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세계 최강을 자부하던 한국 여자골프는 올해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올 시즌 펼쳐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8개 대회 가운데 단 4개 대회에서만 정상에 올랐다. 특히 지난 6월 전인지가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이후 12개 대회 연속 승전보를 전하지 못했다.
한국 여자골프는 국내에서 개최되는 유일한 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자존심 회복에 도전한다. 세계랭킹 1위이자 디펜딩 챔피언 고진영을 비롯해, 김효주, 김세영, 최혜진 등 L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한국 선수들이 대거 출전해 우승을 노리고 있다.
그런데 16세의 아마추어 김민솔(수성방통고1)이 쟁쟁한 언니들을 제치고 한국 여자군단의 선봉에 섰다.
김민솔은 20일 강원도 원주시 오크밸리 컨트리클럽(파72/6647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총상금 200만 달러, 우승상금 30만 달러) 1라운드에서 버디 9개와 보기 1개를 묶어 8언더파 64타를 쳤다.
김민솔은 선두 아타야 티티꾼(태국, 9언더파 63타)에 1타 뒤진 2위에 자리하며, 이번 대회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현재 국가대표 상비군인 김민솔은 지난 7월 블루원배 한국주니어골프선수권대회 여자 고등부 우승을 차지하며 주목을 받았다. 9월에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OK금융그룹 박세리 인비테이셔널에 추천선수로 출전해 공동 16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번 대회에 대한골프협회가 추천한 특별 초청선수로 출전 기회를 잡은 김민솔은 언니들 못지않은 날카로운 샷과 퍼트를 뽐내며 선두권에 이름을 올렸다.
만약 김민솔이 이번 대회에서 우승한다면 LPGA 투어 직행 티켓을 얻을 수 있다. LPGA 투어에서는 만 18세 이상의 프로 선수에게만 회원 자격이 주어지지만, 리디아 고(뉴질랜드) 등이 특별 승인을 통해 LPGA 투어에 입성한 전례가 있다.
10번 홀에서 출발한 김민솔은 첫 홀부터 버디를 낚으며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12번 홀에서 보기를 범했지만, 15번 홀과 17번 홀에서 징검다리 버디를 낚으며 다시 기세를 올렸다.
상승세를 탄 김민솔은 3번 홀부터 6번 홀까지 4개 홀 연속 버디를 성공시키며 순식간에 선두로 도약했다. 이후 8번 홀과 9번 홀에서도 연속 버디를 기록하며 선두에 자리한 채 경기를 마쳤다.
다만 김민솔보다 늦게 경기를 시작한 티티꾼이 9언더파 63타의 성적으로 1라운드를 마무리하면서, 김민솔은 2위에 자리했다.
김민솔은 "이렇게까지 좋은 성적을 낼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하나하나 풀어가다보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면서 "샷감이 좋아서 짧은 버디 퍼트 찬스가 많이 나왔고, 버디를 잘 만들었던 것 같다"고 경기를 돌아봤다.
고진영과 전지훈련에서 같은 방을 썼다는 김민솔은 "진영 언니가 많이 챙겨주셨고, 많이 배울 수 있어서 큰 도움이 됐다. 정말 감사드리고, 남은 시합 같이 파이팅했으면 좋겠다"고 응원을 보냈다.
마지막으로 김민솔은 "현재에 집중해서 치는 것, 열심히 치는 것이 제일 중요할 것 같다"면서 "공격적으로 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너무 과감하게 치면 한순간에 타수를 확 까먹을 수 있는 코스인 것 같다. 집중해서 플레이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세계랭킹 2위이자 신인상 레이스 1위를 달리고 있는 티티꾼은 1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이글 1개와 버디 7개를 몰아치며 9언더파 63타로 선두에 자리했다. 올 시즌 LPGA 투어에서 2승을 수확한 티티꾼은 한국에서 3승에 도전할 기회를 잡았다.
김아림과 홍예은, 안드레아 리(미국)는 각각 6언더파 66타를 기록하며 공동 3위 그룹을 형성했다. 리디아 고(뉴질랜드)와 릴라 부, 앨리슨 리(이상 미국)가 4언더파 68타로 그 뒤를 이었다.
김효주와 박성현, 최혜진 등은 3언더파 69타로 공동 9위, 최운정과 안나린, 강혜지, 이민지(호주), 대니얼 강(미국), 유카 사소(일본) 등은 2언더파 70타로 공동 19위에 랭크됐다.
한편 두 달 만에 필드에 복귀한 고진영은 8오버파 80타로 전체 78명의 출전 선수 중 공동 76위에 머물렀다. 전반에는 버디 3개와 보기 2개로 무난한 출발을 했지만, 후반 들어 보기 4개와 퀸튜플 보기를 범하며 급격히 무너졌다.
이번 대회에서 세계랭킹 1위 수성과 타이틀 방어에 도전했던 고진영은 선두 티티꾼과의 차이가 벌써 17타까지 벌어지며 최악의 출발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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