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투데이 이한주 기자] 이대호(롯데 자이언츠)는 마지막까지 '거인군단의 자존심' 다웠다.
이대호는 8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홈 경기에서 22년 선수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대호는 롯데 뿐 아니라 한국야구의 레전드다. 2006년 타율(0.336)과 타점(88점), 홈런(26개) 세 부문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며 이만수 이후 22년 만에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했다. 2010년에는 도루를 제외한 타격 7개 부문에서 모두 정상에 오르며 전무후무한 '타격 7관왕'에 등극했다. 특히 이 해 이대호는 9경기 연속 홈런이라는 세계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2012시즌부터 2016시즌까지 일본프로야구(NPB),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등에서 활약한 이대호는 2017년 롯데로 복귀했고 은퇴를 앞둔 올 시즌에도 0.332의 타율과 23홈런 100타점(8일 경기 전 기준)을 기록, 롯데의 중심타선을 든든히 책임졌다.
은퇴경기에서도 이대호의 활약은 이어졌다. 4번타자 겸 1루수로 롯데의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이대호는 1회말 2사 1루에서 상대 선발투수 김영준의 2구를 받아 쳐 중견수 키를 넘기는 1타점 적시 2루타를 작렬시켰다. 이대호의 시즌 101번째 타점.
수비에서도 빛났다. 3회초 1사 1루에서 문보경의 날카로운 타구를 잡아 침착히 2루로 송구, 2루 진루를 시도하던 1루주자 김현수를 잡아냈다. 이어 오지환의 1루수 땅볼 강습타구마저 아웃카운트로 만들며 이닝을 끝냈다.
6회초 선두타자 송찬의의 1루 파울플라이를 안정적으로 잡아낸 이대호는 7회초에도 호수비 행진을 이어갔다. 1사 1루에서 문보경의 땅볼 타구를 잡아 부드럽게 2루로 공을 뿌리며 병살타를 이끌어냈다. 9회말 2사 후에도 3루수 한동희의 낮은 송구를 감각적으로 잡아낸 이대호는 결국 롯데의 3-2 승리를 지켜냈다.
또한 8회초에는 흥미진진한 장면도 연출됐다. 2001년 롯데 입단 당시 이대호가 투수였던 점에서 감안해 이대호가 투수로 등판하는 스페셜 이벤트가 진행됐다. LG도 마무리 투수 고우석을 타석에 내세우며 맞불을 놨고 4구까지 가는 승부가 펼쳐진 끝에 이대호는 고우석을 투수 앞 땅볼로 처리, 개인 1호 홀드를 신고했다.
은퇴경기 전 "많은 사랑과 응원을 받고 떠날 수 있어 고맙다"고 말한 이대호. 하지만 정작 그 말은 22년 간 이대호의 활약을 보며 즐거웠던 야구팬들이 이대호에게 하고 싶은 말이 아닐까. 이날도 이대호는 자신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배웅하기 위해 사직야구장을 가득 채운 부산팬들에게 선취타점과 호수비, 그리고 홀드까지 선보이며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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