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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사냥' 서인국의 자신감 [인터뷰]
작성 : 2022년 09월 23일(금) 16:38

늑대사냥 서인국 인터뷰 / 사진=TCO 콘텐츠온 제공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좋은 작품에서 하고 싶은 배역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서인국의 오랜 기다림 끝에 운명처럼 만난 작품은 스스로 "자신 있다"는 말을 내뱉을 정도로 준비된 자에게 찾아온 기회였다.

개봉 전부터 해외 유수 영화제로부터 열띤 러브콜을 받은 영화 '늑대사냥'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늑대사냥'은 극악무도한 범죄자들을 태평양에서 한국까지 이송하는 바다 위 거대한 움직이는 교도소 내에서 잔혹한 반란이 시작되고 지금껏 보지 못한 극한의 생존 게임이 펼쳐지는 하드보일드 서바이벌 액션을 담고 있다.

21일 개봉해 박스오피스 1위로 출발한 '늑대사냥'은 일찌감치 제47회 토론토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매드니스 부문에 공식 초청되며 월드 프리미어 상영을 진행했다. 또한 미국, 일본, 스페인 등을 포함해 약 41개국에 선판매됐다.

특히 토론토 국제 영화제에 참석해 관객들과 만남을 가졌던 서인국은 "정말 많은 분들이 저를 알아봐 주셨다. 너무 신기했다. 공식적인 자리가 아니더라도 제가 그냥 지나가도 알아보니까 기분이 묘했다"며 "선배님들이 만들어주신 'K-문화'에 대해 감사하다. 저도 열심히 해서 도움이 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첫 토론토 방문에 더해 '늑대사냥'은 서인국에게 특별한 의미다. 데뷔 이후 첫 악역 연기의 기회를 얻은 서인국은 "단순히 이미지 변신을 위해서라기 보단 그동안 작품이 끝나면 '어떤 행보를 보이고 싶냐'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냐'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악역을 하고 싶었다"며 "그런 갈망이 있는 상태에서 박종두를 보면서 제가 제대로 한 번 표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고 참여 계기를 밝혔다.

또한 서인국은 "작품보다 캐릭터가 더 중요하다고 똑 부러지게 말씀드리긴 어렵다. 캐릭터가 부각되는 시나리오가 있고, 시나리오는 좋은데 캐릭터가 애매한 것도 있다. 저는 모든 것의 합이 좋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제1순위는 시나리오였다. '늑대사냥' 시나리오가 저한테 준 느낌은 한국에 없던 스토리텔링이었다"고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장르를 떠나서 보통 스토리텔링 자체가 한 인물에 의해서 엔딩까지 가는 것이 태반 아니냐"며 "영화든, 드라마든 이를 바라보는 관객이나 시청자는 인물이 가진 삶이나 사건들을 지켜보게 되는데 '늑대사냥'은 그 인물들이 꾸려나가다가도 새로운 인물이 시작된다. 그런 부분이 저한텐 되게 신선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와 함께 서인국은 "제 (시나리오를 보고) 느낌으로는 할리우드 몇몇 영화들처럼 흘러가는 형식의 시나리오가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이런 작품이 나오기 힘들 것 같았다. 이런 작품을 할 수 있다는 건 굉장한 영광"이라고 덧붙였다.

늑대사냥 서인국 인터뷰 / 사진=TCO 콘텐츠온 제공


서인국이 연기한 박종두는 일급 살인으로 수배된 흉악범이다.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이송되면서도 겁을 먹기는커녕, 태연하게 경찰 석우(박호산)를 도발한다. 또한 사람을 해하면서 죄책감은 커녕, 오히려 이를 즐기는 듯한 느낌을 주는 인물이다.

박종두에 대해 서인국은 "악역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음흉한 악역, 흔히 말하는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악역, 귀여운 악당 등등이 있지만 종두는 '순수 악(惡)'의 느낌이 들었다. 그게 제가 작품을 참여하게 된데 큰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특히 박종두의 악랄함과 섬뜩함을 더한 데는 서인국 특유의 눈빛이 지대한 몫을 했다. 서인국은 자신의 눈빛이 언급되자 "제가 가진 유니크한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원래 눈이 콤플렉스였다. 어릴 때부터 정말 시비를 많이 당했다"며 "앞서 정의 구현하는 역할을 맡을 땐 선하게,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신경을 많이 썼는데 이번엔 제가 가진 기본에 더해서 콤플렉스를 최대한 활용해서 흰자를 많이 썼다. 부담스럽지 않을까 했는데 다행히 감독님이 그런 부분이 오히려 자연스럽게 캐릭터와 잘 맞는 것 같다고 해주셔서 제 삼백안을 원 없이 썼다"고 자랑했다.

눈빛 연기에 더해 전신엔 타투 분장을 했다. 서인국은 "요즘은 특수 분장으로 스티커 같은 걸 붙이더라. 타투 분장을 한 첫날엔 핼러윈 같고 너무 재밌어서 안 지우고 갔다. 근데 다음날 피부가 다 뒤집어졌다. 안에는 땀띠도 났다. 제가 스티커에 알레르기가 있었더라"며 "다음날부터는 아침마다 분장을 받고, 촬영 끝나고 지우는 걸 반복했다. 제가 피부가 약하다보니 원래 빨리하면 30분~1시간 정도면 지우는데 분장팀 분들이 천천히 해주셨다. 다 지우는데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 정도 걸렸다"고 털어놨다.

분장과 함께 체격도 키웠다. 전작인 드라마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 당시 68~70㎏를 유지했다는 서인국은 '늑대사냥'을 위해 84㎏까지 증량했다. 서인국은 "종두는 범죄자 무리 안에서 우두머리를 하고 있다. 물론 잔혹성과 카리스마, '똘기'로 충분히 압도할 수 있지만, 사람이 쳐다봤을 때 '와 저 사람 진짜 위험하겠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며 "운동을 정말 열심히 했지만 복근을 위한 것보다는 UFC 헤비급 선수들처럼 근육은 꽉 찼지만 뱃살도 있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극 중 박종두는 예상보다 조금 이르게 퇴장한다. 이에 대해 서인국은 "대본에서부터 제가 퇴장하는 게 있었다. 저도 처음엔 생각보다 제가 너무 빨리 사라져서 우려했다"며 "근데 그런 효과들이 영화를 보는데 더 신선한 충격을 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늑대사냥 서인국 인터뷰 / 사진=TCO 콘텐츠온 제공


2009년 화제의 서바이벌 프로그램 Mnet '슈퍼스타 k' 시즌1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데뷔한 서인국은 이후 배우 활동을 병행했다. 특히 2012년 히트작 '응답하라 1997'을 통해 대중에게 '배우 서인국'을 각인시켰다.

어느덧 배우 활동만 10년 차에 달하는 서인국은 "아직 연기가 어렵다. 그렇지만 노하우가 생긴 게 재밌다. 제 안에 시스템에서 노하우가 생기는 게 뿌듯하다"며 "음악을 한지도 13년이 됐는데 음악은 저에게 일상적인데, 연기는 캐릭터를 만들어내고 표현해야 되니까 참 희한한 매력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작품에 들어갈 땐 설렘이 있다"고 연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동시에 서인국에겐 자신감도 있었다. '늑대사냥' 대본을 받았을 당시 다시 높은 수위에 소속사 대표 역시 "진짜 자신 있냐. 너가 이걸로 많은 걸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지만, 잠깐이라도 잘못하면 욕먹을 거다"라고 우려했다는 후민이다. 그러나 서인국은 "'자신 있냐'고 하셔서 '자신 있다'고 했다. 그렇게 출연하게 됐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러한 자신감의 원천에 대해 서인국은 "잘 모르지만 아마 어떤 욕망에서 나오지 않나 싶다. 욕심은 아니고, 욕망은 노골적인 단어지만 제가 지금쯤 이걸 한다면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 위해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왔다"면서도 "사실 촬영에 들어가기 전까진 스스로를 의심한다"고 웃음을 보였다.

서인국에게 있어 '늑대사냥'은 기다림 끝에 만난 단비 같은 존재지만, 동시에 강렬한 캐릭터인 만큼 배우로서 고착될 이미지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서인국은 "저 스스로도 걱정되는 부분이긴 하다. 어떤 캐릭터가 사랑을 받으면 행복하다. 하지만 제가 다음에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하게 됐을 때 종두가 떠오른다면 그건 제가 로맨틱한 연기를 못한 거라고 생각한다"며 "그건 저에게 달린 문제다. 앞으로 더더욱 어려운 문제가 되겠지만 그걸 잘 풀어나가는 것은 저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서인국은 "저는 욕심쟁이라 많은 걸 하고 싶다. 악역에 대한 갈망이 더 증폭됐다. '악(惡)'이라고 하면 어떤 원초적인 감정에서 출발해 나뭇가지들처럼 뻗쳐나간다고 생각한다. 악역들도 다양한 스토리와 다양한 캐릭터가 있다. 종두를 시작으로 다양한 악역을 만나지 않을까 싶다"며 "동시에 로맨틱 코미디나 눈물, 콧물이 다 나오는 그런 진한 멜로도 해보고 싶다. 끝이 없는 것 같다"고 인사했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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