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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 용의 출현' 변요한 "무뎌지지 않길" [인터뷰]
작성 : 2022년 07월 28일(목) 11:56

한산: 용의 출현 변요한 인터뷰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좋은 배우는 스스로를 끊임없이 의심해야 한다. 매 기회에 무뎌지지 않고, 단순히 '연기'만을 하는 사람이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는 배우 변요한의 자아성찰이다.

영화 '한산: 용의 출현'(제작 빅스톤픽쳐스·감독 김한민, 이하 '한산')이 '명량' 이후 8년 만에 개봉했다.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 중 두 번째 작품으로, 명량해전 5년 전 진군 중인 왜군을 상대로 조선을 지키기 위해 필사의 전략과 패기로 뭉친 이순신(박해일) 장군과 조선 수군의 '한산해전'을 그린 전쟁을 담았다.

'한산'이 관객을 만나는 건 '명량' 이후 8년 만이지만, 이미 촬영은 2년 전에 마무리됐다. '한산'에서 와키자카 역으로 출연한 변요한은 "결과적으로 영화가 너무 멋있게 나왔다.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고민했던 지점들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져서, 그 이상의 결과물이 나온 것 같다"며 "감독님이 저의 방향과 속도, 깊이까지 찾아주셨고 함께 호흡을 맞춘 박해일, 안성기, 손현주 선배에게도 감사하다"고 개봉 소감을 전했다.

이와 함께 변요한은 "작품을 촬영할 땐 저도 서른 중반이었으니 깊이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작품에 임했다. 동시에 관록 있는 선배들이 많이 계시다 보니 민폐가 될까 봐 고민도 되고, 부담도 있었다"며 "근데 나름 자랑도 했다. 서른다섯 살에 장군 역을 맡았으니까. 열정은 그때가 더 넘쳤지만 부족한 부분도 있던 시기였다"고 회상했다.

특히 '한산'은 개봉 당시 1761만 관객 동원에 흥행한 '명량'의 후속이다. 바통을 이어받으며 '명량' 속 와키자카(조진웅)와는 또 다른 모습을 구현해내야 했다. 변요한은 "늘 연기를 할 땐 부담감과 책임감이 동시에 생긴다. 그럴 때마다 제 자신을 다시 평가한다. 무뎌지지 않고, 연기만 하는 사람이 되지 않길 바란다"며 "와키자카라는 인물을 만난 순간도 그랬다. '명량'에서 조진웅 선배가 연기를 하셨지만 실제 시간상으론 '한산'이 먼저다. 그 이상, 그 이하의 피드백도 듣고 싶지 않았다. 저만의 와키자카 아이덴티티를 찾는데 몰두했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변요한은 "'명량'은 제가 한 것이 아니고, 이미 지나간 작품이다. 8년 전에 그 작품이 있었기 때문에 기술과 노하우들이 생겨서 '한산'이라는 작품이 더 멋있게 만들어졌다"며 "사실 전 흥행에 대한 욕심은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냥 지금까진 많은 관객들이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전부다. 캐릭터가 제 손에 쥐어졌을 땐 그걸 잘 표현하고 싶고, 최선을 다하고 싶을 뿐"이라고 털어놨다.

한산: 용의 출현 변요한 인터뷰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명량'에서 조진웅이 그려냈던 와키자카가 묵직했다면, 변요한 표 와키자카는 그야말로 뜨거운 불과 같았다.

이에 대해 변요한은 "감독님이 처음에 '요한아 네가 와키자카를 했으면 좋겠다'고 하셨을 때 '제가요?'라고 말했었다. 의외의 캐스팅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느꼈을 땐 '아 이래서 감독님이시구나'라는 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변요한은 "사람은 여러 번 봐야 한다는 말이 있지 않냐. 저도 몰랐던 저의 모습이 나오더라. 감독님이 박해일 선배에게 이순신 장군님의 선비 같고 규칙적이고 올곧은 모습을 보신 것처럼, 저 역시 제 안의 와키자카를 보신 게 아닌가 싶었다. 나름대로 이에 대한 책임을 지려고 노력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무엇보다 극 중 이순신이 절제하는 수장이라면, 와키자카는 포효하는 수장에 가깝다. 변요한은 "와키자카는 용인전투에서 승장이 된 뒤 자신감이 가득한 패기 넘치는 장군의 모습이다. 박해일 선배가 절제 있는 연기를 보여줬다면, 저는 상반되게 명확함을 보여주다가 무너지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장수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체중도 증량했다. 변요한은 "와키자카를 호랑이로 표현하고 싶어서 분장팀에게 호랑이 사진을 캡처해서 보냈다"며 "처음엔 호리호리하고 빠른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는데 두 달 만에 한국에 도착한 갑옷 의상이 저한테 안 맞더라. 수선도 안 되는 상황이라 무제한 증량을 하기로 했다. 점점 증량하면서 의상이 맞으니까 더 에너지가 넘쳤다. 완성본 속 제 모습을 보니 멋있더라"고 웃음을 보였다.

한산: 용의 출현 변요한 인터뷰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올해로 데뷔 14년 차가 된 변요한은 어느덧 30대 중반을 넘어섰다. 변요한은 "신인 때부터 연기적으로 정해놓은 목표가 있냐는 질문을 종종 받았다. 하지만 저는 구체적으로 정해 놓은 게 없다"며 "모 선배가 저에게 '어떤 계획을 세워둬도 뜻대로 안 돼. 만나면 그 순간이 인연이야'라고 하셨다. 저 역시 마음이 가는 대로 작품을 만나고 싶다. 그게 제 기질과 맞지 않나 싶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변요한은 "조금 더 성숙한 사람이 되고 싶다. 인내하고, 지혜로운 남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며 "제가 지혜롭게 살아간다면 그 모습이 제 연기에도 투영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변요한은 "매 작품이 끝나는 순간마다 터닝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작품마다 의미가 남기 때문에 어느 순간 스스로의 매뉴얼이 늘어나 있다"며 "연기도, 제 삶도, 세상을 바라보는 시점도 매 순간 그렇다. '한산'을 찍으면서도 배운 것들이 있다. 제가 잊어버리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꺼내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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