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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욘더' 신하균 "작품을 통해 소통하고 있어요" [인터뷰]
작성 : 2022년 10월 20일(목) 17:03

욘더 신하균 / 사진=티빙 제공

[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말 잘하는 사람이 부러워서 이 일을 하게 됐어요"

배우 신하균은 자신이 말주변이 없는 편이라고 고백하며 이렇게 이야기했다. 그래서 연기자라는 직업을 선택했다고 말한 그는 타인이 쓴 이야기, 대사를 자신의 입과 몸으로 표현하며 재미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이 컸다고 말했다. "사실 지금도 말하는 게 어려워요. 조리있게 잘 못하겠어요"라던 신하균은 "그래도 작품을 통해 이야기 나누고 소통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고 말했다.

소설 '굿바이, 욘더'(작가 김창환)를 원작으로 하는 '욘더'는 세상을 떠난 아내로부터 메시지를 받은 남자가 그녀를 만날 수 있는 미지의 공간 '욘더'에 초대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작품은 죽은 자의 기억으로 만들어진 세계 '욘더'를 마주한 다양한 군상을 통해 삶과 죽음, 영원한 행복은 무엇인가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던진다.

신하균은 이러한 독특한 소재와 죽음을 통해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는 이야기가 주는 매력에 이끌려 '욘더'를 선택했다. '욘더' 제작발표회에서도 죽음에 대한 해석 그리고 이준익 감독과 작업하는 것에 대한 기대감으로 작품을 선택했다고 밝혔던 신하균. 이번 인터뷰에서도 시나리오에 대한 첫 인상에 대해 묻자 그는 "'익숙할 수 있는데 새롭다'였다. 많은 분들이 관심 가질만한 이야기와 소재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준익 감독님을 통해 어떻게 구현될지 너무 궁금했다. 아무래도 '재현'이 표현을 많이 하는 인물이 아니다 보니 절제된 표현 안에서 감정을 응축시키며 끌고 나가는 부분이 저에게도 도전이었다. 어렵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앞서 이준익 감독은 '욘더'를 남자주인공의 1인칭 심리극이라고 표현했다. 이 때문에 남자주인공 '재현'을 맡은 신하균의 역할 그리고 그에 대한 신뢰를 강조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신하균은 "감독님이 1인칭 심리극이라고 하셨는데, 주연으로서 그런 심리를 끌고 가는 역할을, 큰 표현 없이 해가는 배역을 맡을 수 있다는 게 감사했다. 저에게도 도전이었다"고 이야기했다.

"가져가야 할 감정 라인과 수위가 있는데 이걸 넘치면 안 돼요. '재현'이란 인물은 '폭발'하는 게 없어요. 그 안에서 미세한 감정 표현으로 호흡 하나, 눈의 떨림 하나, 시선 이런 미세한 부분을 집중해서 따라가게 만드는 표현이 중요했죠. 그 선을 타는 게 어려웠어요. 슬프면 슬프고, 화나면 화나는 걸 표현하면 오히려 쉬웠을 텐데, 응축된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집중이 깨지고 '선'을 타는 게 어려웠어요"

'욘더'는 표현이 절제적인 캐릭터에 대해 고민도 있었지만, 작품 촬영 순서와 관련한 또 다른 고충도 있었다. 신하균은 "계절상 욘더(죽은 아내 '이후'를 만나는 가상공간)에서 장면을 먼저 촬영했다. 5~6부를 먼저 촬영하고 거꾸로 촬영해서, 어느 정도 선까지 표현하고 어떤 인물인지 보여줄지가 어려웠다"며 "감독님도 그런 부분에서 고민이 많았다" 밝혔다. 욘더에서 행복한 순간들이 많은데, 그런 걸 먼저 찍고 나니 역으로 아내의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 때문에 고민이 깊었던 것. 다만 "오히려 새롭게 표현되는 등 득이 된 부분도 있는 거 같다"고 덧붙였다.

작품은 죽음과 삶에 굉장히 맞닿아있다. 멀지 않은 미래를 배경으로 한 '욘더'는 작품 초반에도 '안락사'에 대한 이야기가 언급된다. 그렇다면 신하균은 '죽음' 그리고 '안락사'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그는 "저 정도 나이 되면 한 번쯤 생각해볼 거다. 사실 '끝'이라고 생각한다. (촬영 후) 제 죽음에 대한 생각이 변한 건 거의 없다"면서 "그런데 이제 죽음 이후에 세계에 대해 무언가를 그리는 것보다 ('욘더'는) 죽음을 통해 지금을 어떻게 사느냐에 대해 고민하는 이야기라, 제가 살아가는 생각과 비슷하다. 저는 '지금 최선을 다해 행복하게 살자'란 주의다. 미래보다는 현실에 충실하게 살고 있다 죽음도 그렇게 맞이할 거 같다"고 말했다.

또한 신하균은 '욘더'를 통해 삶과 죽음만 아니라 '기억'에 대한 생각도 깊어졌다. 고인의 기억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가상세계 욘더. 작품은 기억이라는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가상세계에 구현된 사람도 '진짜'인가 질문을 던진다. 작품 초반 '재현' 역시 욘더에서 만난 죽은 아내 '이후'를 진짜인지 아닌지 고민한다.

신하균은 "재현이 아닌 저라는 사람은 사실 그 기억과 내 기억이 같을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든다. 같은 기억도 상대방의 감정과 내 감정이 같은 부분이 많을까? 같은 기억에 감정이 서로 다르다면 믿을 수 있을까?"라고 자신에게 질문을 던졌다.

욘더 신하균 / 사진=티빙 제공


그렇기 때문에 신하균은 '재현'에 공감하기보다는 재현을 연기하는 '배우'로서 자신의 몫을 생각하며 작품에 임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야기에 공감을 많이 하고 캐릭터를 만들어 나가고 표현할 때는 외적인 부분을 더 많이 생각한다. '캐릭터'에 공감하는 것보다 '이야기'에 공감해 참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캐릭터가 생각하는 부분과 좀 다르더라도 그 인물이 해야 할 몫을 표현하는 게 배우의 몫이다"고 설명했다.

연기에 몰입하다 보면 계산하지 않은 감정이 배우 스스로도 예상치 못하게 흘러 넘칠 때가 있다. 신하균은 연기 중 예상치 못하게 눈물을 흘렸다고 털어놓으며 "(재현이) 눈물도 없을 거라 생각하고 그 정도로 건조하고 미니멀한 표현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결과물을 보니 그 정도 표현이 맞았다고 생각했다. 눈물로 인해 표현되는 부분이 굉장히 커서, 스토리 초반과 후반에 딱 두 번 눈물을 흘리는데 적절하게 나온 거 같다"고 이야기했다.

이러한 깊은 몰입과 연기력으로 '연기 잘하는 배우'라고 칭송을 받는 신하균이지만, 그에게도 매번 처음은 어렵기만 하다. 신하균은 "항상 어렵다. 처음 시작할 때는 막막하다"면서도 "도전해보는 걸 좋아해서 안 해본 거, 독창적이고, 제 능력에서 벗어나는 거라도 도전해본다"고 말했다. 다만 호기롭게 시작하더라도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막상 또 하다 보면 이게 맞나? 싶고, 결정이 잘못된 게 느껴지면 반성하고 그러는 편이다. 제 성격이 그래서 그렇다"며 웃었다.

베테랑인 그에게도 항상 어려운 연기지만, 모든 작품에서 배웠듯 이번 '욘더'를 통해서도 얻은 게 있다고. 신하균은 "절제된 감정 안에서 이야기를 끝까지 끌고 나가는 역할을 아직 안 해본 거 같다. 그런 부분을 경험했다는 게 이번 작품을 통해 얻어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의 연기가 항상 만족스러울 수만은 없다. 신하균 역시 "항상 완벽할 수도 없고 보면 허점도 많이 보인다. 배우들이 끝나면 아쉽다고 얘기하는 게 그런거다. 각자 연기를 봤을 때 오는 '흠'이 눈에 먼저 보이는데 그걸 바꿀 수 없으니 굉장히 괴롭다"면서 대신 "다음엔 같은 실수하지 말고 나은 연기해야겠다란 생각이 드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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