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서봉수 9단이 현 국내 최정상급 기사들을 상대로 용기 있는 도전에 나선다.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승부의 세계에서 한 발짝 물러난 기사'로 생각하고 있지만, 서봉수 9단은 여전히 도전을 이어가는 중이다. 개인 유튜브 채널에 AI와의 치수 고치기 4번기 영상을 올리는 등 인공지능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젊은 기사들 못지않게 연구에 한창인 그가 추석을 맞아 국내 정상 기사들에게 '치수 고치기' 대결을 신청했다.
▲ 명인의 자존심보다 도전자의 열정으로
서봉수 9단과 대국할 예정인 기사는 박정환, 변상일, 강동윤, 신민준, 김지석 9단이다. 각각 한국 랭킹 2, 3, 4, 6, 7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어떤 상대가 와도 승리를 기대할 수 있는 선수들이다. 시니어와 현역 정상의 대결이기에 서봉수 9단의 승산은 그리 높지 않다. 그러나 서 9단은 이번 특별대국을 '겨루기'가 아닌 '도전'으로 받아들였다. 그는 자신의 현재 기력이 정상 기사들과 비교해서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고, 후배들의 뛰어난 수읽기를 배울 수 있어 기쁘다는 소감을 밝혔다.
혹여 서봉수 9단의 자존심이 상할까 우려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서 9단은 한때 모든 기전을 휩쓸고 다녔고,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1000승을 달성한 기사이기도 하다. 이런 그가 핸디캡을 받고 바둑을 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명인전에서만 7회 우승하며 정상의 영예를 누렸던 그가 다시 배움을 청한다. 서 9단이 본인의 체면이나 자존심을 우선했다면 결코 성사되지 않았을 대결이었다. 그의 배우겠다는 일념, 바둑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정신 덕분에 이벤트가 성사됐다. 정상 기사들 또한 가벼운 마음으로 즐겁게 대국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 '불치하문' 서봉수가 묻고 정상이 답한다
서봉수 9단은 바둑TV와의 인터뷰에서 '3점은 자신 있다. 2점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미 자신이 2점-3점 접히는 상황에 대해 아무런 걱정이 없는 모습을 보였다. 객관적인 기력 차이는 분명 있겠으나, 서 9단에게 긍정적인 요소도 있다. 서 9단은 인공지능 바둑만큼 국내 선수들의 기보도 꾸준히 바둑판에 놓아보고 있다. 정상 기사들의 강점과 약점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는 점이 실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치수 고치기 1국은 호선으로 시작하며, 정상 기사 5인 중 순위가 낮은 순서대로 김지석, 신민준, 강동윤, 변상일, 박정환 9단의 순서로 출전한다. 승패 결과에 따라 이긴 쪽에서 정선, 2점, 3점, 4점 순으로 치수를 바꾸는 방식이다. 대국 시간은 각자 제한 시간 30분에 초읽기 60초 5회이다. '쏘팔코사놀 서봉수의 열혈 도전' 특별 이벤트는 9월 7일, 8일, 10일, 12일, 13일 낮 2시에 바둑TV에서 생중계된다.
[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sports@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