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예비신부' 리디아 고(뉴질랜드)가 한국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리디아 고는 23일 강원도 원주시 오크밸리 컨트리클럽(파72/6647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총상금 200만 달러, 우승상금 30만 달러)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8개와 보기 1개를 묶어 7언더파 65타를 쳤다.
최종합계 21언더파 267타를 기록한 리디아 고는 2위 안드레아 리(미국, 17언더파 271타)를 4타 차로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리디아 고가 우승한 것은 지난 1월 게인브리지 LPGA 이후 약 9개월 만이다. 지난 2016년(4승) 이후 6년 만에 한 시즌 다승을 달성한 리디아 고는 LPGA 통산 18승째를 기록했다.
특히 리디아 고는 오는 12월 현대카드 정태영 부회장의 아들 정준 씨와 화촉을 밝힌다. 이번 우승은 가장 특별한 결혼 선물이 됐다.
이날 리디아 고는 3라운드 선두 아타야 티티꾼(태국)에 1타 뒤진 공동 2위로 최종 라운드에 돌입했지만, 2번 홀과 4번 홀에서 징검다리 버디를 낚으며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7번 홀 보기로 잠시 주춤했지만 8번 홀 버디로 만회하며 단독 선두가 됐다.
기세를 탄 리디아 고는 10번 홀과 11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기록하며 공동 2위 그룹과의 차이를 3타로 벌렸다. 김효주와 최혜진, 안드레아 리가 추격을 시도했지만, 리디아 고는 15번 홀부터 17번 홀까지 3개 홀 연속 버디를 기록하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뉴질랜드 국적이지만 한국에서 태어난 리디아 고는 생애 처음으로 한국에서 우승을 차지한 기쁨에 눈물을 보였다. 한국의 가족들이 지켜보는데 차지한 우승이라 더욱 의미가 깊었다.
리디아 고는 "나에겐 큰 의미가 있다. 뉴질랜드 국적이지만 한국에서 태어난 사람으로서 큰 자긍심을 가지고 있다"면서 "한 번이라도 한국에서 우승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간절함 때문에 눈물이 나왔던 것 같다"고 전했다.
리디아 고는 또 "가족 앞에서의 우승은 흔한 경우가 아니라 그분들을 위해 우승하고 싶었다"면서 "아버지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첨으로 LPGA 투어 대회장에 오셨다. 많은 가족이 응원을 해줘서 힘을 받아 우승한 것 같다. 지금 생각해도 울컥하다"고 감격했다.
'예비남편'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리디아 고는 "그분은 멀리에 있든, 한국에 있든 항상 내 마음에 있다"면서 "많은 분들이 축하해주시고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다. 팬분들도 '축하해요'라고 인사를 해주시셨다.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안드레아 리는 최종 합계 17언더파 271타로 준우승을 차지했다. 김효주와 최혜진은 16언더파 282타로 릴리아 부(미국)와 함께 공동 3위에 올랐다. 3라운드 선두 티티꾼은 마지막 날 2타를 잃어 최종합계 13언더파 275타로 6위에 머물렀고, 김민솔과 홍예은은 10언더파 278타로 공동 10위에 자리하며 톱10을 달성했다.
올 시즌을 끝으로 필드를 떠나는 최나연은 마지막 날 4타를 줄여, 최종합계 2언더파 286타로 공동 47위로 LPGA 고별전을 마쳤다. 이날 대회장에는 최나연의 새로운 출발을 응원하기 위해 박인비, 김하늘 등 동료 선수들이 현장을 찾아 눈길을 끌었다.
한편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도 한국 선수가 우승하지 못하면서, 한국 선수들의 LPGA 투어 연속 무승 기록은 13개 대회로 늘어났다.
올해 한국 선수들은 LPGA 투어 29개 대회에서 단 4승에 그치고 있으며, 지난 6월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 전인지가 우승한 것이 마지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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