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평소 주말 골프를 즐기던 50대 회사원 A씨는 지난 2020년 큰 맘 먹고 골프장 회원권을 구입했다. 코로나19 사태로 해외 여행이 어려워진데다 국내 골프 인구가 늘면서 골프장 예약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회원권 가격이 비싸더라도 '부킹 스트레스'를 피할 수 있다면 이득이라는 것이 A씨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금 A씨는 2년 전 결정을 후회하고 있다. 골프장 회원권이 '돈값'을 못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가장 큰 회원권 구매 이유였던 '부킹 스트레스'는 회원권 구매 이후에도 여전했다. A씨가 회원권을 보유하고 있는 골프장이 일정 비율의 예약을 비회원 또는 단체 예약 등에 배정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회원들이 이용할 수 있는 날짜와 시간대는 제한됐다. 특히 주말 등 황금시간대의 예약 난이도는 대중제 골프장을 이용할 때와 큰 차이가 없었다.
어렵게 골프장 부킹에 성공하더라도 서비스의 질은 이전 대중제 골프장을 이용할 때와 큰 차이가 없었다. 뒷조와의 타이트한 시간 간격 때문에 쫓기듯이 골프를 쳐야 했고, 많은 인원이 이용하는 탓에 코스 상태도 좋지 않았다.
A씨는 "비회원도 이용이 가능한 골프장이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비회원에게 배정되는 시간대가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것 같다"면서 "서비스의 퀄리티에서도 사실상 회원과 비회원의 차이가 없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이와 같은 불편을 겪은 것은 A씨만이 아니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국민신문고에 올라온 골프장 예약 관련 민원은 지난 2019년 94건, 2020년 216건, 2021년 610건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이 가운데는 골프장 회원권을 보유했음에도 권리를 침해당한 회원들의 민원도 다수 포함돼 있다.
한 회원제 골프장은 하루 80여 팀의 부킹 시간 중, 1/4만 회원에게 배정하고 나머지는 비회원이나 단체팀에 배정해 논란을 빚었다. 예약 경쟁이 펼쳐지는 황금시간대를 따로 빼 비회원에게 판매한 사례도 있었다. 골프장이 회원들의 예약 기회 등을 보장해야 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비회원 예약을 위해 시간을 뺀 것이다.
이러한 사례가 늘어나면서 일부 회원제 골프장들이 회원들을 '잡은 물고기' 취급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이미 회원권을 보유한 회원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골프장을 이용할 수 있다. 반면 회원제 골프장을 이용하려는 비회원들은 회원들보다 훨씬 더 비싼 금액을 내야 한다. 때문에 회원제 골프장들이 더 비싼 이용료를 받을 수 있는 비회원들을 더 선호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골프장 호황 기간 동안 회원들을 상대로는 그린피 등 요금 인상이 어려웠지만, 비회원들에게는 상대적으로 요금을 쉽게 인상할 수 있었다는 점도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회원제 골프장들이 이윤 추구에만 몰두하기 보다 이제는 회원들의 권리 보장에 신경을 써야 할 때라는 지적이 나오다.
코로나19로 인한 해외 여행 제한이 풀리면서, 어쩔 수 없이 국내 골프장을 이용해야 했던 골퍼들의 선택지는 크게 늘어났다. 회원임에도 회원의 권리를 찾을 수 없다면 골퍼들의 선택지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제는 회원제 골프장들의 달라진 모습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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