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한주 기자] 올 시즌 KBO리그에서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많은 '레전드'들이 정들었던 그라운드와 작별을 고했다.
1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는 KT위즈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렸다. 결과는 홈 팀 LG의 6-5 승리. 이 경기를 끝으로 지난 4월 2일 시작된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정규리그는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올해 정규리그에서는 KBO리그 최초로 '와이어 투 와이어'(wire to wire·개막일부터 마지막까지 1위) 우승을 차지한 SSG랜더스부터 10위 한화 이글스까지 10개 구단 모두가 치열한 각축을 벌이며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생산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이대호(롯데 자이언츠·40), 오재원(두산 베어스·37) 등 스타플레어들이 작별을 고하며 많은 팬들의 마음 한 켠을 쓸쓸하게 만들기도 했다.
일찌감치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예고했던 '거인의 자존심' 이대호는 2001년 거인군단의 유니폼을 입은 뒤 일본프로야구(NPB),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등 해외에서 활동한 5년(2012-2016)을 제외하면 롯데에서만 활약한 프랜차이즈 스타다. KBO리그 통산 성적은 0.309의 타율과 374홈런 1425타점에 달하며 올해에도 은퇴시즌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타율 0.331 23홈런 101타점을 올리며 롯데의 중심타선을 든든히 지켰다.
'조선의 4번타자'라는 별명에 걸맞게 이대호의 활약은 국가대표에서도 이어졌다. 2006 도하 아시안게임, 2008 베이징 올림픽, 2015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등 주요 대회에서 중심타자로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특히 2015년 11월 19일 '일본 야구의 심장' 도쿄돔에서 열린 프리미어12 일본과의 4강전 9회초에 터뜨린 역전 결승 2타점 적시타는 많은 팬들의 뇌리 속에 각인돼 있다.
부산의 자랑이기도 했던 이대호는 지난 8일 LG와의 정규리그 마지막 홈 경기에서 사직야구장을 가득 채운 부산팬들의 배웅과 눈물 속에 정든 유니폼을 벗었다. 그의 등번호였던 10번은 故(고) 최동원의 11번에 이어 영구결번으로 사직구장에 새겨지며 이대호는 영원한 거인군단의 전설로 남게 됐다.
이대호가 그라운드를 떠난 날 잠실야구장에서는 두산의 '영원한 캡틴' 오재원이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2007년 두산에 입단한 오재원은 올해까지 16시즌 동안 두산에서만 활약한 '원클럽맨'이다. 1군 통산성적은 1571경기 출전에 타율 0.267 64홈런 521타점 289도루다.
특히 오재원은 두산이 2015년부터 2021년까지 7시즌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고 3번 우승(2015, 2016, 2019년)을 차지하는 동안 핵심 내야수로 활약했다. 2015년과 2019년에는 주장으로도 활동하며 '두산 왕조' 달성에 힘을 보탰다.
오재원은 특유의 강한 개성과 승부욕으로 타팀 팬에게 '밉상'으로 불리기도 했지만 태극마크를 달았을 당시에는 상대 팀과의 신경전에 앞장서며 국민들에게 그 누구보다 든든함을 줬다. 2015 프리미어12 일본과의 4강전에서는 9회초 대타로 출전해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하는 안타를 때려내기도 했다.
오재원은 키움 히어로즈와의 은퇴경기에서 8회말 대타로 출전해 비록 아웃되기는 했지만 기습 번트 시도 후 전력질주하는 모습을 선보이며 '오재원 답게' 선수생활을 마무리했다.
오재원의 같은 팀 동료 좌완투수 이현승(두산·39)도 올 시즌을 끝으로 마운드를 떠난다.
2006년 현대 유니콘스에서 프로에 데뷔한 이현승은 2010년부터 두산의 핵심 불펜 자원으로 활약했다. 2015시즌에는 마무리 투수로 변신해 3승 1패 18세이브 평균자책점 2.89를 올리며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기여했다. 당시 삼성 라이온즈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 9회말 마운드를 지킨 투수도 이현승이었다.
2016년에도 이현승의 활약은 계속됐다. 56경기에서 25세이브를 수확하며 두산의 통합우승을 견인했다. KBO리그 통산 성적은 671경기 출전에 47승 44패 88홀드 56세이브 평균자책점 4.47. 아울러 이현승은 2015 프리미어12에서도 클로저를 맡아 한국의 금메달 획득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김성한(207개)을 넘어 타이거즈 통산 최다 아치(221개)를 그린 '나비' 나지완(KIA 타이거즈·37)도 자신의 선수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2008년 호랑이 군단의 유니폼을 입은 나지완은 KBO 통산 15시즌 동안 1473경기에 출전해 1265안타 221홈런 862타점을 올렸다. 데뷔시즌이었던 2008시즌 개막전에서는 4번타자로 출전하며 KIA 신인 타자로는 최초의 개막전 4번타자 타이틀을 차지하기도 했다.
나지완은 특히 가을에 빛났다. 2009년 SK 와이번스(현 SSG랜더스)와의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끝내기 아치를 그리며 타이거즈 역사를 대표하는 명장면을 만들어냈다. 나지완은 2017년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도 쐐기 3점포를 쏘아올리며 타이거즈의 통산 11번째 정상 제패에 앞장섰다.
이후 주축은 아니지만 감초같은 역할로 선수생활을 이어가던 나지완은 7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벌어진 KT와의 정규리그 마지막 홈 경기에서 많은 홈 팬들의 배웅 속에 선수생활을 마감했다.
이 밖에도 2005년 현대에서 데뷔한 KT 전천후 우완투수 전유수(36)도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선수 생활을 끝냈다.
영원할 것만 같던 스타플레이들이 같은 시기 연달아 그라운드를 떠나며 KBO리그의 한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다. '안녕은 또 다른 시작'이라는 말처럼 떠나는 선수들이 있으면 새 젊은 스타플레이어들이 들어오기 마련이지만, 허전한 마음 한 구석은 어쩔 수 없다.
특히 KBO리그가 2000년대 후반부터 중흥기를 맞을 수 있었던 데는 앞서 말한 선수들의 역할이 매우 컸다. 가장 뜨거웠던 땀방울과 눈물을 보여준 이들의 마지막 인사에 박수를 보내는 이유다.
[스포츠투데이 이한주 기자 sports@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