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투데이 이한주 기자] "3년 안에 한국시리즈(KS)를 가보겠습니다"
두산 베어스의 지휘봉을 잡은 이승엽 신임 감독이 당찬 포부를 드러냈다.
1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는 두산 이승엽 신임 감독의 취임식이 열렸다. 많은 미디어 관계자들로 붐빈 가운데 두산 구단 박정원 회장과 전풍 사장, 김태륭 단장, 주장 김재환은 모두 참석해 이 감독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 등번호로 77번을 선택한 이 감독은 당장 내일(19일)부터 두산의 마무리 훈련을 진행한다.
이승엽 감독은 현역시절 스타플레이어로 이름을 날렸다. 1995년 삼성 라이온즈에서 프로에 데뷔한 이 감독은 2017시즌까지 통산 1096경기에서 0.302의 타율과 467홈런 1498타점을 올렸다. 2003년에는 56개의 아치를 그리며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통산 홈런 순위와 한 시즌 최다 홈런은 아직도 깨지지 않은 '불멸의 기록'으로 남아 있다. 2004년부터 2011년까지 일본프로야구(NPB)에서 뛴 이 감독은 8년 간 두 차례의 재팬시리즈 우승을 경험하기도 했다.
이 감독의 활약은 국제대회에서도 이어졌다. 올림픽 금메달 1개(2008년), 동메달 1개(2000년), 아시안게임 금메달 1개(2002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3위(2006년) 등의 성과를 이끌며 '국민 타자'로 불렸다. 은퇴 후에는 KBO리그 해설위원으로 견문을 넓혔으며, 재단법인 이승엽야구장학재단을 운영해 풀뿌리 야구 문화 정착에 힘썼다. 다만 코치 등 현장 지도자 경험은 전무하다.
이 감독은 취임사를 통해 "세 가지 키워드를 강조하고 싶다. 첫 번째는 기본기다. 현역시절 홈런타자 이미지가 강했지만 선수 이승엽은 항상 기본에 충실했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디테일이다. 디테일에 강한 일본야구를 경험하며 그 철학은 강해졌다. 기본기는 땀방울 위에서 만들어진다"며 "선수시절 만났던 두산은 탄탄한 기본기로 상대 팀을 압박했던 팀이다. 허슬 두의 팀 컬러를 다시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가을야구 진출은 물론 V7의 토대도 거기서 시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감독은 "마지막은 팬"이라며 "아무리 강한야구, 짜임새 있는 야구라도 팬이 없으면 완성되지 않는다. 그라운드 안에서는 팬에게 감동을, 밖에서는 낮은 자세로 다가서는 팬 퍼스트 정신의 두산을 만드는 게 목표다.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저는 선수 때 크고 작은 실수를 했다. 실수를 했기에 또 얻는 게 있는 것 같다. 팬들에게 더 낮은 자세로 가겠다. 선수 때 더 가깝게 못 갔지만 이제는 여유를 가지고 팬들에게 다가서는 '동네 아저씨'처럼 편안한 감독이 되고 싶다"고 전했다.
이 감독과 함께할 코칭스태프 윤곽도 드러났다. 두산은 전날(17일) 전 삼성 감독 김한수 수석코치와 고토 고지 코치, 조성환 코치를 영입했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김한수 수석코치에 대해 "김한수 코치는 처음 프로에 왔을 때부터 팀 메이트였다. 선수 시절에는 주장, 그리고 일본에서 돌아온 2011년에는 코치, 은퇴할 때(2017년)는 감독이었다. 여러 역할로 만나본 사람이다. 알고 지낸 시간이 많은 만큼 서로 너무 잘 알고 있다. 선수 은퇴 후 지도자가 됐을 때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고 기회가 왔다. 지도자 경험이 없는 내게 큰 도움이 될 사람"이라고 믿음을 드러냈다.
또한 이 감독은 "고토 코치는 몇년 전 두산에 있었던 분이었고 올해에는 요미우리 자이언츠라는 명문 팀에 있었다. 대화를 나눠보니 선수들과의 융화가 잘 된 지도자이며 선수들도 신뢰하고 있는 듯 했다. 그래서 구단에서 추천했을 때 흔쾌히 알겠다고 했다. 조성환 코치도 나와 동년배다. 롯데 자이언츠 시절부터 많이 봤다. 올해 한화 이글스에서 코치로 활약했는데 이 친구라면 좋은 팀을 함께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많은 관계자들 뿐 아니라 야구팬들은 이 감독이 사령탑 생활을 시작하게 되면 당연히 친정 팀인 삼성에서 출발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 감독은 두산의 유니폼을 입게 됐고 많은 삼성 팬들은 허탈해 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삼성은 16대 감독으로 박진만 감독을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이 감독은 "삼성에서 받았던 큰 사랑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항상 가슴 속에 가지고 있겠다"며 "박진만 감독은 저와 동년배다. (2000) 시드니 올림픽부터 (2008) 베이징 올림픽까지 (한국의 성적이) 좋았던 국제 무대에서 함께 뛰었던 좋은 친구다. 이제는 적으로 만나게 됐다. 친구보다는 팀을 먼저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두산의 승리를 위해 뛸 것이며 박 감독도 삼성의 승리를 위해 뛸 것이다. 우리 동년배 감독들이 중심이 돼 떨어진 프로야구 팬 발길을 조금이라도 더 야구장으로 불러모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코치나 지도자 연수 등의 경험이 전무하기 때문에 많은 관계자들은 이 감독의 취임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이 감독은 이에 대해 "지금 내게 가장 많이 붙는 단어가 '초보감독'이다. 코치 경험도, 지도자 연수도 받은 적이 없다. 하지만, 2023시즌이 시작되면 지금의 평가를 '준비된 감독'으로 바꾸겠다. 나는 현역 23년 동안 야구장 안에서, 은퇴 후 5년간 야구장 밖에서, 28년 동안 오직 야구만을 생각했다. 그러면서 언젠가 찾아올 수 있는 '감독 이승엽'을 준비해왔다. 모두가 '쉽지 않은 도전'이라고 말씀하신다. 그러나 자신이 없었다면 이 도전을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승엽 감독은 어떤 지도자가 되고 싶고 어떤 색깔의 야구를 선보일까.
이 감독은 "23년 동안 수많은 감독님을 모셨다. 감독님들의 장점도 있고, 개인적으로 볼 때는 납득하기 어려운 면도 있었다. 선수 때 느꼈던 감독님들의 장점을 뽑아서 이승엽 감독다운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며 야구 스타일에 대해서는 "단정해서 말하기 어렵다. 야구라는 종목이 한 시즌 144경기를 하는 동안 수백, 수천, 수만 가지 상황이 발생한다. 때로는 스몰볼, 때로는 롱볼 등 상황에 맞는 야구를 하겠다. 주자가 3루에 있을 때, 상대 야수진이 뒤에 있으면 스퀴즈 번트로 1점을 내고, 전진 수비를 하면 희생플라이를 치는 야구를 하고 싶다. 물론 말처럼 쉬운 건 아니다. 현재 상황을 읽으면서 하는 플레이가 필요하다. 이 부분도 선수들에게 강조하고 싶다"고 했다.
현재 두산에는 투수 이영하와 김유성 등 학교폭력 관련 이슈가 있다. 2016년 두산에 입단한 이영하는 선린인터넷고 시절 1년 후배 조 모씨를 특수 폭행, 강요, 공갈한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기소 돼 법정 싸움을 하고 있다. 현재 이영하는 관련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어 긴 싸움이 예상된다.
두산이 올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9순위로 지명한 김유성은 2년 전이었던 2020년 8월 신인 드래프트에서 NC 다이노스의 지명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그 후 중학교 시절 학교 폭력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당시 여론이 악화되자 NC는 지명 철회를 택했고 김유성은 고려대 진학을 택한 끝에 두산의 유니폼을 입게 됐다.
김유성은 현재 학교폭력 관련 징계는 모두 받은 상태이지만 아직 피해자 측과는 합의하지 못했다. 때문에 많은 야구 팬들은 두산에게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이 감독은 이와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김유성은 충분히 사과와 화해를 하려 하고 있다고 들었다. 피해자 부모님께서 어떤 생각이실지 모르겠지만 잘 해결이 됐으면 한다. 필요하면 나도 함께 가서 사과를 드리겠다. 진심으로 김유성이 피해자께 사과를 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어 이 감독은 이영하에 대해서는 "구단으로부터 시간이 조금 필요하다고 들었다. 감독 입장에서는 좋은 선수들이 빨리 합류해 좋은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 하지만 지도자가 할 일은 많지 않은 것 같다"며 "선수들이 빨리 해결해 팀으로 복귀했으면 좋겠지만, 그 전에 가장 중요한 건 피해자들께 진심어린 사과를 드리고 화해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두산은 2015년부터 지난시즌까지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위업을 달성했지만, 올해에는 60승 2무 82패에 그치는 부진 속에 9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이 감독은 "두산의 모든 부문을 강하게 만들고 싶다. 올 시즌 두산의 팀 평균자책점은 4.45, 팀 타율은 0.255다. 특히 실책이 117개로 많았다. 실책이 나오면 경기의 향방이 갑자기 바뀐다. 홈런과 안타를 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팀의 실수로 실점하지 않아야 한다. 수비를 보강해 더 단단한 야구를 하고 싶다"며 "내야수 안재석을 유심히 봤다. 충분히 스타가 될 자질이 있는 선수다. 아직 잠재력을 모두 발휘하지는 못했다. 상대 팀에서 볼 때 상대하기 까다로운 타자로 만들고 싶다. 투수에서는 정철원이 올 시즌 좋은 투구를 했다. 더 보여줄 것이 많은 투수라는 것을 증명했으면 한다"고 두 선수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날 취임식을 통해 시작을 알린 '이승엽호'는 당장 내일(19일)부터 마무리 훈련을 실시한다. 이 감독은 "일단 선수 파악부터 해야 한다. 며칠 정도는 선수들과 대화를 할 생각이다. 2022시즌 9위를 하면서 많은 문제점이 노출됐다. 올해 문제가 무엇이고, 실패 원인은 무엇인지 파악하겠다. 나는 선수 시절 많은 훈련을 했다. 감독으로서도 반복훈련을 강조할 생각이다. 훈련이 돼 있지 않으면 실전 같은 긴장감이 넘치는 상황에서 자연스러운 플레이가 나오지 않는다. 두산은 7년 동안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마무리 캠프를 할 시간이 거의 없었다. 어쩌면 지금은 재도약할 기회이기도 하다"고 했다.
"소통하는 감독이 되겠다. 프런트, 코칭스태프와 대화를 자주 하겠다. 선수들에게는 경기장에서는 엄격하지만, 경기장 밖에서는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감독이 되고 싶다"고 밝히기도 한 이 감독은 마지막으로 "꿈에 그리던 감독 유니폼을 입었다. 이제는 더 높은 곳을 향해서 달려가야 한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낼 것이다. 계약 기간 3년 안에 한국시리즈에서 야구를 해보고 싶다. 한국시리즈에 진출한다면 감독으로서 첫 번째 목표는 달성할 것 같다. 열심히 준비해서 3년 안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하겠다"고 당차게 말했다.
[스포츠투데이 이한주 기자 sports@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