았다. 이 좋은 기운을 그대로 끌고 가서 한 번 더 이기고 싶다"고 강조했다.
경기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베테랑답게 결정적인 상황 꼭 필요한 '한 방'을 날려준 김강민. 이날 그의 활약은 팀에 베테랑이 왜 필요한지 잘 알려준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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