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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이대호, 8일 은퇴식 치러…"나만큼 행복한 사람 없을 것" (종합)
작성 : 2022년 10월 08일(토) 21:24

사진=권광일 기자

[부산=스포츠투데이 이한주 기자] '거인군단의 심장' 이대호(롯데 자이언츠)가 정든 그라운드를 떠났다.

이대호는 8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홈 LG 트윈스전을 통해 은퇴경기 및 은퇴식을 치렀다.

2001년 거인군단의 유니폼을 입은 이대호는 해외에서 뛰던 (2012-2016) 5년을 제외하고 롯데에서만 활약한 프랜차이즈 스타다. 지난해까지 KBO 통산 성적은 0.307의 타율과 351홈런 1324타점에 달하며 은퇴를 앞둔 올 시즌에도 0.331의 타율과 23홈런, 101타점을 기록, 롯데의 중심타선을 든든히 지켰다.

이대호는 또한 국제대회에서도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2006 도하 아시안게임, 2008 베이징 올림픽, 2015 프리미어12 등 주요 대회에서 중심타자로 활동했다. 그로 인해 '조선의 4번타자'라는 명예로운 별명을 얻기도 했다.

이대호의 활약은 은퇴식에 앞서 진행된 은퇴경기에서도 이어졌다. 1회말 2사 1루에서 상대 선발투수 김영준의 2구를 받아 쳐 중견수 키를 넘기는 1타점 적시 2루타를 작렬시켰다.

이후 여러차례 호수비로 롯데의 실점을 막던 이대호는 8회초에는 색다른 모습도 보여줬다. 마운드에 올라 타석에 등장한 상대 마무리 투수 고우석을 투수 앞 땅볼로 이끌며 개인 첫 홀드를 기록한 것. 이 밖에도 이대호는 시종일관 좋은 경기력을 선보이며 롯데의 3-2 승리에 힘을 보탰다.

경기 종료 후 이대호의 은퇴식이 성대히 열렸다. 먼저 전광판을 통해 전 팀 동료인 카림 가르시아, 제리 로이스터 전 감독 등 이대호와 관련된 사람들이 이대호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 이어 나오는 헌정영상 등이 이대호를 비롯, 만원관중의 눈을 촉촉하게 만든 가운데 경기장을 직접 찾은 신동빈 롯데 구단주는 이대호에게 영구 결번 반지를 선물했다. 이 반지에는 이대호가 롯데에서 보낸 시간, 사직구장에서 친 두 번의 장외 홈런, 이대호의 타격 7관왕 기록과 이대호의 타격폼이 새겨졌으며 아내 신혜정 씨와 함께 착용하도록 커플 반지로 만들어졌다. 이대호는 실제 사용하던 글러브를 신 회장에게 드리며 화답했다.

사진=권광일 기자


이후 이대호의 영구 결번식이 진행됐다. 이대호의 10번은 롯데 구단 역사상 첫 번째 영구결번인 고(故) 최동원의 11번 옆에 자리할 예정이다.

최동원의 11번 현판이 하늘색 배경에 붉은 글씨인 것과는 달리 이대호의 '10번'은 이대호가 평소 좋아하는 붉은색 배경에 흰색 글씨로 구성됐다.

수 많은 관중 앞에 선 이대호는 "찾아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 더그아웃에서 보면 사직야구장 관중들 만큼 멋진 풍경은 없었으며 부산 팬 여러분의 함성만큼 든든한 것도 세상에 없을 것"이라며 "20년 동안 사직야구장 타석에서 그 모습을 보고 그 함성을 들었던 저 이대호 만큼 행복했던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다.

이어 그는 "사실 저는 늘 부족한 선수였다. 가끔 눈을 뜨면 제가 했던 실수들, 제가 날려버린 기회들이 떠올라 잠을 설치기도 했다. 하지만 팬 여러분은 제가 했던 실수보다 제가 때려낸 한 번의 홈런을 기억해주시고 타석에 설 때마다 이번에는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응원해주셨다. 덕분에 실수했던 기억들은 모두 잊고 잘했던 순간들만 떠올리며 자신있게 배트를 휘두를 수 있었다. 감사드린다"고 팬들에게 진심을 전했다.

이대호는 후배 선수들을 위해 팬들에게 전하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그는 "절대적인 믿음과 응원을 보내주시는 동안 결국 팬 여러분이 꿈꾸고 저 또한 꿈꾸고 바랬던 우승을 이끌지 못했다. 돌아보면 너무 안타까운 일들이 많았지만 생각해보면 팀의 중심에서 이끌어 가야 할 제가 가장 부족했다"며 "저는 떠나지만 능력있고 젊은 후배들이 많이 남아 있다. 팬 여러분이 변치 않는 믿음과 응원을 보내주신다면, 그리고 제가 그랬듯이 남아있는 동료와 후배 선수들 역시 팬 여러분과 한 마음이 돼 어떤 순간에든 1점만 더 내고 막아내며 용감하게 앞으로 나간다면 롯데 세 번째 우승의 날은 머지 않아 올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사진=권광일 기자


고(故) 최동원, 박정태, 조성환을 비롯한 팀 선배들과 역대 롯데 감독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한 이대호는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할머니, 늘 걱정하셨던 손자 대호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사랑을 받고 박수를 받고 있습니다. 오늘 제일 많이 생각이 나고 보고 싶습니다"라며 "저는 이제 배트와 글러브 대신 맥주와 치킨을 들고 아이들과 야구장에 오겠다. 롯데 선수였던 이대호는 내일부터 롯데 팬 이대호가 되겠다. 조선의 4번타자라고 불러주셨던 롯데의 이대호, 이제 타석에서 관중석으로 이동하겠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후 이대호는 그라운드에 도열한 선수들과 한 명씩 인사를 나눴다.

한편 이날 은퇴식에는 특별한 손님도 참여했다 이대호의 응원가 '오리날다'를 부른 그룹 '체리필터'가 사직야구장을 찾은 것. 체리필터는 이대호에게 인사를 전한 뒤 깜짝 공연을 가졌다.

이대호는 이후 차를 타고 그라운드를 돌며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팬들 역시 이대호의 응원가를 열창하며 배웅했고 차에서 내린 이대호를 동료 선수들이 헹가레 치며 뜨거웠던 은퇴식은 막을 내렸다.

[스포츠투데이 이한주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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