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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다는 말 밖에"…슬픔에 잠긴 유족과 시민들 [희생자 추모]
작성 : 2022년 10월 31일(월) 16:17

서울광장 합동 분향소 이태원 참사 추모 / 사진=방규현 기자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이태원 참사 3일째, 황망하게 떠난 청춘들은 영정으로 가족과 친구들을 마주보게 됐다. 어제까지 함께 웃고 떠들던 딸, 친구가 고인이 될 줄 예상했을까. 제대로 된 영정 하나 없이 차려진 빈소다.

일부 희생자가 안치된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장례식장에는 적막이 흘렀다. 부고란에는 같은 날 입관식을 하는 세 명의 이름이 올라왔다. 비슷한 시간대에 사망 선고를 받은 희생자들로 모두 20대 초중반의 여성이다.

이태원 참사로 목숨을 잃은 한 여성의 빈소에는 유가족들이 넋이 나간 표정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앳돼 보이는 고인의 모습이 영정이 돼 놓여있었고, 근조 화환 몇 개만이 자리했다. 복도에는 애써 눈물을 참는 이들, 힘없이 앉아있는 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하루아침에 조카를 잃은 이모부는 목이 메는 목소리로 "경황이 없어 (부고를) 많이 못 알렸다"며 "빈소를 차리는데 시간이 걸렸다"고 슬퍼했다.

갑작스럽게 자식을 떠나보낸 부모의 마음은 비통하기 그지없다. 다른 한쪽에 마련된 빈소는 영정도 없이 고요하다. 힘없이 앉아있는 유족들 사이에서 몇몇의 조문객들이 보였다. 선뜻 위로의 말을 말을 건네기 힘든 분위기다.

빈소 밖에 마련된 의자에는 한 젊은 남성이 앉아있다. 누군가에게 부고 소식을 알리는 듯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모습. 이후 한 조문객이 빈소에 들어서자 복도에는 유족이 오열하는 소리가 들렸다. 딸의 친구를 보자마자 토해낸 부모의 눈물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슬픔이 담겼다.

서울광장 합동 분향소 이태원 참사 추모 / 사진=방규현 기자


같은 날 오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마련된 합동 분향소에는 희생들을 추모하는 취재진과 시민들로 가득 찼다. 단상은 이미 조문을 마친 이들이 올린 국화꽃으로 채워져 하얀 파도를 이뤘다.

점심시간이 지난 시간임에도 시민들은 저마다 국화꽃을 손에 든 채 조문 행렬을 이뤘다. 4명씩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린 뒤 순서가 되자 단상 앞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헌화 후 고개 숙여 묵념하는 시민들. 곳곳에서 탄식과 안타까운 한숨 소리가 새어 나왔다. 한쪽에 마련된 방명록에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곳에선 편안하길"이라는 글로 빼곡하다.

분향소를 찾은 이들의 연령대는 다양했다. 시청 인근 백화점에서 근무한다는 한 20대 여성은 "사망자 대부분이 20대더라. 같은 또래이다 보니 너무 마음이 안 좋다"며 "질서를 조금 더 잘 유지했으면 이렇게까지 사망자가 많이 나오지 않을 거라 생각되는데 너무 안타깝다"고 애도를 표했다.

경기도에 거주 중인 60대 노부부는 이태원 참사 소식을 듣고 서울을 찾았다. 아내는 "뉴스를 보고 깜짝 놀랐다. 믿기지 않고 젊은 학생들이 안타깝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사고 소식에 곧바로 서울에 있는 딸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받지 않아 걱정이 많았다. 다행히 추후에 연락이 됐고 아무 일이 없다는 걸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남편 역시 연신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그는 "아내가 시청에 함께 가자고 해서 합동 분향소에 오게 됐다. 유족에게는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안타깝다는 말 밖에 안 나온다"고 슬퍼했다.

녹사평역 합동 분향소 / 사진=방규현 기자


정부는 이태원 핼러윈 참사와 관련해 지난 30일부터 오는 11월 5일 자정까지 국가 애도 기간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각 도, 기관들은 조기를 게양하고, 각 업계들은 개최 예정이던 축제와 핼로윈 관련 각종 행사들을 중단하거나 축소키로 했다. 연예계 역시 제작발표회, 쇼케이스 일정 등을 연기하며 추모의 뜻을 함께하고 있다.

한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기준 이태원 압사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154명이며, 중상자 33명, 경상자 116명 등을 포함해 사상자는 총 303명으로 알려졌다. 사망자 중 남성 56명, 여성 98명으로 연령별로는 20대 103명, 30대 30명, 10대 11명, 40대 9명, 50대 1명으로 전해졌다.

스포츠투데이 임직원들은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더불어 유족들의 슬픔에도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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