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한주 기자] 스포츠 지도자들의 성범죄는 언제쯤 근절될 수 있을까.
의정부지검 남양주지청 형사 1부는 지난 달 중순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으로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출신 이규현 코치를 구속 기소했다고 7일 밝혔다. 이 코치는 올해 초 자신이 가르치던 10대 제자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건은 애초 서울 송파경찰서가 수사해 이 코치를 불구속 입건한 뒤 서울 동부지검에 송치했으나 지난달 초 이 코치의 주소지인 남양주지청으로 이첩됐다. 남양주지청은 이 코치의 죄질이 나쁘다고 판단, 구속 영장을 청구했으며 법원은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 등을 이유로 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코치는 성폭행 혐의에 대해 부인 중이다.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선수 이규혁의 동생이기도 한 이 코치는 선수 시절 1998년 나가노와 2002년 솔트레이크 등 동계올림픽에 2회 연속 출전한 피겨스케이팅의 간판 스타였다. 2003년 은퇴를 선언한 후 코치로 활동했다.
심석희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조재범 전 코치 / 사진=DB
천인공노할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스포츠 지도자들의 성범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9년에는 쇼트트랙의 간판 심석희가 조재범 전 코치에게 2014년부터 지속적으로 강제 추행 및 강간을 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빙상계에서 영구 퇴출된 조 전 코치는 2021년 12월 징역 13년을 확정받고 복역 중이다.
이 사건이 터진 직후 문화체육관광부는 '영구제명 대상 성폭력 범위를 확대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체육계 성폭력 비위 근절 대책을 내놓았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지난 2020년 5월에는 미성년자 제자를 성폭행 한 전 유도 국가대표 왕기춘이 구속됐다.
선수시절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 유도 남자 73kg급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던 왕기춘은 2017년 자신이 운영하는 체육관에 다니는 A양(당시 17)을 성폭행했다. 2019년 2월에는 같은 체육관 제자인 B양(당시 16)에게도 성폭행을 하려다 미수에 그쳤다.
특히 왕기춘은 B양에게는 "친해지려면 성 관계를 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요구해 성적 학대행위를 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유도계에서 영구 제명된 데 이어 지난해 7월 징역 6년이 확정된 왕기춘은 현재 죄값을 치르고 있다.
이처럼 스포츠 지도자들의 성범죄는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이런 사건들로 인해 자식이 원해도 자신의 자식들을 스포츠 선수로 키우고 싶어하지 않는 부모들도 많아지고 있다.
결국은 스포츠 지도자들의 도덕적 해이가 근본적인 원인이다. 스포츠 스타가 꿈인 어린 선수들은 자신의 우상이자 취업 문제를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지도자들에게 무방비로 노출될 수 밖에 없다.
스포츠 지도자들의 도덕적 각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가운데 체육 각 종목에서도 지도자 자격증을 부여할 때 보다 엄격한 기준과 많은 교육이 꼭 필요해 보인다.
[스포츠투데이 이한주 기자 sports@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