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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 용의 출현' 김한민 감독 "원동력=이순신" [인터뷰]
작성 : 2022년 07월 25일(월) 11:03

한산: 용의 출현 김한민 감독 인터뷰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김한민 감독이 8년의 공백기를 깨고 돌아왔다. 2014년 '명량' 이후 선보이는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 중 두 번째 작품 '한산: 용의 출현'이다. '천만 영화' 타이틀에 대한 부담감을 성장 동력으로 삼았다.

이번에 김한민 감독이 선보이는 '한산: 용의 출현'(제작 빅스톤픽쳐스·감독 김한민)은 명량해전 5년 전, 진군 중인 왜군을 상대로 조선을 지키기 위해 필사의 전략과 패기로 뭉친 이순신(박해일) 장군과 조선 수군의 '한산해전'을 그린 전쟁 액션 대작이다.

앞서 1부 '명량'은 누적 관객수 1761만명을 기록하며 한국 영화 역사계에 한 획을 그었다. 전작의 흥행으로 인한 부담감도 있을 법 하지만 김한민 감독은 "'명량' 흥행은 기대했던 것 이상의 흥행이었다. 이로 인한 압박감보다는 이순신과 해전을 현재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들에게 조금 더 의미를 가질 수 있도록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명량'이 우격다짐식으로 멘땅에 헤딩하고, 격파하면서 만들었다면 '한산'과 '노량'은 조금 더 차분하게 잘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개봉 소감을 전했다.

김한민 감독은 이번에 개봉하는 2부 '한산: 용의 출현'과 3부 '노량: 죽음의 바다'와 동시 촬영했다. 이에 대해 김한민 감독은 "두 작품이 한, 두 달 반 정도 텀을 두고 들어갔다. '한산' 촬영이 끝나고 '노량' 촬영장에 들어갔다. '노량'에서는 명나라군이 등장해서 '호선'이라고 하는 명나라 배를 만들어서 추가시켰다"며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사용된 3000평 규모의 실내 경기장에 크로마키천을 치고 촬영했다. 전 세계 영화사적으로도 의미 있는 시도였다. LED 조명을 1분 만에 전환할 수 있도록 장치를 했다"고 설명했다.

바다 위에서 벌어지는 해전인 만큼, 이를 담아내기 위해 숱한 고민들의 시간이 이어졌다. 김한민 감독은 "'노량'은 밤 전투가 3분의 2, 오전 전투가 3분의 1이었고 배경은 겨울 전투였다. '한산'은 여름 낮 전투였기 때문에 두 작품이 너무 대비된다"며 "밤에 야외에서 찍는다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노량' 실내 촬영을 결정했고, 그러면서 '한산'도 실내로 갖고 오게 됐다. 다만 물에 배를 직접 띄워서 촬영하는 건 없앴다"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명량' 촬영 당시 수많은 스태프들과 배우들은 직접 바다 위에 띄운 배 위에서 전투신을 촬영했다. 흔들리는 배 위에서 카메라를 잡는 것도, 변덕스러운 날씨와 바다 상황에 맞추는 것도 모두 고초였다. 김한민 감독은 "'명량' 때 겪었던 여러 시행착오와 노하우가 '한산' '노량'을 찍는데 큰 힘이 된 게 사실"이라며 "물 없이 배의 활약을 가능하게 해 보자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런 성취가 있었다. 밤 전투와 낮 전투를 순식간에 전환해서 찍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낸 것이 굉장한 성취"라고 뿌듯함을 드러냈다.

한산: 용의 출현 김한민 감독 인터뷰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제작 환경과 더불어 또 다른 고민의 주역은 바로 영화를 관통하는 핵심 소재 거북선이었다. 이는 이순신 장군의 정체성이자 작품 속 백미다. 김한민 감독은 "거북선을 실제 사이즈로 만들었다. 그걸 그대로 재현하다 보니 저뿐만 아니라 배우, 스태프들도 정말 숙연해지더라"며 "실제로 1600년대 초에 등장하는 기록들에선 거북선에 대한 이미지 보단 설명들이 많다. 거북선의 용두가 어떻게 고정됐는지, 어떻게 생겼고, 어떻게 운영됐는지에 대한 기록들이 존재하진 않았다. 그래서 실제 전투에서 거북선이 쓰인다면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개연성 있게 추측하는 것이 구현하는 자의 몫이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이와 함께 김한민 감독은 "그 추론이 전장에서 정말 쓰일법한 거북선으로 탄생시켜야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었다"며 "우리가 생각하는 거북선의 이미지에서 너무 이질적으로 묘사하지 않되, 전장에서 효율적인 거북선을 만들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김한민 감독은 "거북선에도 시간을 많이 투자했지만 조선의 수군이 어떤 진법으로 전쟁에서 싸워나가는지 고민했다. '명량' '한산'을 거쳐 '노량' 때까지 가다 보면 수군의 진법이 완성된다"며 "'노량'에선 수군의 진법이 백미를 장식하게 될 거다. 호선도 '노량'에서 운영되지만, 결국 수군에게 가장 큰 위안이 되는 상징적인 것은 이순신 장군과 떼레야 뗄 수 없는 거북선 "이라고 강조했다.

거북선을 재현하고, 이를 전장으로 끌어왔다면 다음 타자는 이순신 장군이었다. 대한민국의 영웅인 실존 인물을 주인공으로 앞세운 사극 영화에선 고증을 바탕으로 한 세세한 설정에 한껏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김한민 감독은 "이순신 장군은 역사적으로도 중요하다. 국가의 녹을 먹는 장수고, 그 장수 중에서도 대장 역할을 했던 분이지만 동시에 백성과 닿아있는 분이셨다"며 "그렇다고 해서 임꺽정처럼 민란을 주도했던 인물들과는 다르다. 그런 위치가 역사적으로 중요했기 때문에 제가 이 시대에 그분을 재평가시킨다면 정치적 평가에 있어서 오염되지 않는 지점에서 그분의 행적과 사상, 가치를 지금 이 시대와 오롯이 소통할 수 있는 지점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김한민 감독은 자신의 원동력으로 이순신 장군을 꼽으며 "난중일기를 습관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보면 볼수록 매력을 넘어선 마력이 있는 분 같다. 어떤 식으로든 더 표현하고 싶었다"며 "근데 7년 가까이 그분을 생각하며 지냈는데 한 번도 꿈에 나오진 않으셨다. 그게 참 놀랍다"고 웃음을 보였다.

특히 김한민 감독이 '한산: 용의 출현'에서 보여준 이순신 장군의 모습은 기개가 담긴 모습보단 정적인 선비에 가까웠다. '명량'에서 이순신을 연기한 배우 최민식이 위엄 있는 장군의 모습을 보여줬다면, '한산: 용의 출현' 속 박해일 표 이순신은 절제된 장군을 표현했다.

이에 대해 김한민 감독은 "이순신의 3대 해전인 명량, 한산, 노량을 보면 차별적인 특징이 있다. '명량'이 용장이라면 '한산'에선 지장, '노량'은 현장이 중심"이라며 "'한산'에서 지장의 이순인은 좀 더 기록적인 것에 충실하다. 초기 이순신의 모습은 지략형 선비에 가깝다. 사료에 따르면 '그 용모가 단아한 선비와 같았다' '말수가 적었다' 이런 표현들이 있었다. 그런 부분에서 박해일이 참 적격일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작 이를 제안받은 박해일은 어리둥절한 입장을 보였다고. 김한민 감독은 "박해일이 '이순신이 장수다워야 할 텐데 제가 그런 것과는 거리가 있지 않겠습니까'라고 하더라. '그래서 캐스팅을 하려는 거야'라고 답했다"며 "'한산'에선 이순신 장군이 조금 달랐으면 했다. 무장으로서 느낌보단 외유내강형 선비적인 모습이 짙길 바랐다. 그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박해일도 궁금해했고, 자연스럽게 공감하게 됐다"고 후일담을 밝혔다.

이로 인해 그동안 다수의 작품에서 그려졌던 이순신 '장군'의 면모보다는 절제가 강조됐다. 김한민 감독은 "아이러니하지만 연기를 안 하고 절제하는 쪽으로 잡아가자고 했다. 말수는 적지만 눈빛으로 표현하는 거다. 박해일이 '절제하되 에너지를 잃지 않는 이순신의 모습을 가져가자'고 했는데 그 말이 너무 좋았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박해일을 앞세운 뒤 그를 받쳐줄 인물들 역시 심사숙고의 과정을 거쳤다. 박지환, 윤진영, 안성기, 박훈 등이 그 주인공이다. 김한민 감독은 "젊은 이순신을 표현하고 싶었고, 거기에 박해일이 캐스팅됐을 때 상대 배역들이 전체적으로 조정돼야 했다. 이번 작품은 이순신과 주변 사람들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사실 '한산'에서 이순신이 차지하는 분량은 많지 않다. 그렇지만 중심을 잘 잡고 있다"며 "어떻게 보면 이번엔 이순신 캐릭터를 '물'로 표현했다. 감화력, 관계성을 다 같이 가져가는 의미다. 동시에 주적장인 와키자카(변요한)는 불같은 느낌이다. 물과 불, 두 적장이 만나는 느낌이 재밌고, 어울렸다"고 이야기했다.

한산: 용의 출현 김한민 감독 인터뷰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러한 과정을 거치는 시간은 즐겁고, 흥미로웠지만 동시에 고통의 시간도 수반됐다. 김한민 감독은 "시나리오를 완벽하게 올려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분명 많은 사람들이 '명량' 이후 '한산' '노량'을 만드는 게 필요하냐 물을 테고, 그런 지점에서 스스로 이순신의 2030시절이 담긴 '한산'과 '노량'이 필요한 것인가 떠올리게 됐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가 분명한 의미를 갖고 있고, 잘 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사실 초창기 '한산' 시나리오는 '명량' 직후 나와있었다. 하지만 그걸론 부족하다 생각했고, 시나리오를 수정하는데 시간이 상당히 걸렸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 와중에 새로운 방식을 도입해서 잘 찍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전 시각화 작업을 어떤 식으로 잘 해낼지도 중요했다. 그런 시스템과 과정을 갖춰가는 게 시간이 걸렸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또 다른 도전도 예고했다. 김한민 감독은 "실제로 이순신 장군의 드라마를 준비하고 있다. 영화가 전투에 집중하는 지점이었다면, 드라마는 정치 외교사적인 느낌이다. '잘 됐으니까 드라마를 만든다'는 생각보단 인물에 대한 궁금증을 제대로 다루려면 드라마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김한민 감독의 바람과 달리, 드라마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이에 대해 그는 "플랫폼은 논의 중이지만 OTT 쪽에선 그렇게 열정을 느끼지 않는 것 같다. 문화주권이 정말 중요하다고 느낀 게 이순신을 영화로 만들기로 했을 땐 별 무리가 없었지만 글로벌 OTT에선 '그냥 너희들만의 만세 아니냐'라는 느낌으로 오해를 하고 있지 않나 싶다"며 "인연이 닿는 곳을 만나 이순신이 전 세계적으로 글로벌하게 평가받을 가치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분이 가진 사상이나 활약, 균형감과 안목은 전 세계인이 봐도 매력을 느낄 것"이라고 자부했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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