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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전배수가 찾은 복권 [인터뷰]
작성 : 2022년 08월 22일(월) 10:55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전배수 인터뷰 / 사진=스타빌리지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쉬운 연기는 없다지만, '배우'라는 타이틀을 꽤 오래 달고 있던 전배수에게도 숱한 고민을 안겨줬다. 다소 예민할 수 있는 장애 캐릭터를 앞세운 작품에서 배우로서 책임감을 갖고 겸허히 임했다. 덕분에 예상치 못한 큰 사랑을 받았다는 전배수다.

긁지 않은 복권이었다. 최근 종영한 ENA채널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극본 문지원·연출 유인식, 이하 '우영우')는 0.9%(닐슨코리아, 이하 유료 가구 기준)로 출발해 최종회에서 17.5%로 17배 이상의 시청률 상승을 기록했다.

'우영우'는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신입 변호사 우영우(박은빈)의 대형 로펌 생존기를 담고 있다. 극 중 우영우의 아빠이자 미혼부 우광호 역을 맡은 전배수는 "처음 저희가 시작할 때만 해도 ENA 채널이 뭔지 몰랐었다"며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땐 너무 재밌었지만, 신생 채널에서 얼마나 해낼 수 있을까 싶었다. 근데 너무 뜻밖의 성적이다. 로또를 맞은 기분"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입소문을 탄 '우영우'가 차츰 시청률 상승곡선을 그릴 당시 촬영장은 16부 막바지를 촬영 중이었다. 전배수는 "1, 2회를 보고 촬영장에 가서 박은빈과 감독님한테 큰절을 하고 왔다. 박은빈이 이 작품을 끌고 나가기 위해 노력했었던 것들에 대한 결과가 그대로 이어지는 것 같아서 존경심도 들었다"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전배수가 연기한 우광호는 미혼부로 자폐스펙트럼이 있는 딸 우영우를 홀로 키워낸다. 자신의 아이가 자폐인임을 받아들이고, 그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애틋한 부성애를 가진 인물이다.

이에 대해 전배수는 "초반에는 자폐를 갖고 있는 아이를 혼자 어떻게 키웠을가에 대해 상상하고, 실제로 자폐 자녀를 둔 부모님을 만나보기도 했었다"며 "근데 제가 그 감정을 피상적으로만 알 수 있지, 그분의 심경을 감히 만 분의 1, 천분의 1이나 알 수 있겠냐"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작업을 시작하고 나니까 느낌이 왔다. 사실 초반엔 연기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박은빈이 맡은 우영우는 감정 없이 한 톤으로만 연기해야 했고, 저는 4부까지는 감정의 등락이 큰 편이었다"며 "촬영장에 가면 벽에 대고 이야기하는 느낌이 들었다. 오히려 한선영(백지원), 태수미(진경)를 만나면 감정이 오가니 수월했다"고 고백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전배수 인터뷰 / 사진=스타빌리지엔터테인먼트 제공


당시 딸 우영우를 대하는 아빠 우광호의 톤을 잡지 못했다는 전배수는 카메라 세팅이 바뀌며 한 장면을 여러 번 찍을 때마다 연기적인 고민에 빠져들었다. 전배수는 "어느 순간 이게 우광호의 삶이라는 생각이 확 들었다. 27년을 벽에 대고 이야기하는 느낌"이라며 "실제 자폐 자녀를 둔 부모님들에 비해선 아무것도 아니었겠지만, 제가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현장에서 박은빈과 연기하며 '참 많이 외로웠겠구나'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동시에 혹여나 자신의 연기로 인해 실제 자폐인 가족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을까, 혹은 잘못된 사회적 편견이 생기지 않을까 숱한 고민의 과정을 거쳐야 했다.

전배수는 "그동안 문법적으로 '장애'를 다루는 드라마들은 무겁고, 진중하고, 인물들이 처절하게 그려졌었다"며 "근데 '우영우'에선 그런 부분을 탈피해서 신선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더 책임감이 느껴진다. 또, 너무 화제에 오르다 보니 혹시나 미디어가 주는 환상 때문에 '자폐=천재'로 가볍게 다뤄질까 봐 염려가 됐었다"고 고백했다.

실제로 슬하에 딸이 있다는 전배수는 우광호를 연기하며 '진짜 아빠'의 삶을 새삼 경험하게 됐다. 전배수는 "큰 딸이 초등학교 5학년이다. 이제 막 사춘기가 시작됐는데 가장 두려운 건 아이한테 무슨 일이 벌어졌는데 제가 그걸 제일 늦게 알게 될까 봐 무섭다"고 털어놨다.

이와 함께 전배수는 "우영우한테도 그런 정서들이 있었을 것 같다. 영우가 처음으로 혼자 돈을 벌러 법정에 가지 않냐. 원래 그 장면 대본엔 아빠가 없었다. 그래서 처음 대본을 봤을 때 감독님과 상의를 했다. 영우의 첫 재판에 아버지가 있어야 하지 않겠냐"며 "감독님이 작가님과 연락을 취하셨고, 다음 대본을 받았을 땐 그 장면이 첨가됐더라. 1회때 보니까 그 장면에 제가 있었던 게 훨씬 더 좋았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전배수 인터뷰 / 사진=스타빌리지엔터테인먼트 제공


다소 예민하게 다뤄질 수 있는 장애 소재지만, '우영우'가 사랑받은 이유는 감독과 작가를 비롯해 출연 배우들의 숱한 고민과 진정성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전배수는 '우영우' 인기 요인으로 '선(善)'을 꼽았다. 전배수는 "지금 전 세계가 복잡하지 않냐. 전쟁부터 경제 파탄 등등 전 세계가 다 똑같은 심정으로 살고 있는 것 같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오징어 게임'이 지금 이 시점에 나왔으면 똑같은 반응이 나왔을까 싶다"며 "'우영우'의 성공 계기는 착하다. 다 볼 수 있다. 딱히 논란도 없고, 강요하지도 않고, 마냥 가볍지도 않다. 그러면서도 귀엽고 사랑스럽다. 그런 부분들이 이 시대와 잘 맞아떨어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한 전배수는 "지금 초등학교, 중학교 아이들이 '우영우'를 보고 자라지 않냐. 그 친구들이 20살쯤 됐을 때 본인 또래들을 만났을 때 '우영우'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우영우'는 동시대를 살았던 아이들이 성년이 돼서 '그때 어마어마한 드라마 있었잖아'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작품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그때 그 배우는 지금 뭐하지'라며 저를 떠올렸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전배수는 "시청자분들에게 너무 감사하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흥행이다. 한편으로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땐 너무 좋았지만, '그나마 ENA에선 잘 될 거야' 정도였지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랑을 받을 수 있음에 너무 감사한 마음뿐"이라고 인사했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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