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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작 '바람의 향기'가 담아낸 삶의 태도 [27th BIFF]
작성 : 2022년 10월 05일(수) 16:16

27th BIFF 개막작 바람의 향기 하디 모하게흐 감독 / 사진=권광일 기자

[부산=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작품 속 침묵으로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다양한 장애를 마주한 인물들이 내면으로 전하는 이야기들은 관객들의 가슴을 울린다.

5일 오후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 중극장에서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27th 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이하 '27th BIFF') 개막작 '바람의 향기'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자리에는 감독 겸 주연을 맡은 하디 모하게흐와 허문영 집행위원장이 참석했다.

'바람의 향기'는 이란의 외딴 시골 마을, 하반신 자애가 있는 남자가 전신 마비 상태의 아들을 간호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등장인물들은 장애를 지닌 사람들이거나, 장애물에 걸려 어찌할 바를 모르는 사람들이다. 그럴 때마다 그들은 서로를 외면하지 않고 작은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이를 통해 작품은 인간의 선의가 아직 남아 있는지 의심스러운 세태 속에서 사람에 대한 믿음을 확인시켜준다.

27th BIFF 개막작 바람의 향기 하디 모하게흐 감독 / 사진=영화 스틸컷


특히 '바람의 향기'의 관람 포인트 중 하나는 아름다운 자연경관이다. 이에 대해 하디 모하게흐 감독은 "이건 신이 만든 아름다움이 가장 잘 보이는 곳 중 하나"라며 "그 아름다운 풍경을 볼 때면 역사적 아픔과 인간의 고통이 느껴진다. 실제로 그 장소에 가면 슬픔, 자연과 사람들의 고통,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 등을 볼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슬픔과 동시에 내면에서 기쁨도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하디 모하게흐 감독은 작품 속 등장한 장소적 배경과 관련해 "해당 장소는 경제적 문제 때문에 그곳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많이 떠나고 있는 곳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곳에서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며 "제가 그곳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저도 그곳을 이해하고, 그곳도 저를 이해한다 생각한다. 그것이 이야기에 대해 다른 해석을 준다"고 밝혔다.

또한 하디 모하게흐 감독은 작품의 제목과 관련해 "영화의 제목이 곧 정체성이다. 영화가 끝나고 난 뒤 왜 그런 제목을 정했는지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영화의 제목은 '아무것도 없는 땅'을 의미한다. 아주 메마른 땅이다. 제 생각에 인간의 중요성은 계속해 나가는 것에 있다"며 "만약 어떤 사람이 지쳐서 숨을 쉬지 않게 된다 해도 살아나가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의 이름을 이렇게 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디 모하게흐 감독은 "제가 생각할 때 제가 이 영화를 창조했다기 보단 이 영화 옆에 그냥 존재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굉장히 행복하다. 제가 이 작품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 준 것에 대해 감사하다"고 전했다.

아울러 하디 모하게흐 감독은 "저는 삶이 계획을 세우는 것이고, 그 위에서 정해진 삶을 사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운명이라는 건 우리가 어떻게 사는지에 대해 말한다. 그것은 이슬람 사상에서 온 것이라 할 수 있다"고 자신의 가치관을 밝혔다.

무엇보다 '바람의 향기'에서 하디 모하게흐 감독이 연출과 동시에 주연을 맡았다. 이에 대해 하디 모하게흐 감독은 "제가 주인공을 연기한 이유는 이런 유형의 연기는 전문 배우가 하기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전문 배우들은 제가 보여드리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연기하는 것이 힘들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그는 "외면이 아닌 내면을 연기해야 했다. 작품 속엔 대사가 거의 없고, 침묵의 순간들이 많았다"며 "관객분들은 배우를 보고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저만이 이 역할을 연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직접 연기를 하게 된 과정을 조명했다. 이어 "작품에 사회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반영하진 않았다. 단지 저는 삶을 살아가다 마주치는 사회적 장애나 정신적 장애 등에 대해 사람들이 어떤 반응이나 태도를 보여줄지를 담아내고 싶었다"고 작품의 주제를 언급했다.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는 5일부터 14일까지 진행된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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