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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 용의 출현' 박해일, 절제하되 느껴지게 [인터뷰]
작성 : 2022년 07월 26일(화) 09:51

한산: 용의 출현 박해일 인터뷰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무관으로서 기개가 넘치는 모습 대신 '절제'로 이순신 장군의 또 다른 면모를 표현했다. '절제하되 에너지를 잃지 않았다'는 박해일 표 이순신 장군의 탄생이다.

지난 2014년 개봉한 영화 '명량'에 이어 8년 만에 돌아온 '한산: 용의 출현'(제작 빅스톤픽쳐스·감독 김한민)은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 중 두 번째 작품이다. 명량해전 5년 전, 진군 중인 왜군을 상대로 조선을 지키기 위해 필사의 전략과 패기로 뭉친 이순신(박해일) 장군과 조선 수군의 '한산해전'을 그린 전쟁을 담고 있다.

1761만 관객을 동원하며 대흥행을 기록한 '명량'에 이어 '한산: 용의 출현'으로 이순신 장군을 연기하게 된 박해일은 "초반엔 부담감이 피부로 느껴졌다. 근데 촬영을 할수록 그 부담이 오히려 큰 도움으로 바뀌더라"며 "'명량'을 찍었던 스태프분들이 대부분 '한산' 팀으로 옮겨오셨고, 대부분이 그다음 작품인 '노량: 죽음의 바다'로 가셨다. 그러다 보니 '한산'을 촬영할 땐 기술적인 측면이나 연기를 해야 하는 환경들이 '명량' 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나은 환경이 됐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명량'을 이끈 주역 최민식의 바통을 이어받은 박해일은 "'명량'의 결과물과 최민식 선배의 기운이 너무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저희가 더 좋은 환경에서 촬영하고 있으니 그만큼 좋은 결과물을 내는 게 맞지 않나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최민식이 연기한 이순신과는 다른 결을 그려내야 했다. '명량'에서 이순신이 용맹한 장군의 기개를 갖췄다면, '한산'에서 이순신은 절제와 지략형의 모습이었다.

이에 대해 박해일은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땐 '왜 나한테 이순신을?'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감독님과 '극락도 살인사건' '최종병기 활'을 같이 하다 보니 함께 한 세월만큼 저를 알게 되신 것 같다. 제가 가진 자연인으로서, 동시에 배우로서 가진 성질과 기질을 역사적 테두리 안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이순신 장군의 기질과 매치시켜주려고 노력하셨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그렇게 만나게 된 이순신 장군 위에 자신을 덧입히는 작업이 시작됐다. 박해일은 "이순신은 시도 쓰는 장군이셨다. 난중일기를 보면 답답할 때마다 한밤 중에 나가서 과녁에다 활을 쏘시거나 글을 쓰셨다고 하더라.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이었던 같다"며 "그중에서도 글을 쓰셨다는 게 인상 깊었다. 전투에 임하는 수장이 일기도 쓰고, 시도 짓는다는 것을 '한산'에 가져가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한산: 용의 출현 박해일 인터뷰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박해일은 "그동안 이순신을 다룬 여러 드라마와 영화에서 다양한 면모를 보여줬다. 그러면서 그 시대가 요구하는 부분을 조금 더 부각한 것이 있었다고 본다. 그게 '한산'에서는 감성적인 면모"라며 "'한산' 속 전투를 '명량'과 다른 결로 보여주자는 감독님 말씀이 이순신 장군을 묘사한 문장 속 '수양을 많이 쌓은 선비 같다'는 부분이 제 마음에 깊숙이 들어왔다. 그런 부분들을 이순신 장군을 표현하는 데 있어 살려보려고 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순신 장군의 동적인 면모보단 정적인 면모가 부각된 '한산'인 만큼 이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도 숱한 고민이 이어졌다. 박해일은 앞서 진행된 언론시사회에서 자신만의 이순신 표현 방식에 대해 "절제하되, 에너지를 잃지 않도록"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해일은 "감독님과 연기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 절제하는 방식으로 해보자는 이야기를 나눴다"며 "그동안 작품을 하면서 조금 더 감정을 드러내기 위해 말을 많이 하거나, 화를 많이 내는 방식을 섰는데 이번엔 최대한 톤을 절제해서 주어진 대사가 적더라도 한마디, 한마디에 모든 기운을 실어봤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이는 결코 쉽지 않았다. 박해일은 "사실 (절제가) 더 어려운 방식이다. 그걸 효율적으로 전달하지 못하면 연기를 안 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며 "배우가 관객들에게 대사로, 대사를 전달하는 방식이 가장 확실하고 일반적인데 이번엔 얼굴 한 번 비추는 몇 초 안에 감정을 눈빛으로 보내거나 짧은 호흡을 활용해야 했다. 얼굴도 아닌 서있는 자세로 그 인물의 상황을 보여주는 데 있어 대사로 전달하는 방식과 똑같은 기운을 가져보려고 했다"고 말했다.

동시에 '이순신'과 '배우 박해일'의 간극도 좁혀나갔다. 그는 "이순신 장군은 흠결이 없는 사람이라는 게 느껴졌다. 그런 만큼 저와 간극이 컸다. 그런 간극을 놔두면서 연기하면 거짓말 같았다. 그렇지만 흠결 자체인 제가 그 인물을 연기한다는 게 쉽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박해일은 "절제되면서도 그 기운과 감정이 느껴지게 연기톤을 만들어내고 싶었다. 제가 촬영하면서 감독님한테 그런 부분들이 연기적으로 느껴지는지 유달리 자주 여쭤본 것 같다"고 고백했다.

이와 함께 박해일은 "봉준호 감독의 '괴물'을 할 땐 하나의 크리처를 두고 연기를 하면 됐다. 근데 '한산'은 전방위 전투 자체를 인지하고 물살의 흐름도 알아야 하고, 적진이 어느 정도까지 와닿아있는지 가늠하고, 우리가 수세에 몰렸는지, 공세를 진행해야 하는지 판단과 기분도 연기해야 했다"며 "감독님과 CG팀이 어떤 상황이 펼쳐지고, 배우가 어디를 바라봐야 하는지 처음부터 끝까지 애니메틱 보드로 보여주셨다. 후반 작업에서 CG가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그런 합을 맞춰야 하는 준비가 필요했다. 배우의 감정과 CG가 따로 놀지 않기 바랐다"고 고충을 밝혔다.

'한산: 용의 출현'은 27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다만 공교롭게도 박해일의 또 다른 주연작 '헤어질 결심' 역시 목하 상영 중이다. 이에 대해 박해일은 "비슷한 시기에 개봉하는 것에 대해 우려가 있긴 하다. 다만 제 의지가 아니다. 코로나19가 지나가길 기다렸던 작품이 한데 뭉쳐서 나오는 느낌"이라며 "조심성은 있지만 제 의지가 반영되는 부분은 아니라 그냥 즐기자는 태도"라고 이야기했다.

또한 박해일은 "또 다른 측면에서 얘기했을 땐 재밌고, 흥미롭다. '헤어질 결심' 속 제가 맡은 장해준이 해군 출신이다. 바다 장면도 등장하고, 문학적 말투를 쓰기도 한다. 이순신 장군도 시를 쓰지 않냐. 바다 위에서 전투를 벌이고 해군이다. 둘 다 공무원이다. 재밌게 생각하면 그런 측면도 있다"고 웃음을 보였다.

끝으로 박해일은 "'한산: 용의 출현'을 많이 보셨으면 좋겠다. 사실 인터뷰를 하면서도 제가 연기한 이순신 장군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조차 버겁고 조심스럽다. 그러다 보니 예상 관객수를 가늠하기 어렵다"며 "그래도 다시 팬데믹 전처럼 극장에서 여름에 어울리는 다양한 색깔의 작품을 즐겨주셨으면 좋겠다"고 인사했다.

한산: 용의 출현 박해일 인터뷰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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