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한주 기자] "가족들 덕분입니다. 시드권을 받아 정말 좋습니다"
유효주(25)가 데뷔 6년 만이자 104번째 출전 대회에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데뷔 첫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유효주는 23일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 컨트리클럽(파72·6492야드)에서 열린 KLPGA투어 위믹스(WEMIX) 챔피언십(총 상금 10억 원) 최종 3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1개를 묶어 5언더파 67타를 쳤다.
이로써 최종합계 10언더파 206타를 올린 유효주는 9언더파 207타의 홍정민, 박도영 등 공동 2위 그룹을 한 타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우뚝 섰다. 우승 상금은 1억8000만 원이다.
2015년 입회한 유효주는 2017년 정규투어에 데뷔한 뒤 2019-2020년 다시 하부투어로 내려갔다. 이후 지난해 정규투어에 복귀했지만 이 대회 전까지 우승과는 거리가 다소 있었다. 최고 성적은 2017년 KB금융 스타 챔피언십에서 올린 3위였으며 올 시즌에는 25개 대회에서 단 한 번도 톱10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러나 이날 '반전'을 일궈내며 생애 첫 우승컵과 입맞췄다.
2라운드까지 선두 한진선에 2타 뒤진 공동 3위였던 유효주는 이날 2번홀(파3)에서 첫 버디를 낚았지만 3번홀(파4)에서 보기를 범했다. 다행히 5번홀(파5)과 8번홀(파4)에서 버디를 올리며 전반에만 2언더파를 기록했다.
선두 경쟁이 한껏 달아오른 후반에도 유효주는 안정적인 경기력을 펼쳤다. 11번홀(파3)과 16번홀(파5)을 버디로 장식하며 공동선두 그룹에 합류했다.
이후 연장 승부가 예상되던 마지막 18번홀(파5). 유효주는 티샷이 살짝 빗나가며 러프로 향했지만 침착하게 세이브했고, 결국 세 번째 샷을 홀컵 30cm 옆에 붙여 버디를 작성해 우승과 마주했다.
유효주는 경기 후 "최근까지 샷이 많이 흔들렸다. 골프를 계속 해야 하나 고민도 했고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가족들 덕분에 이렇게 마음을 다잡고 올라올 수 있었던 것 같다. 또, 2017년과 2018년에 정규투어를 뛰고 이후 2년간 드림투어에서 활동했는데 그때 정규투어 생활을 즐기지 못한 게 많이 후회가 됐다. 그래서 즐기면서 하자고 계속 생각했던 것이 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그는 "드라이버 샷이 흔들렸고 장점이라고 생각했던 아이언까지 흔들려 심리적으로 위축이 됐다. 그러나 최근에 샷 감이 올라왔고 티 샷이 똑바로 가며서 자신감에 붙었다. 그러다 보니 퍼팅까지 잘 떨어졌다"고 대회를 돌아봤다.
당초 유효주는 이번 주 '강제 휴식'을 취할 가능성이 컸다. 이번주 KLPGA 투어에서는 KH그룹 IHQ 칸배 여자오픈이 치러질 예정이었다. 이 대회는 지난 시즌 정규투어 상금 순위 30위 내, 올해 상금순위 상위 순으로 출전 자격이 주어졌는데 유효주는 올해 상금 순위 87위에 그쳐 자격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최사의 사정으로 대회가 취소됐고 신규 스폰서인 위메이드가 새로운 스폰서로 나섰다. 참가 인원이 96명으로 늘어난 가운데 유효주는 가까스로 출전 기회를 잡았고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유효주는 "일단 이렇게 새롭게 개최된 대회에서 우승하게 돼서 정말 행운인 것 같다. 이번 주 대회에 못 나올 수도 있는 그런 상황이었는데 이렇게 새로운 대회가 생기면서 나에게도 기회가 찾아왔고, 우승까지 할 수 있어 정말 기쁘다"고 밝은 미소를 지었다.
최근 4년 연속 시드전을 치렀던 유효주는 이번 대회 전까지만 해도 시드전이 유력했지만, 우승을 차지하며 오는 2024년까지 시드를 확보했다. 상금랭킹도 기존 87위에서 무려 57계단 오른 30위(2억6044만 원)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그가 지금까지 거둔 상금랭킹 최고 순위다.
유효주는 시드전에 대해 "익숙하지만 정말 가기 싫다. 공기 자체가 무겁고 힘들다. 올해도 시드전 갈 준비를 다 해 놨었다"며 "우승한 것도 정말 기쁘지만 시도권을 받은 것도 정말 좋다.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듯한 느낌"이라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유효주의 이번 우승에는 가족의 힘이 컸다. 특히 유효주의 부친 유광수(59)씨는 이번 대회에서도 유효주의 캐디를 맡았다.
유효주는 "(아버지가 캐디를) 루키 때부터 했다. 중간에 전문 캐디도 쓰고 친구들이 캐디를 해주기도 했는데 올해 초 아버지께 부탁해서 계속 같이 하고 있다. 아버지가 캐디를 할 때 우승을 꼭 하겠다고 했는데 이렇게 정말 우승하게 돼서 기쁘다. 두 번째 우승도 아버지만 괜찮다면 아버지와 하고 싶다"고 진심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유효주는 "이제 막 자신감이 올라왔고 시드전에 대한 부담도 없어졌다. 남은 대회에서는 자신감을 가지고 치고 싶다. 골프를 치면서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은 오랫동안 투어를 뛰는 것이다. 홍란이나 안선주처럼 오래오래 투어에 나고 싶다. 그러려면 체력 관리나 자기관리도 열심히 해야 한다.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홍정민, 박도영이 유효주에 1타 뒤진 공동 2위(9언더파 207타)에 오른 가운데 대상 1위 김수지와 신인왕 레이스 1위 이예원(19)은 8언더파 208타로 공동 4위 그룹을 형성했다.
2라운드까지 선두에 나서며 시즌 2번째 우승을 노렸던 한진선은 마지막날 1오버파에 그치며 최종합계 6언더파 210타로 공동 11위에 머물렀다.
[스포츠투데이 이한주 기자 sports@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