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국내에서 열리는 유일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은 다양한 볼거리로 국내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 중 가장 큰 볼거리는 LPGA 투어 선수들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선수들의 자존심 대결이었다.
초대 대회인 2019년에는 KLPGA 투어의 장하나가 LPGA 투어의 대니얼 강(미국)과 3차 연장까지 가는 승부 끝에 승리하며 초대 챔피언에 등극했다. '절친'으로 알려진 두 선수이지만, 필드에서는 양보 없는 치열한 맞대결을 펼치며 명승부를 연출했다.
2021년에도 LPGA 투어의 고진영이 KLPGA 투어의 임희정의 우승 경쟁이 펼쳐졌다. 고진영은 국내 팬들 앞에서 세계 최정상급의 플레이가 무엇인지를 보여줬고, 임희정은 연장전까지 73홀 노보기 플레이를 펼치는 저력을 발휘했다. 결국 고진영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한국 선수 LPGA 투어 200승이라는 대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다만 올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는 LPGA 투어와 KLPGA 투어의 자존심 대결을 볼 수 없다. KLPGA 투어 선수들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 출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은 LPGA 투어 대회이지만, 국내에서 열리는 만큼 그동안 KLPGA 투어가 로컬 파트너로 참여해 왔다. 때문에 매년 30명의 KLPGA 투어 선수들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 출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LPGA 투어와 KLPGA 투어 간의 이견이 생겼고, 결국 KLPGA 투어가 로컬 파트너에서 빠지게 됐다.
KLPGA 투어는 같은 기간 평창 알펜시아CC에서 KH그룹 IHQ 칸배 여자오픈을 신설했다. 또한 "협회 회원 중 LPGA 투어 시드권자가 아닌 경우,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 출전할 수 없음을 양지하길 바란다. 이를 어길 경우 상벌분과위원회 규정에 근거해 징계가 부과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으며, 사실상 KLPGA 투어 선수들의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출전을 봉쇄했다.
이러한 KLPGA 투어의 결정은 지나치게 폐쇄적이고 선수들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하지만 이러한 비판에도 KLPGA 투어는 꿈쩍하지 않았다. KH그룹 IHQ 칸배 여자오픈이 후원사 사정으로 인해 취소됐지만, KLPGA 투어는 다시 후원사를 구해 위믹스 챔피언십을 같은 장소, 비슷한 기간(10월 21-23일)에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결국 차로 불과 1시간 여 거리에서 2개의 여자골프 대회가 동시에 열리게 됐다.
가장 큰 피해자는 KLPGA 투어 선수들이 됐다. KLPGA 투어 선수들에게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은 해외에 나가지 않더라도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쟁하며 배울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만약 우승을 한다면 LPGA 투어 직행 티켓까지 얻을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LPGA 투어와 KLPGA 투어의 갈등에 선수들이 가장 큰 피해자가 되고 말았다.
한편 이번 대회에는 세계랭킹 1위 고진영과 2위 아타야 티티꾼(태국), 3위 이민지(호주)가 모두 출전해 골프팬들의 눈길을 끈다. 김효주, 김세영, 최혜진 등 LPGA 투어에서 활약 중인 대부분의 한국 선수들도 출전해 국내 팬들 앞에서 우승을 노린다. 또한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최나연은 LPGA 투어 고별전을 갖는다.
[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sports@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