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투데이 이한주 기자] 좌완투수 이승호의 쾌투가 위기의 키움 히어로즈를 구했다.
키움은 5일 서울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SSG랜더스와의 4차전에서 6-3으로 이겼다. 이로써 키움은 시리즈 균형을 2승 2패로 맞췄다.
사실 이날 경기 전까지 키움의 분위기는 좋지 못했다. 정규리그 3위로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에서 각각 KT위즈, LG 트윈스를 제압한 데 이어 한국시리즈에서도 1차전을 잡아내며 기세를 올렸지만 이후 연달아 2경기를 내줬다.
흐름을 완벽히 SSG에 넘겨준 상황. 게다가 선수들은 각종 부상에 시달리고 있었으며 정규리그 1위로 한국시리즈에 안착한 SSG에 비해 '긴 가을'을 보내고 있기 때문에 선수들의 체력도 떨어져 가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이날 SSG의 선발투수는 정규리그에서 7승 1패 평균자책점 1.67을 올렸고, 키움을 상대로도 두 차례 등판해 1승 2.25의 평균자책점으로 강했던 좌완 외국인 숀 모리만도였다.
당초 4차전 선발투수로 키움 홍원기 감독은 안우진을 생각하고 있었지만, 최근 안우진은 손가락 물집에 발목이 잡히며 정상적인 등판이 어려웠다. 홍 감독은 고심 끝에 이승호를 선발로 낙점했다.
이승호가 예고됐을 때 선발 매치업은 다소 SSG에게 힘이 실리는 듯 했다. 이승호가 지난해까지 선발 경험이 있긴 하지만 올해 정규리그에서는 모두 불펜 자원으로만 활약했기 때문이었다.
4차전을 앞두고 키움 홍원기 감독도 "초반에만 잘 막아주면 된다. 그러면 불펜 총력전을 펼칠 수 있다"고 이승호에게 사실상 오프너의 역할을 기대했다.
그러나 이승호는 모두의 예상을 비웃고 사령탑의 기대를 넘어서는 쾌투를 선보이며 키움 승리에 디딤돌을 놨다.
시작은 다소 불안했다. 1회초 선두타자 추신수에게 볼넷을 내준 뒤 폭투까지 범하며 위기에 몰렸다. 이후 최지훈을 낫아웃으로 잡아냈지만 최정에게 1타점 우전 적시타를 맞아 첫 실점을 헌납했다. 다행히 한유섬, 후안 라가레스를 좌익수 플라이와 중견수 플라이로 처리하며 추가 실점은 막았다.
2회초부터는 거칠 것 없었다. 박성한(포수 파울 플라이)과 오태곤(2루수 플라이), 김성현(우익수 플라이)을 차례로 잠재우며 이날 첫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3회초에도 이재원(포수 플라이), 추신수(삼진), 최지훈(유격수 땅볼)을 모두 범타로 이끌며 삼자범퇴 행진을 이어갔다.
4회초에도 마운드에 올라온 이승호는 선두타자 최정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한유섬을 우익수 플라이로 유도한 뒤 라가레스와 박성한을 2루수 플라이, 2루수 땅볼로 잡아내며 이날 자신의 임무를 120% 수행했다.
이승호의 호투는 다른 선수들에게 큰 울림을 준 듯 했다. 2, 3차전에서 도합 3득점에 그치며 주춤했던 키움 타자들은 장단 11안타 6득점을 올리며 SSG 마운드를 맹폭했다.
이후 양현(1이닝 무실점)-이영준(0.2이닝 무실점)-김선기(0.2이닝 2실점)-김재웅(홀, 1.1이닝 무실점)-최원태(1.1이닝 무실점) 등 불펜진들의 쾌투마저 더해진 키움은 결국 시리즈 균형을 맞출 수 있었다.
경기 후 키움 홍원기 감독은 이승호에 대해 "원래 3이닝 50구까지 봤는데 4회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줬다. 1회 실점을 했지만 정타는 아니었다. 이승호가 버텨주면서 다른 선수들의 투지를 일깨웠다"고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승호는 "스트라이크만 잘 던지자는 마음으로 올라왔다. 수비진이 많이 도와준 덕분에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며 "눈앞에 있는 타자들에게만 최대한 집중했다. 다음 이닝은 생각하지 않았다. 팀 분위기는 더할나위 없이 좋다. 우승만 바라보고 경기에 임하고 있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완벽히 SSG에 시리즈 주도권을 내줄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아무도 기대하지 않은 호투로 주춤하던 영웅군단을 살린 이승호. 그는 그의 소속팀명인 히어로즈처럼 이날 진정 '히어로' 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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