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한주 기자] '스마일 점퍼' 우상혁이 은메달을 안고 돌아왔다.
한국 육상 최초로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수확한 우상혁은 2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우상혁은 지난 19일(한국시각) 미국 오리건주 유진 헤이워드 필드에서 열린 2022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높이뛰기 결선에서 2m35를 기록, 2m37을 돌파한 2020 도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무타즈 에사 바심(카타르)에 이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선수가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메달을 획득한 것은 지난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경보 20km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김현섭에 이어 우상혁이 두 번째다. 은메달 및 트랙&필드 종목으로 범위를 좁히면 우상혁이 최초다.
지난해 열린 2020 도쿄올림픽에서 2m35로 한국 육상 트랙&필드 사상 최고 순위인 4위에 오르며 혜성같이 등장한 우상혁은 그동안 한국 육상의 역사를 새로 써왔다.
지난 2월 6일 체코 후스토페체 실내 대회에서 2m36을 넘어 자신이 보유한 한국 기록을 경신했고 3월 20일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는 한국 최초로 세계실내육상선수권(2m34)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5월 14일에는 도하 다이아몬드리그에서도 2m33으로 우승하며 한국 육상 최초 다이아몬드리그 우승자에 이름을 올린 우상혁은 이번 대회에서도 은메달을 목에 걸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우상혁은 귀국현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주변에서) 역사를 썼다고 말씀해주시는데 조금 얼떨떨하다. 기분은 항상 좋다"며 "은메달 딴 것이 (한국) 최초 타이틀이 됐는데 금메달이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아쉽긴 하지만 만족한다. 후회는 없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 대회에서 우상혁은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니었다. 예선을 공동 1위로 통과했지만 결승에서 다소 주춤했다. 2m33을 돌파할 때 1, 2차 시기에서 모두 실패한 뒤 3차 시기에서 간신히 성공시켰고 이어진 2m35에서도 1차 시기에서 실패한 후 2차 시기에서 뛰어넘었다.
그는 "미국에 넘어가 준비하는 과정에서 힘든 과정이 있었고 몸 상태가 생각보다 좋은 편이 아니었다"며 "초반에 2m30까지 뛸 때는 몸이 괜찮다 생각했는데 그 이후 오늘 몸이 무거운 편이다라는 느낌이 왔다. 평소에도 빨리 몸 상태를 인정해야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라서 2m33을 뛸려고 준비했을 때 걸리더라도 내가 원하는 동작, 후회없는 마인드와 생각을 가지고 뛰자는 생각이었다 그런 마음 덕분에 (2m35) 3차 시기를 넘어간 것 같다"고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우상혁은 이어진 2m39 1차 시기와 2차 시기에서는 모두 아쉽게 실패했다. 그는 "몸 상태가 좋지 않았는데도 2m35를 넘었고 2m39를 뛰었다. 그런 것에 비하면 좋은 수확이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높이뛰기의 '1인자' 바심은 이번 대회에서도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이며 결국 금메달을 따냈다.
우상혁은 "바심이 이를 갈고 나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도 이를 갈았지만 경력이나 경험치에서 제가 부족한 부분이 있다. 보완해야 할 부분도 있고. 그 부분에서 경기 끝나고 봤을 때 아직도 제가 미흡하구나 인정을 했다. 바심은 확실히 이번 시합 때는 몸이 가벼웠다. 그런 부분에서 제가 지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바심은 메이저 대회와 다이아몬드리그도 많이 뛰었고 지금은 출전 횟수를 줄이고 있다. 이에 비해 저는 메이저대회도 많이 안 뛰었고 이제 출전횟수를 늘리고 있다. (출전횟수가) 비슷해진다면 이제 (바심과) 동등한 입장이 될 것이다. 시합을 많이 뛰다 보면 자연스럽게 제가 원하는 동작과 기술도 만들어 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우상혁은 국내 팬은 물론 미국 현지에서도 많은 응원을 받았다. 우상혁이 도약하기 전 관중석에 있는 모든 관중들은 '우(우상혁의 성)'를 연호했다.
우상혁은 "(응원소리)를 들었을 때 모든 관중들이 '나를 미뤄주고 있구나', '내가 넘었으면 하는 바람이 크구나'라는 것을 느꼈다. 높이뛰기 하기를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다. 대한민국을 대표해서 나가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꼈고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됐다. 기분이 너무 좋았다. 저의 이름을 해외에도 각인시켜서 정말 뜻 깊은 날이었다"고 환하게 미소를 보였다.
우상혁은 곧 전역을 앞두고 있다. 그는 이에 대해 "군 생활을 하며 기록이 더 좋아졌지만 전역을 하게 된다면 더 편안한 환경에서 훈련을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해 폭소를 안기기도 했다.
이번 주까지 휴식을 취할 것이라는 우상혁은 이후 곧바로 다시 도약할 준비를 할 예정이다. 다음 달 10일 모나코, 26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리는 다이아몬드리그에 출전할 계획이며 9월 7일과 8일에는 스위스 취리히에서 진행되는 2022년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시리즈에 출전해 정상을 노린다.
그는 "일단 큰 숙제는 마쳤다. 부담도 줄었다. 이제는 압박감을 조금 내려놓고, 세 번의 다이아몬드리그에 출전할 생각이다. 가볍게 뛰면 오히려 더 좋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앞으로의 선전을 약속했다.
이어 우상혁은 "내년 3월 난징 세계실내육상선수권, 8월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에 출전해 올해 놓친 '같은 해 실내와 실외 세계선수권 우승'에 도전할 생각이다. 2024년 파리올림픽에서도 당연히 금메달이 목표다. 2025년에는 도쿄에서 세계선수권이 열린다. 지난해 도쿄올림픽에서 4위에 그쳐 아쉬웠는데,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도쿄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다짐했다.
마지막으로 우상혁은 "국민 여러분께서 응원을 정말 많이 해주셔서 힘이 났던 것 같다. 컨디션이 안 좋았는데도 응원을 많이 받아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며 "앞으로도 많이 관심을 가져주시고 응원해주시면 저 또한 많은 우승과 금메달로 보답하겠다. 응원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팬들에게 진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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