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준의 게임이야기]배우 마동석과 김인권이 게임 광고에? 선뜻 상상할 수 없는 이들의 등장이 최근 게임업계에 새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마동석은 웹젠의 MMORPG '플라곤', 김인권은 아이엠아이의 MMORPG '서유기 온라인'의 홍보모델을 맡았다. 이들은 각자의 이미지를 제대로 살린 각종 영상과 사진들로 게임 프로모션에 앞장서는 중이다.
사실 스타마케팅이 업계에 자리 잡은 건 한참 전의 일이다. 하지만 그간 업계는 인기 아이돌 가수 등 젊은층에게 친숙한 이들을 선택해왔다. 이는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없애 접근성을 높이기 위함. 팬들은 게임과 전혀 상관관계가 없을 것 같은 스타들의 모습에 반가운 한편 어리둥절해야 했다.
마동석과 김인권의 등장은 단순한 허들 낮추기 이상으로 각 작품 자체의 특성을 잘 살린 캐스팅이다. 무리하게 스타를 기용하는 것보다 부담도 덜하고 더 효과적이기 때문. 이런 게 가능하다는 건, 게임이 보편화되면서 광고도 TV 속 가전제품이나 기타 생필품 광고들 못지않게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는 증거다.
▲ '플라곤' 마동석, 30-40대의 RPG 향수 자극…'내가 그냥 터프가이로 보이니?'
마동석(위)과 '플라곤' 스크린샷 /웹젠 제공
배우로서 마동석의 이미지는 상당히 거칠다. 조금 멀리 보면, 그는 지난 5월 김기덕 감독의 영화 '일대일'에서 피비린내를 몰고 다니는 그림자리더 역할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최근에는 OCN '나쁜녀석들'에서 괴력을 지닌 강력범 박웅철로 등장하기도 했다. 체구 자체도 크거니와 오랜 운동으로 다져진 근육은 마동석에게 그러한 강렬한 존재감을 선사해왔다.
하지만 '플라곤' 프로모션 동영상에서 그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인다. 그는 딱 봐도 억센 성인 남성이지만 의외로 게임을 좋아하고, 이를 못하게 저지하는 매니저를 오히려 다그치는 아이 같은 면도 가지고 있다. 이런 그의 모습은 RPG 1-2세대 유저들인 지금의 30-40대를 형상화한 것. 이들은 '플라곤'이 주요 타깃으로 잡고 있는 고객층이기도 하다.
사실 한국의 30-40대는 제대로 된 온라인게임 문화의 첫 번째 수혜자다.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다양한 게임들을 통해 청소년기를 보냈기 때문. 온라인게임과 전혀 접점이 없는 기존의 기성세대나 반대로 너무나 익숙한 요즘 세대 사이에서 마동석의 이중적인 면모처럼 독특한 중간 계층을 형성하고 있다.
▲ '서유기 온라인' 김인권, 코믹 코드 하나로 콘텐츠 관통…'유쾌+상쾌+통쾌'
김인권은 신들린 코믹연기로 대중에게 익숙한 영화배우다. 그는 '조폭마누라' '해운대' '방가?방가!' '타짜: 신의 손' 등 유명 작품들에서 서민적이면서도 익살스러운 캐릭터를 연기해왔다. 명품 조연으로서 손색없는 연기력을 갖춘 그는 MMORPG '서유기 온라인' 광고에서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 삼장법사 등 다양한 캐릭터로 분해 일인다역을 소화해냈다.
김인권의 연기는 특히 게임의 주인공 격인 손오공의 캐릭터를 표현해내는 데 효과적이었다. '서유기 온라인'의 원작인 중국 고전 소설 '서유기'에서 손오공은 보물을 훔치고 싸움을 일삼으며 하늘나라를 어지럽힌 천방지축 말썽꾼. 김인권의 경력은 그런 손오공의 모습을 담아내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실제로 관계자에 의하면 그는 특유의 익살로 촬영장 분위기를 주도하며 작업 내내 유쾌함을 감추지 못 했다는 후문이다.
김인권은 이에 대해 "어린 시절 게임을 좋아했던 내가 배우가 된 것은 우연이 아닌 것 같다. 영화와 게임 모두 가상 환경 속에서 내가 아닌 캐릭터로 살아간다는 공통점을 가졌다"라며 "게임이 종합 예술이라는 데 공감한다. '서유기 온라인'처럼 잘 만들어진 게임을 보면 그저 감탄할 뿐이다.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게 게임의 세계"라고 홍보모델로 발탁된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 게임 광고에 뛰어는 영화배우들, 활동 저변 넓힐까…대중의 반응은?
두 명품 배우의 활약에 대중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두 남자의 프로모션 프로젝트는 합격점을 받았다. '플라곤'을 퍼블리싱하는 웹젠의 한 관계자는 "평가가 결코 나쁘지 않았다. 그간 보여온 것과 상반된 마동석의 모습에 유쾌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라며 '플라곤' 홈페이지를 찾은 게이머들의 반응을 전했다.
'서유기 온라인'의 아이엠아이 측도 "부정적인 평가는 거의 없었다"라며 "김인권과 게임이 주는 이미지가 서로 조화를 잘 이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라고 밝혔다.
적시적소. 마동석과 김인권의 게임 모델로서의 활약은 한 마디로 이처럼 표현될 수 있다. 광고에서는 역시 제품과 모델의 '싱크로율'이 생명 아니겠나. 게임이 좀 더 생활 곳곳에 밀접해져 젊은층의 전유물이 아니게 되면, 더욱 다양한 배우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게임이 보다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종합 콘텐츠로 발돋움할 날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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