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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대 노인의 '리멤버', 친일파 척살의 진정성 [무비뷰]
작성 : 2022년 10월 25일(화) 15:24

리멤버 리뷰 / 사진=영화 포스터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제목에서 알수 있듯, 끝없이 관객들에게 무언가를 '리멤버'하라고 외친다. 역사를 잊지 못한 채 살아온 80대 노인의 처절한 복수극은 관객들의 가슴마저 끓어 오르게 한다.

영화 '리멤버'(감독 이일형·제작 영화사 월광)는 가족을 모두 죽게 만든 친일파를 찾아 60년간 계획한 복수를 감행하는 알츠하이머 환자 한필주(이성민)와 의도치 않게 그의 복수에 휘말리게 된 20대 절친 황인규(남주혁)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영화는 한필주와 황인규의 관계에서부터 시작된다. 두 사람은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생 신분으로 처음 만나 우정을 쌓았다.

그런 한필주가 퇴사와 함께 황인규에게 또 다른 아르바이트를 제안한다. 믿고 따르던 한필주를 위해 선뜻 동행하게 된 황인규는 그의 처절한 복수극에 함께하게 된다.

한필주는 가족들의 원수인 친일파들을 한 명씩 처단하기 위해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인다. 황인규는 한필주의 복수를 지켜보며 '과연 사적인 복수는 정당한가'라는 딜레마에 빠진다.

과연 한필주는 자신의 마지막 불꽃을 불태워 복수에 성공할 수 있을까. 황인규는 그런 그를 저지할까, 아니면 지지할까.

리멤버 리뷰 / 사진=영화 스틸컷


'리멤버'에선 친일파로 인해 가족을 잃은 80대 노인의 복수극으로 사적인 복수의 정당성에 대해 끝없이 질문한다. 법의 심판을 피해 간 이들에게 과연 필주가 하는 행위들을 정당화할 수 있는지도 곰곰이 생각하게 만든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피가 끓을 '친일파 처단'이라는 소재를 앞세운 만큼, 작품은 전개 내내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지며 메시지를 남긴다.

그동안 수많은 작품에서 다뤄왔던 '일제강점기' '친일파' 등의 소재지만, 그들을 처단하는 인물이 법이나 후손이 아닌 당사자 80대 노인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특히 이를 연기한 배우 이성민은 그야말로 믿고 볼 수 있다. 실제로 50대인 이성민은 80대 노인의 모든 것을 흡수한 모습이다. 분장을 빼고 봐도 한필주의 걸걸한 목소리, 느릿한 걸음걸이, 구부정한 자세 등은 80대 노인의 모습이다.

여기에 황인규를 대하는 친절한 이웃 한필주부터, 원수를 바라보는 형형한 눈빛의 한필주, 모든 걸 내려놓은 공허한 한필주까지 가지각색의 80대 노인을 완벽하게 소화한다.

다만 아쉬운 점은 복수극의 특성인 '짧고 굵은' 장면들 대신 플래시백과 함께 이어지는 긴 러닝 타임이다.

또한 대부분의 전개들이 예측 가능하다. 한필주의 분노와 원한은 처절하지만, 이를 상대하는 친일파들은 금세 뉘우치고, 쉽게 죽는다.

무엇보다 한필주가 '알츠하이머 환자'로 설정됐지만 이러한 소재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작품 속에서 잠시 깜빡깜빡하는 모습이 있지만, 이는 여느 80대 노인에게서 볼 수 있을 정도의 기억력이다. 기억으로 인해 한차례 위기가 닥치긴 하지만, 굳이 그를 알츠하이머 환자로 설정할 만큼의 개연성은 아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친일파 소재를 다루고 있어 작품이 지닌 가치는 충분하다. 여기에 역사를 기억하는 80대 노인과, 그 시기가 있었기에 존재하는 20대 청년이 만나는 세대 간의 통합 역시 여운을 남긴다. 26일 개봉.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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