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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VS 서혜진, 고래 싸움에 등 터지는 패널 [ST이슈]
작성 : 2022년 10월 15일(토) 10:46

불타는 트롯맨, 미스터트롯2 로고 / 사진=MBN,TV조선 제공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트로트계가 둘로 나뉘고 있는 형국이다. '서혜진 사단'으로 불렸던 가수들이 '불타는 트롯맨'과 '미스터트롯2' 출연을 두고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다.

MBN '불타는 트롯맨'과 TV조선 '미스터트롯2'이 올 겨울 방송을 앞두고 있다. 두 프로그램은 모두 남성 지원자를 대상으로 한 트로트 오디션이다. 방송 시기까지 겹치면서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가 이어지고 있다.

'불타는 트롯맨'은 서혜진 PD가 TV조선 퇴사 후 독자적으로 설립한 크레아스튜디오에서 제작한 프로그램이다. 서혜진 PD는 과거 SBS '동상이몽' 시즌1,2를 연출 후 TV조선으로 이적했다. '미스트롯' '미스터트롯' 시리즈를 연이어 성공시키며 TV조선 제작본부장까지 지냈다. 그런 서 PD가 지난 6월 돌연 TV조선을 떠나 독립 스튜디오를 설립한 것. 최근 김태호, 조효진 PD 등도 방송사 퇴사 후 새로운 예능을 선보이는 바, 서 PD의 홀로서기도 새로운 도전으로 보였다.

다만, 서PD의 퇴사 과정은 매끄럽지 않았다. 방송업계에 따르면 서 PD는 '미스트롯2' 때부터 TV조선 측과 OTT방영권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 양측은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독립 스튜디오 설립에 뜻이 있었던 서 PD는 보직해임을 거쳐 TV조선과 계약을 해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퇴사 후 크레아스튜디오를 차린 서 PD는 MBN을 택했다. '우리들의 쇼10' '우리들의 트로트' '우리들의 남진'을 선보였고, 현재 준비 중인 '불타는 트롯맨'도 MBN에서 내놓게 됐다.

사실 TV조선과 MBN의 관계는 표절 분쟁으로 껄끄럽다. 지난해 TV조선은 MBN '보이스트롯'과 '트롯파이터'가 자사 '미스트롯' '사랑의 콜센터' 포맷을 표절했다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MBN은 "방송 시기를 보면 표절이 아니"라고 반박해 갈등이 장기화된 시점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서혜진 PD가 보여준 행보가 흥미롭다. TV조선 퇴사 후 MBN과 추석특집 방송을 선보였고, '불타는 트롯맨'으로 TV조선과 맞붙기 때문이다. 제작 확정 보도도 '미스터트롯2'가 먼저 전해지자, 곧이어 '불타는 트롯맨'도 론칭 소식을 전했다.

두 프로그램의 원조 싸움도 초반부터 뜨거웠다. 예고 영상을 통해 각자가 '오리지널'이라는 키워드를 강조했다. TV조선 '미스터트롯2'은 "트롯명가 티비 조선의 초대형 프로젝트"라는 타이틀을 내걸었다. MBN '불타는 트롯맨'은 "원조 제작진이 만든다"며 TV조선을 견제했다.

미스터트롯2, 불타는 트롯맨 예고영상 / 사진=TV조선,MBN 제공


팽팽한 대결 구도는 섭외 싸움으로 치달았다. 두 방송사, 서혜진 PD의 얽히고설킨 갈등 관계로 난감해진 건 트로트 가수들이다. 이들은 오디션 심사위원으로 참여할 예정으로, 방송사는 섭외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미스터트롯' '미스트롯' 출신인 '서혜진 사단' 트로트 가수들이 가장 곤혹스러운 처지다. TV조선, 서 PD 양쪽에게 의리의 명분이 있지만, 양측이 갈라진 탓에 선뜻 선택이 어려운 상황이다. 두 프로그램 모두 올 연말 방송으로 소위 '겹치기 출연'도 어렵다. 더군다나 TV조선은 '미스터트롯' '미스트롯' 시청률을 견인하며 트롯명가 방송사로서 입지를 다졌다. 트로트 가수 입장에선 장기적인 행보를 고려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장윤정을 포함해 '미스터트롯' 출신 이찬원, 김희재, '미스트롯' 양지원 몸담고 있는 소속사도 난처하긴 마찬가지다. 같은 소속 가수들을 나눠 출연시켜야 할지 고심에 빠졌다.

이 가운데 MC 김성주, 붐, 가수 장윤정은 '미스터트롯2'를 택했다. 김성주는 '미스트롯' '미스터트롯' 시리즈에 이어 이번에도 TV조선과 함께한다. '미스터트롯' 톱6 출신 장민호도 합류 소식을 전했다. 그는 '골프왕' 시리즈 '금요일은 밤이 좋아' 등으로 서혜진과의 인연이 깊다. '우리들의 트로트' MC로도 활약했기에 '불타는 트롯맨'으로 갈 것으로 보였으나, 출신지인 TV조선을 택했다.

반면, 현재까지 '불타는 트롯맨'의 출연자 확정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다. 12일 MBN 관계자는 "아직 내부적으로 전달받은 사항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트로트 팬덤 사이에선 '우리들의' 시리즈에 지원 사격했던 정동원, 김희재 등의 트로트 가수들이 유력 출연자로 점쳐지고 있다. 임영웅, 영탁, 이찬원 등 역시 누구 편에 힘을 보탤지 예의 주시되고 있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모양새다. '미스트롯' '미스터트롯' 시리즈는 국내 트로트 부흥시켰다. 함께 했던 많은 출연진들도 침체됐던 트로트를 주류로 끌어올리는데 일조했다. 열풍을 기억하는 대중들은 주역들이 다시 한 곳에 뭉치길 바랬을 터다. 하지만 영광의 주역들은 애꿎게 눈치를 보게 됐고, 흩어지게 됐다. 트로트 부흥을 다시 일으키겠다는 프로그램들이 편 가르기 형태로 세력을 나누고 있는 형국이다. 순수하게 트로트를 응원하는 대중들마저 돌아서기 전에 방송사들의 자성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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