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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법정 드라마, 희망 고문만 될까 [ST이슈]
작성 : 2022년 10월 26일(수) 16:04

각 드라마 포스터 / 사진=KBS2,SBS,디즈니플러스 제공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빙고게임으로 부조리를 해결하는 변호사, 몸 날려 악을 응징하는 검사가 현실에도 있을까. 통쾌함을 안길 순 있어도 다소 판타지스럽다. '우영우' 후 쏟아진 선한 법정 드라마들이 오히려 대중에게 희망고문을 하고 있지 않을지 우려스럽다.

지난 8월 인기리에 종영한 ENA채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천재 변호사 우영우의 로펌 생존기를 그렸다. 법을 통해 좋은 결과를 내고, '결국 선이 승리한다'는 에피소드로 대리 만족을 안겼다.

'우영우' 성공 후 방송사들은 일제히 법을 소재로 한 드라마를 선보였다. 일부 법정 드라마는 '우영우'처럼 뛰어나고 정의로운 법조인을 내세워 히어로처럼 사건을 해결하는 장면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종영한 KBS2 '법대로 사랑하라'는 검사 출신 건물주 김정호(이승기)와 변호사 세입자가 법률 자문을 맡아 사건을 해결해나갔다.

'진검승부'는 불량 검사 진정(도경수)가 부패한 권력과 악의 무리를 응징하는 내용을 담아냈다. 불량검사라는 캐릭터로 몸을 날려 악의 카르텔을 시원하게 척결하고 있다.

SBS '천원짜리 변호사'도 변호사 천지훈(남궁민)가 수임료 천 원에 갑질, 누명, 채무 변제 등 힘없는 의뢰인의 억울함을 대신 해결해주며 활약한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변론이 시작하겠습니다' 역시 두 변호사의 진실 추적기를 그리고 있다.

각 작품 속 사건의 크고 작음에는 차이가 있지만, 선한 법조인들이 법으로 악을 척결한다는 주제를 관통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깔려있는 권선징악 클리셰도 마찬가지다. 어떤 어려운 상황 속에도 갑질, 누명, 비리 등 현실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인과응보 형태로 해결해낸다. 작품 속 메시지로 미뤄본다면 '법은 늘 선한 편'이다.

비밀의 숲 소년심판 / 사진=tvN,넷플릭스 제공


그렇다고 그간 모든 법정 드라마가 권선징악 모티브로 대중의 마음을 움직였을까. tvN '비밀의 숲' 시리즈는 검경 문제를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를 파헤치지만, 조정 협의는 무산된 채 비리를 밝혀내는 것으로 끝난다. 폐단을 척결했지만 지방으로 좌천되는 인물 등을 통해 단순한 인과응보 결말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럼에도 인기에 힘입어 시즌2까지 제작됐고 최고 시청률 9.4%를 기록하며 흥행했다. 검사 황시목(조승우)를 통해 적폐청산을 그러내면서도 현 시대가 풀어야 할 숙제를 역으로 보여준 점이 통했다.

촉법소년 문제를 다뤘던 넷플릭스 시리즈 '소년심판'도 마찬가지다. 형사미성년자 제도를 녹여낸 에피소드로 미성년자는 처벌을 받지 않거나 처벌 수위가 낮다는 소년법의 모순을 시사했다. 실제 사건을 재구성해 본질을 깨지 않으면서도 시대의 답답함을 그려낸 것. 드라마는 넷플릭스 공개 후 2주 연속 글로벌 톱 10 비영어 부문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두 작품은 흥행과 함께 실제 법의 양가성을 보여준 작품으로 꼽히고 있다. 법이 늘 약자의 억울함과 사회적 폐단을 해결하지 않는다는 점을 시사했다. '선한 법이 이긴다'는 현재 법정 드라마의 '결'과는 다른 부분이다. 현실에서 작용하는 법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것이다.

권선징악형 드라마들이 현실이 주는 답답함을 해결하며 대리만족을 안겨줄 순 있다. 하지만 현실로 미루어 본다면 희망고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천원짜리 변호사'만 보더라도 주인공은 몸을 내던지려는 의뢰인을 다리에서 붙잡고 수임료 천 원으로 변호를 맡는다. 사채빚을 대신 변제해주거나, 전과 4범의 소매치기범의 누명도 손쉽게 벗겨준다. 대기업 임원의 갑질 횡포는 빙고 게임으로 응징한다. '법대로 사랑하라' 역시 학교 폭력, 스토킹, 미투 등 현실에선 고질적인 사회 이슈이지만,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손쉽게 해결하고 되갚았다. 이는 현실에서 흔한 일은 아니다.

쏟아져나오는 '정의실현' 드라마로 인해 법에 대한 판타지만 극대화 되진 않을지, 오히려 괴리감만 커지지 않는지 생각해볼 문제다.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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