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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마우스' 김주헌, 즉흥 속 치밀함 [인터뷰]
작성 : 2022년 09월 28일(수) 08:51
[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사냥을 위해 숨죽였던 포식자가 몸을 드러냈다. 포식자는 도망치는 사냥감을 따라 유연하게 몸을 틀기도 하고, 잠재웠던 폭발적인 에너지를 발산한다. 배우 김주헌의 연기가 기지개를 켜는 순간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MBC 금토드라마 '빅마우스'(극본 김하람·연출 오충환)는 승률 10%의 생계형 변호사가 우연히 맡게 된 살인 사건에 휘말려 하루아침에 희대의 천재 사기꾼 '빅마우스(Big Mouse)'가 되어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가족을 지키기 위해 거대한 음모로 얼룩진 특권층의 민낯을 파헤쳐 가는 이야기. 김주헌은 극 중 스타검사 출신의 구천 시장 최도하 역을 맡았다.

이번 작품을 준비하며 김주헌은 몸이 커 보이게 하려고 했다며 "막 부푼 것 보다 덩치가 있는 모습이면 최 시장이 가진 권력에 대한 욕망을 플러스 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이야기했다.

스토리 흐름에 따른 캐릭터 상황 변화에 따라 다이어트도 했다고. 그는 "그러다 후반에 가면서는 다이어트를 좀 했다. 다이어트를 할 계획은 없었는데 궁지에 몰리는 시점에는 살을 빼야 좀 더 날카롭게 보일 수 있지 않나 싶었다"고 밝히며 "그래서 저는 잘 보이는데 시청자 분들은 잘 안 보이실 수 있다"며 웃었다.

외적인 부분 외에도 그가 최도하를 소화하기 위해 어떤 걸 준비했을지 궁금해졌다. '시장'이니까 정치물이나 실존 정치인을 참고할 법했지만, 그의 선택은 의외였다. 김주헌은 "시장에 대해, 시장이 나오는 정치적인 작품 등을 볼법한데 안 봤다. 레퍼런스 자체를 안 봤다. 실존 정치인을 참고? 전혀"라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 "좀 더 기시감이 느껴지는 인물이 나올 수 있다란 생각에 아예 배제했다. 시장이란 인물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 시장 역할이 정해져 있어서 길다면 긴 준비시간 동안 직업적인 부분이 아니라 이 파워·심리 게임에서 우위에 있다는 거 그리고 밑에 있을 땐 어떤 모습을 보여줘야할지 '관계성'에 대해 중점을 두고 준비했다. 그것도 현장에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참고'하는 인물이나 캐릭터가 있을 때, 이를 따라가게 될 것을 우려했다는 것. 대신 박창호(이종석), 공지훈(양경원)과 주고받는 호흡에 집중했다. 이 과정에서 현장에서 터져 나온 즉흥 애드리브는 시청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김주헌은 "각자가 분석해서 리허설하는 순간 만나야 한다. 그 장면들이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이 드는 것은 분명 양경원 배우처럼 서로 리액션을 잘해줬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실제로 양경원 씨 같은 경우 화장실에서 '선 넘지 마' 이러면서 넥타이 잡는 게 애드리브였다. 경원 씨가 그냥 한 거다. 개목줄처럼. 경원 씨가 치고 발산하는 에너지를 갖고 있지 않나. 보통의 사람이나 인물이라면 거기에 부딪히는데 그럴수록 저는 흡수하는 게 더 맞다고 생각했다. 이걸 흡수해서 나중에 보여줘야 하는. 그런 부분이 잘 맞았던 거 같다. 경원 씨가 현장에서 시도하는 것이 다 좋았다"고 회상했다.

또한 박창호가 죽는(죽는 척 연기) 모습을 생중계로 지켜보며 와인을 마시는 것도, 강 회장(전국환) 장례식장에서 눈물을 튕기며 박창호를 도발하는 것도 김주헌의 아이디어였다고.


미리 준비하기보다는 현장에서 감독 및 상대 배우와 상의를 통해 애드리브를 탄생시키는 이유도 분명 있었다. 김주헌은 "막상 현장에 갔더니 지문처럼 장소가 안 되어있기도 하고, 소품들은 부족한 게 있으면 요청할 수 있으면 해보는 식이다. 상상은 많이 하되, 하나로 갖고 가면 위험해진다. 또 상대배우는 어떤 생각을 할지 모르지 않나. 상대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비워놓고 가자였다. 상대배우가 도와줄 것이라 생각했다. 이미지적인 부분을 베이스로 뼈대만 만들어 갔다. 저는 1-4부만 보고는 인물 절대 못 만든다. 완결된 대본을 보고도 쉽지 않다. 캐릭터를. 살을 붙여야 하는 부분도 있어서. 살을 붙여가는 과정이 필요한 거 같다"고 밝혔다.

이러한 현장에서 탄생하는 '즉흥성'은 극단에서 쌓아온 경험에서 나온 것이었다. 김주헌은 "(김주헌이 속했던) 창작 위주 극단이었는데 공연 날까지 대본이 안 오는 경우도 많았다. 그때 틀을 많이 깼다. 텍스트가 있는 상황에서 완벽하게 해야 한단 걸 깬 게 이러한 경험 덕분인 거 같다"고 말했다.

물론 연기 고충도 있었다. 최도하의 서사를 쌓아가면서 '참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김주헌은 "최도하를 생각했을 때 초반엔 좀 참는 게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며 "그 참는 걸 도와주는 게 양경원 배우였다. 경원 배우가 자유롭게 연기할수록 제가 억누르는 게 돋보였다. 반대로 제가 그렇게 함으로써 양경원 배우가 또 보일 수 있고. 그런 분분에서 경원 씨가 저한테 많은 도움을 줬다"고 이야기했다.

느릿느릿한 템포로, '안개, 늪' 이미지를 연상하며 최도하가 수면 위로 튀어 오를 그날까지.

이후 최도하가 최종 빌런으로서 모습을 완전히 드러냈을 땐 '불규칙성'에 중점을 뒀다. 김주헌은 "규칙적으로 오는 예측되는 행동패턴이 나오면 익숙해져버린다. 불규칙함에서 나오는 묘한 불쾌함과 공포감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고 싶은 걸 해보세요'라고 했을 땐 시동 걸리는 순간은 길었지만, 어느 순간엔 좀 편하더라. 오히려 불규칙하게 원했던 걸 해볼 수 있으려나?하면서. 다만 후반에 길지 않은 회차에서 '액기스'를 해야 했다는 건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던 김주헌의 '액기스'는 강 회장 장례식장에 나타난 박창호를 보며 비열한 웃음과 함께 눈물을 튕겨주는 애드리브로 폭발했다.


앞서 자신의 연기에 양경원 배우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던 배우들과 호흡에 대한 질문에도 가장 먼저 양경원을 언급했다. 김주헌은 "경원 씨 보면서 '이 친구 진짜 재미있고 에너지 많이 쓴다'. 정말 희생하고. 주는 거만큼 받고 받은 것만큼 주고 하는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덕분에 두 캐릭터가 대립하는 게 잘 보일 수 있었다고.

또한 작품에서 부부로 함께 했던 옥자연에 대해 "되게 겸손하다. 또 막히는 텍스트가 있을 땐 본인이 연기하기 수월하게 바꾸는 게 아니라 일단 부딪힌다. 되게 멋있었다"며 극찬했다.

그러면서 "부부지만 찐한 로맨스가 없지 않나. 자칫 쇼윈도로 보일까 애매한 부분이 많아 걱정했다. 그럴 때 얘기를 많이 나눴다. 서로가 서로를 기다려주는 시간이 있었다. 그런 게 신뢰가 있으니 가능하다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종석에 대해서는 "연기를 너무 잘한다. 초반에 종석 씨가 박창호가 승률 10%도 안 되는. 듣고 얘기하는 거랑 교도소 가고 안 만나지 않나. 풍파를 겪고 야생에서 살아남은 상태로 만나지 않나. 그때 느낌이 완전 다르더라. 슈트도 입고 워낙 훤칠해서. 더 커 보이더라. 와 쟤 고생했구나. 아니나다를까 교도소 분량을 보니 에너지가 다르더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연기 밸런스를 맞춰준 이기영, 정재성, 김정현 등 선배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도 잊지 않았다.

이어 임윤아에 대해 "가진 에너지가 굉장히 좋다. 고미호란 캐릭터도 당차고 멋있지 않나. 선한 에너지도 있고 그걸 갖고 있는 분이다. 오열하는 연기도 너무 멋있었다. 저는 식물원에서 연기할 때 아버지에 대한 연기를 하는데 서로 눈을 보고 얘길 하는데 감정의 교류가 있었다. 윤아 씨도 '뭔가 된 거 같아' 하면서 감독님도 만족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임윤아와 식물원에서 대화를 주고받는 장면에 대한 촬영 비하인드도 전했다. 김주헌은 "처음엔 빌딩에 헬기 착륙장이었다. 야경을 기다리면서 바람이 엄청 심했다. 입이 얼어버릴 정도, 코도 나오고 바람 많이 불어 윤아 씨는 한 번도 안 끊었다. 컷하기 전까지. 윤아 씨는 머리도 길어서 헝클어져서 '다시 갈게요'할 법도 한데 그때 집중력을 보고 굉장히 놀랐다. 많은 분들이 하겠지 싶지만 그렇지 않다. 깨지는 순간은 환경적인 요인이 너무 많았다. 바람이 부니까 제가 약간 코도 흘리고 있어 저도 신경 쓰이는데 윤아 씨는 그걸 보면서도 다 찍었다"고 전하며 웃었다. 이렇게 힘들게 촬영했지만 강한 바람 때문에 장면 연결이 어려워 식물원으로 장소를 옮긴 것이라고.


결말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는 시청자 반응도 많았다. 이에 대해 "사실 저는 좋았다. 배우들은 대본에 나와있는 걸 얼마나 잘 수행하느냐 그리고 대본에서만 수행하는 것보다 좀 확장시켜서 하느냐가 제일 중요한 것 같다. 그런데 저는 그런 생각을 했다. 많은 분들이 '좀 더 최도하가 갈 거면 합당한 벌을 받아야 하는데 쉽게 간 거 아니냐'고 생각한다 들었다. 이해 가고 공감이 가는데, 현실이 사실 그런 부분이 많지 않나. 현실적으로 많은 사람이 바라는 악을 처단하는 방법이 안 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 그것도 충분히 이해한다"며 "저는 일단 대본을 받았을 때 어떻게 이걸 좀 더 잘 이해시킬 수 있고,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하느냐가 먼저였다. 그런 부분에서 뭔가 좀 표현이 적었나? 란 생각도 들었다. 내가 좀 더 치열하게 다가가야 했나? 그런 생각도 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수영장에서 프리다이빙하는 의미가 작가님 말씀을 듣고 제 나름대로 해석한 건데, 도하가 그 안에서는 편안함을 느꼈으면 좋겠다. 어머니의 양수 안에 있던 태아 시점의 느낌을 떠올렸으면 좋겠다. 편하다고 생각하던 곳에서 결국엔 죽음을 맞이하는 거다. 그러고나니 프리다이빙 하는 장소가 제가 연기를 하는데 더 많은 정서가 개입되더라. '더 깊이 있는 곳이었구나.' 결국엔 그 물에서 죽는 것에 저는 납득하고 이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빅마우스'를 마무리하며 김주헌에게 이 작품은 어떤 의미를 가질지 궁금해졌다. 그는 "이번에 빌런 역할을 하면서 과분한 역할이었다. 결과적으로 제가 잘했는지 모르겠지만, 많은 분들에게 관심을 얻었다는 전체적으로 봤을 때 기분 좋아해도 될 거 같다. 또 시청자분들에게 감사드린다는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제 막 기지개를 켠 김주헌의 다음 스텝이 궁금해진다. 차기작에선 우주비행사 박동아로 변신을 예고한 상태. 김주헌은 "직업이 우주비행사라는 것만으로도 저한텐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캐릭터는 좀 더 진행되면 설명이 나오겠지만,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 많이 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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