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투데이 이한주 기자] 막내 에이스 소형준(21·KT위즈)이 위기에 몰린 마법사 군단을 구해냈다.
KT는 13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 와일드카드 결정전 KIA 타이거즈와의 1차전에서 6-2로 이겼다.
정규리그 4위로 1승의 이점을 안고 있었던 KT는 이로써 준플레이오프(5판 3선승제)에 진출하게 됐다. 준플레이오프 상대는 정규리그 3위 키움 히어로즈다.
사실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을 앞두고 KT의 분위기는 좋지 못했다. 시즌 막판까지 3위를 수성했지만 최종전이었던 지난 11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5-6으로 패하며 4위로 추락했다. 게다가 하루 밖에 휴식을 취하지 못하며 체력적인 부분에서도 KIA에 열세였다. 단 1승만 올리면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었지만, 상당히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
이런 와중에 정규리그에서 13승 6패 3.05의 평균자책점을 올렸지만, 만 21세에 불과한 소형준이 선발의 중책을 맡게 됐다. 경기 전 만난 KT 이강철 감독은 소형준에 대해 "어리지만 포스트시즌 경험이 많다"고 신뢰를 드러냈다. 소형준은 이날 경기 전까지 총 세 번의 포스트시즌 경기에 출전해 15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단 1점만 내주는 짠물투를 선보인 바 있다.
소형준은 사령탑의 믿음에 완벽 부응했다. 1회초 류지혁과 이창진, 나성범을 각각 1루수 땅볼과 우익수 플라이, 유격수 땅볼로 묶으며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2회초에는 소크라테스 브리토를 투수 땅볼로 처리한 뒤 최형우와 김선빈에게 연속 삼진을 낚아냈다.
3회초에도 호투는 계속됐다. 황대인과 박동원, 박찬호를 각각 우익수 플라이와 3루수 땅볼, 2루수 땅볼로 유도했다.
4회초가 다소 아쉬웠다. 선두타자 류지혁에게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맞았다. 이어 이창진은 유격수 땅볼로 잡아냈지만 나성범에게 우전 안타를 맞아 1사 1, 3루에 몰렸고 결국 소크라테스에게 1루수 옆으로 빠져나가는 1타점 적시타를 허용, 첫 실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무너지지는 않았다. 이후 최형우를 1루수 땅볼로 이끈 뒤 김선빈에게 볼넷을 내주며 2사 만루에 몰렸지만 황대인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추가 실점을 막았다.
소형준은 5회초에도 실점했다. 박동원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낸 후 박찬호에게 중전 안타를 맞았다. 이후 류지혁을 유격수 땅볼로 처리한 후 이창진에게도 1루수 땅볼 타구를 이끌어내며 이닝을 끝내는 듯 했지만 1루 베이스 커버에 들어간 소형준 본인이 볼을 놓쳤다. 그 사이 2루주자 박찬호는 홈을 파고들었다. 나성범을 2루수 땅볼로 유도하며 추가 실점은 하지 않았다.
6회초에도 마운드에 올라온 소형준은 소크라테스를 낫아웃으로 잡아냈지만 최형우에게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맞았다. 그러자 KT 벤치는 김민수로 투수교체를 단행했다. 김민수가 소형준의 책임 주자인 최형우에게 홈을 내주지 않으며 소형준의 자책점은 늘어나지 않았다. 최종성적은 5.1이닝 5피안타 1사사구 5탈삼진 2실점 1자책점.
한편 소형준의 호투에 KT 타선도 응답했다. 3회말 조용호의 2타점 적시타와 득점 등으로 3점을 뽑아냈으며 8회말에는 배정대가 쐐기 3타점 적시 2루타를 터뜨렸다. 소형준 이후 김민수(홀, 1.2이닝 무실점)-웨스 벤자민(홀, 1이닝 무실점)-김재윤(1이닝 무실점) 등 불펜진들의 릴레이 호투마저 더해진 KT는 결국 준플레이오프 티켓과 마주할 수 있었다.
경기 후 KT 이강철 감독은 "소형준이 빅게임 투수답게 많은 이닝을 끌어줘 부족한 불펜에 여유를 줬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소형준은 이날 자신의 투구에 대해 "100점 만점에 60점"이라며 3-1로 쉽게 갈 수 있었는데 (5회초) 포구 실책으로 한 점을 줘 게임이 어렵게 흘러갔다"며 겸손함을 보인 뒤 "나도 몸 풀면서 구위가 좋아 놀랐다. 시즌 때와는 다르게 공이 잘 가더라. 그래서 오늘 더 자신있게 들어가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회 이후 조금씩 힘이 떨어지는게 느껴지기는 했는데 좋은 결과를 냈다. 다음 경기도 잘 준비하도록 하겠다"고 힘을 줬다.
아직 어린 나이이지만 더 어렸던 2020시즌의 소형준은 KT의 창단 첫 가을야구 1선발을 맡았고 지난해에는 첫 한국시리즈 2차전에 승리투수가 됐다. 팀의 세 번째 가을야구에서도 중책을 맡은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다 해내며 KT의 준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끌었다.
막내 에이스로서 점차 성장해나가고 있는 소형준. 그가 앞으로 펼쳐질 가을야구에서도 호투를 선보이며 KT의 선전을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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