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한주 기자]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소미는 30일 제주 서귀포시 핀크스 골프클럽(파72·6748야드)에서 열린 KLPGA투어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총상금 8억 원)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보기 3개를 묶어 4언더파 68타를 적어냈다.
이날 결과로 최종합계 18언더파 270타를 올린 이소미는 2위 박현경(13언더파 275타)을 5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8월 대유위니아·MBN 여자오픈 이후 1년 2개월 만에 따낸 우승이자 시즌 첫 승 및 통산 4승이다.
이소미는 경기 후 "대회 전에 연습 많이 하자 마음먹었고, 우승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해서 우승했다고 생각한다. 사실 열심히 한다고 우승이 찾아올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우승은 내가 어떻게 못하는 것이니 연습이라도 열심히 하자는 생각으로 정말 열심히 했더니 이번 우승이 찾아왔다. 앞으로도 초심 잃지 않고 열심히 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아울러 이소미는 이날 우승으로 이번 대회가 진행된 제주와의 좋은 기억도 이어갔다. 그는 지난해 4월 롯데스카이힐 CC제주에서 펼쳐진 롯데 렌터카 여자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올해에도 제주도에서 열린 롯데 렌터카 오픈과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서 각각 2위, 8위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이번 대회마저 우승하며 통산 4승 중 2승을 제주에서 올리게 됐다.
이소미는 이에 대해 "플레이스타일이 큰 것 같다. 나는 다른 선수들보다 낮게 잘 친다. 낮은 샷을 구사하기 때문에 거리 손해를 거의 안 보고 많이 봐도 한 클럽에서 한 클럽 반 정도만 본다. 이게 바람부는 곳에서의 장점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동계훈련 덕분에 편한 느낌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낮게 치는 것에 대해 "연습을 딱히 하는 건 아니고, 원래 탄도가 낮은 편이다. 바람 부는 날은 좀 더 의도적으로 낮게 치려 하는데, 치고 나면 띄워 치는 샷을 더 연습 많이 한다. 그래야 밸런스가 맞다"고 덧붙였다.
1타 차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이소미는 1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았지만 이후 연달아 3개의 보기를 범하며 주춤했다.
하지만 무너지지 않았다. 7-9번홀에서 3연속 버디에 성공했고 11번홀(파4), 12번홀(파4)에서도 연속 버디를 낚아 독주체제를 굳혔다.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은 이소미는 18번홀(파4)마저 버디로 완성하며 우승과 마주했다.
그는 3개의 보기를 연달아 범한 상황에 대해 "초반에 보기 나왔을 때는 그린 경사를 잘 못 봤다. 좀 더 꼼꼼히 보려고 오버했던 것이 보기로 이어졌다. 그렇게 보기 3개를 치고 나서 깨달았다. 그냥 지금 내 컨디션을 믿자고. 그리고 최선을 다한 결과가 이거라면 더 열심히 연습하자는 생각을 하고 플레이 했더니 버디가 다시 나왔다. 보기들이 약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당차게 말했다.
다음주 진행되는 KLPGA S-OIL 챔피언십 2022도 제주에 위치한 엘리시안 제주에서 펼쳐진다.
이소미는 "나머지 두 개 대회도 열심히 안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번 우승과는 별개로 최선을 다해 연습할 것이다. 제주도라 2주 연속 우승도 바라보면 좋겠지만 일단 최선을 다해 연습하겠다"고 했다.
전날(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는 끔찍한 사고가 발생했다. 할로윈 데이를 맞아 일대 곳곳에서 행사가 열린 가운데 코로나19 여파로 3년 만에 접하게 되는 축제를 즐기고자 수 만명의 인파가 몰렸다. 이 과정에서 압사 사고가 발생해 다수의 사상자가 나왔다.
소방당국은 30일 오전 11시 사망자 151명, 부상자 82명 등 모두 233명의 사상자가 난 것으로 집계했다. 부상자 중에는 심정지 상태로 이송된 환자들이 다수 포함돼 있어 사망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이소미는 우승을 확정짓고도 별도의 세리머니 없이 조용히 우승을 자축했다. 동료 선수들도 물세례를 비롯한 떠들썩한 우승 축하는 하지 않았다.
이소미는 "어제 이태원에서 안 좋은 일이 있어서 엄숙한 분위기로 플레이하려 노력했는데, 그 와중에 집중이 잘 됐고, 결과도 잘 나온 것 같아서 기쁘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기를 소망한다"며 "한 번도 느끼지 못한 슬픔을 느끼고 계신 분들께 뭐라고 해야 할 지 모르겠다. 오늘 최종라운드 시작 전에 10대, 20대가 많다는 기사를 봤다. 같은 또래인 친구들이 사고를 당한 거라 더 안타까운 마음이 컸다. 내가 감히 KLPGA를 대표한다고 말하기엔 아주 많이 부족하지만, 이제 더 이상 이런 안타까운 일이 안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3라운드까지 이소미의 뒤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