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채민 기자]연극의 장점으로 많은 이들이 생동감을 꼽는다. 드라마나 영화와 달리 연극은 무대와 객석이 함께 호흡하기에, 배우들의 연기가 손에 잡힐 듯 생생하다. 그래서 누군가는 연극을 생방송과 비교하기도 한다.
장르의 우열을 가리기 힘들지만 사실 드라마나 영화 시스템에 익숙해진 배우들이 연극 무대에 도전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작업 방식이 크게 차이 남은 물론이고, 이미 유명세를 탄 배우들이 연극 작업에 쏟아 부을 수 있을 만큼의 시간이 여건상 많지 않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제약이 따름에도 불구하고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활약하고 있는 대세 배우들이 연극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배우 송일국·강혜정·공효진이 그 주인공이다.
배우 송일국은 지난 27일 막을 올린 연극 '나는 너다'(극본 정복근, 연출 윤석화)에 안중근·안준생 1인 2역으로 출연 중이다. 안중근 의사 서거 105주년 기념 연극인 이 작품은 안중근 장군의 영웅적인 업적뿐만 아니라 그 이면에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던 생애 전반을 재조명한다. 특히 친일파로 훼절된 삶을 살아야만 했던 안중근의 막내아들 안중생의 삶을 무대 위로 옮겼다.
송일국은 너무나도 다른 삶을 살았던 안중근과 안준생의 삶을 심도 있고 진중한 연기로 풀어나간다. 극적인 삶을 살았던 두 인물을 한 무대에서 모두 표현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도전이다. 안중근 장군의 뜨겁고도 숭고한 삶을 연기함과 동시에 친일 행적으로 조국의 변절자가 된 안준생의 좌절과 굴욕적인 삶을 연기해야 한다.
지난 2010년 초연 된 '나는 너다'로 연극무대에 데뷔한 송일국은 당시 드라마 '주몽' '바람의 나라' '신이라 불리는 사나이' 등으로 무척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올해도 역시 다르지 않다. 예능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하며 '삼둥이' 아빠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시점에 의리를 지켰다. 그의 선택이 박수를 받는 이유다.
다음달 3일 막을 올리는 연극 '리타'(연출 황재헌)에도 우리에게 친숙한 두 명의 여배우가 등장한다. 배우 강혜정과 공효진은 '리타' 역에 더블 캐스팅돼 서로 다른 매력의 주인공을 연기할 예정이다.
'리타'는 영국의 가장 권위 있는 로열 셰익스피어 극단에 의해 초연된 작품이다. 주부 미용사 리타가 뒤늦게 배움에 대한 열망을 가지고 개방대학에 입학해 그곳에서 권태로운 삶에 빠져있던 프랭크 교수를 만나 두 사람이 서로를 변화시켜 가는 과정을 그린다.
강혜정은 이 작품으로 연극 무대 복귀를 알렸다. 지난 2010년 공연한 '프루프' 이후 4년 만이다. 공효진은 '리타'로 연기 인생 15년 만에 처음으로 연극에 도전한다. 특히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이후 차기작으로 연극을 선택해 화제를 모았다.
두 사람의 캐스팅 소식이 전해진 뒤 '리타'는 남다른 관심을 받고 있다. 이는 실제 티켓 예매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리타'는 1차 티켓 오픈 이후 한 차례 매진을 기록했으며, 현재까지도 예매율 1, 2위를 다투며 상위권에 랭크돼 있다.
송일국·강혜정·공효진의 도전으로 2014년 연말, 연극가는 극장가만큼이나 뜨거운 겨울을 맞았다. 상대적으로 친숙하지 않은 장르로 평가받는 연극의 대중화에 대한 기대가 모인다.
이채민 기자 chaemin10@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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