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한주 기자] "정말 영광이다. 엄청난 선수들의 이름과 함께 거론되고 있다"
오타니는 10일(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링센트럴 콜리세움에서 열린 2022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투수 겸 2번타자로 출전했다.
마운드에서 6이닝 동안 91개의 볼을 투구, 4피안타 3볼넷 5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한 오타니는 팀이 4-0으로 앞선 상황에서 공을 불펜투수 지미 허겟에게 넘겼고 결국 에인절스가 5-0으로 이김에 따라 승리투수가 됐다.
이날 경기 전까지 투수로 9승(7패)을 올렸고 타자로서 24개의 홈런포를 쏘아올렸던 오타니는 이번 승리로 지난 1918년 베이브 루스(13승-11홈런) 이후 104년 만에 빅리그 한 시즌 두 자릿수 승리-두 자릿수 홈런 기록을 달성한 선수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오타니는 경기 후 일본매체 풀카운트를 통해 "정말 영광이다. 엄청난 선수들의 이름과 함께 거론되고 있다"면서도 "시즌 중에는 기록에 대한 의식을 거의 하지 않는다. 지금도 기록 달성이 크게 와 닿지는 않는다. 투타 겸업을 하는 선수가 거의 없기 때문에 관심을 받는 것 같다. 투수와 타자로 동시에 뛰는 선수가 늘어나면 '보통의 기록'이 될지도 모른다"고 겸손해 했다.
대기록 달성까지는 결코 쉽지 않았다. 오타니는 지난 달 14일 홈 휴스턴 애스트로스전에서 승리 투수가 된 이후 3경기 연속 승수를 추가하지 못했다. 지난 달 23일 원정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전(6.1이닝 6실점)과 29일 홈 텍사스 레인저스전(6이닝 2실점), 이번 달 4일 홈 오클랜드전(5.2이닝 3실점 2자책점)에서 모두 패전투수가 되며 3연패에 빠져있었다.
이번 승리로 4경기 만에 10승을 채운 오타니는 "좋은 투구를 한다면 언젠가는 10승을 채울 기회가 올 것이라고 믿었다. 오늘은 팀이 선취점을 얻어 좋은 흐름으로 투구를 이어갔다. 이런 경기를 자주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오타니는 3회초 2사 1, 3루에서 라몬 로리아노의 타구에 왼쪽 다리를 맞았다. 이후 오타니는 침착하게 공을 1루로 송구해 이닝을 끝냈지만 절뚝거리며 통증을 호소했다.
그는 "제대로 맞은 타구여서 통증은 있었다. 그래도 어떻게든 집중하고 최대한 오랫동안 마운드를 지키고자 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오타니는 이날 타석에서도 빛났다. 팀이 4-0으로 앞선 7회초 선두타자로 등장해 오른쪽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 아치를 그렸다. 오타니의 시즌 25호 홈런이자 통산 118호포. 오타니는 이번 홈런으로 일본 야구의 레전드 스즈키 이치로가 빅리그 시절 달성했던 117호 홈런을 넘어 새 기록을 쓰게 됐다.
그는 "(이치로와 나는) 다른 유형의 타자"라며 "이치로 같은 타자의 기록 일부를 넘어선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홈런을 더 치고 싶은 욕심은 당연히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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