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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논란→부당해고까지, 멍든 드라마계 [ST상반기결산]
작성 : 2022년 07월 04일(월) 07:00

태종 이방원, 우리는 오늘부터, 미남당 / 사진=각 드라마 포스터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2022년 상반기 다양한 작품들이 시청자들을 웃고, 울리는 데 성공했다. 다만 하나의 드라마가 안방극장에 도달하기까지 수면 밑에서 벌어진 다사다난한 사건사고들이 따라붙었다.

최근 드라마판에서 벌어진 사건사고들은 '상도덕의 부재'였다. 배우와 시민들 간의 갈등부터, 방송사와 방송사까지 크고 작은 갈등들이 벌어졌고, 이는 고스란히 시청자들에게도 전해졌다. 더 나은 작품을 탄생시키기 위한 고비라기엔 때론 시청자들에게 피로감을 안겨줬다.

마스크걸, 찌질의 역사 / 사진=넷플릭스, 김풍 공식 SNS


◆'태종 이방원'→'마스크걸', 방송가 갑(甲) 논란

KBS1 대하드라마 '태종 이방원'은 촬영에 동원됐던 말이 사망하며 동물 학대를 비롯한 촬영 갑질 논란에 휘말렸다. 지난 1월 동물 자유연대 측은 공식 SNS를 통해 '태종 이방원'의 촬영 현장 영상을 공개했다. 공개된 영상 속에선 낙마 장면 촬영을 위해 고의로 살아있는 말의 다리를 와이어로 걸어 넘어뜨리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논란이 지속되자 KBS는 공식 사과했으나 해당 말이 촬영 약 일주일 후 사망한 사실이 드러나며 비난은 더욱 거세졌다. '태종 이방원'을 비롯해 과거 KBS2 드라마 '정도전' '연모' 등의 낙마 장면에서도 비슷한 연출이 사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함께 방송사와 제작사가 동물을 생명이 아닌 소품처럼 사용했다는 지적과 방송가에 동원되던 동물 촬영 장면이 명백한 동물학대이자 방송사의 갑질이라는 비난이 이어졌다.

이후 KBS 측은 "생명 윤리와 동물 복지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출연 동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제작 가이드라인 조항을 새롭게 마련했다"며 향후 동물이 동원된 촬영 장면에 대한 개선을 약속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스크걸'은 민폐 촬영 논란으로 촬영 팀의 갑질 논란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한 누리꾼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마스크걸' 촬영 팀이 늦은 시간 주택가에서 소음을 일으키거나 쓰레기를 무단 투기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마스크걸' 측은 스포츠투데이에 "촬영 준비 기간에는 관련 공지문 등을 통해 촬영 장소와 내용, 일자, 시간을 안내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불편을 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리며, 향후 보다 세심한 현장 관리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사과했다.

새 드라마 '찌질의 역사'도 마찬가지였다. 한 누리꾼은 '찌질의 역사' 촬영팀이 자신의 자택 앞에 주차를 했고, 이에 대한 항의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촬영을 이어갔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찌질의 역사' 측은 "제작진은 평소 주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을 해왔지만, 촬영 과정에서 좀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못한 점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를 드린다"며 당사자에게 직접 사과했음을 밝혔다.

이 같은 상황 탓에 '촬영이 벼슬'이라는 비난이 이어졌다. 시민에게 협조를 구하는 것이 아닌, 촬영팀이 우위에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는 지적에서 나온 의미다. 이에 더해 동물 학대 논란까지 휩싸이며 드라마 촬영을 위한 행위들이 소위 '갑질'에 가깝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우리는 오늘부터, 닥터 로이어 / 사진=각 드라마 포스터


◆'우리는 오늘부터'·'닥터로이어', 시작부터 겹치기 편성 논란

지난 5월 첫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우리는 오늘부터'와 지난달 첫 선을 보인 MBC 금토드라마 '닥터 로이어'는 시청자들과 만나기 전부터 겹치기 편성 논란으로 한차례 떠들썩해졌다.

앞서 SBS는 '사내맞선' 종영 이후 빈자리던 월화극에 '우리는 오늘부터'를 긴급 편성했다. 금토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후속작이었던 '소방서 옆 경찰서'가 故 이힘찬 PD 사망사건 규명을 위한 노사공동조사위원회 조사로 촬영이 중단되며 당초 월화극 예정이었던 '어게인 마이 라이프'가 금토극으로 이동한 탓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월화극 후보였던 '왜 오수재인가'는 촬영 일정이 원활하지 못해 SBS는 OTT 공개를 예정했던 '오늘부터 우리는'을 월화극으로 내밀었다.

문제는 주연 배우 임수향이었다. 임수향은 당초 5월 27일 첫 방송 예정이었던 '닥터 로이어'에서도 주연을 맡았다. SBS가 '우리는 오늘부터'를 5월 새 월화극으로 내밀면서 '주연 배우 겹치기 편성'을 빗겨가기 어렵게 됐다.

가장 곤혹스러운 것은 MBC 였다. MBC 측 관계자는 스포츠투데이에 "당사는 임수향 배우 캐스팅 당시 '닥터로이어'의 방영 일정을 이미 배우에게 고지했고 대외적으로도 확정했다"며 "한마음 한뜻으로 '닥터로이어' 촬영을 하던 차에 타 드라마의 갑작스러운 채널 및 편성 일정 확정 소식을 듣게 돼서 임수향 배우 못지않게 우리도 당황스러운 상황"이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다만 SBS 측은 "4월 예정작이었기에 타 드라마의 편성 및 겹치기 출연에 대해선 사전에 전혀 알지 못했다"며 "타 드라마와 첫 방송일, 방송 요일, 시간, 작품 소재도 전혀 다르기 때문에 문제없을 거라 생각한다"는 입장이었다.

이로 인해 주연 배우 임수향만 곤란한 처지에 놓였다. 애초에 방송사 간 겹치기 편성을 피하는 것은 상도덕이자 오랜 관례다. 시청자들의 몰입을 저해하지 않고, 출연 배우를 비롯한 스태프들의 촬영 일정을 원활하게 운영하기 위한 방식이다.

그러나 SBS의 겹치기 편성으로 결국 MBC는 예정했던 편성 시기보다 늦은 6월 초로 첫 방송 일자를 미뤘다. 현재 '우리는 오늘부터'는 종영한 상태며, '닥터로이어'는 목하 방영 중이다. 이로 인해 시청자들은 방송사 간 서늘한 편성 갈등을 적나라하게 접한 사례가 됐다.

미남당 / 사진=드라마 포스터


◆스태프와 제작사의 갈등, '미남당' 부당해고 사태

지난달 27일 첫 선을 보인 KBS2 월화드라마 '미남당'은 방영 전부터 스태프 부당해고 논란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 방송스태프지부 조합원들은 '미남당' 측이 불법 제작을 강행한다고 주장하며 이들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해당 자리에서 조합원들은 "드라마 '미남당' 스태프들이 근로기준법 준수를 요구했다는 이유로 해고당했다"며 "2018년~2019년 특별근로감독을 통해 드라마 스태프드 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이 인정되었음에도 제작사는 정부 지침을 무시하고 법을 위반하며 촬영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미남당' 측에 한 주에 12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근로시간을 연장할 것을 요구했다.

다만 '미남당' 제작사는 다른 입장이다. 이들은 "스태프들과 합의하에 업무위탁계약을 체결했고, 계약서의 내용대로 주 52시간을 준수하며 촬영을 진행했다"며 "계약서 내용에 따른 지금까지 제작기간 23주 동안의 평균 촬영 시간은 주당 약 39시간이었고, 가장 적게 촬영한 주의 촬영 시간은 약 25시간이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미남당' 측은 코로나19 이슈로 인해 촬영이 딜레이 되며 계약서에 명시된 촬영 일자보다 미뤄졌고, 이로 인해 촬영 기간과 스태프들의 계약을 연장해야 하는 사태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들은 "일부 스태프들이 새로운 조건을 요구하며 재계약에 동의하지 않았다"며 "일부의 주장처럼 '제작사'에서 일방적으로 계약해지 즉, 해고를 통보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첫 방송 전부터 시작된 이들의 갈등은 방영이 시작됐음에도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러한 논란으로 인해 '미남당'을 향한 관심이 집중됐으나, 이들은 제작발표회에서도 이같은 논란에 대한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드라마 제작 환경을 둘러싼 방송 스태프들의 처우 개선 목소리는 비단 이번뿐만이 아니다. 이들은 꾸준히 계약서 미작성, 초과 근무, 저임금 등의 문제에 대해 호소해왔으나 현재까지 확연히 해결된 점은 없다. 근로 기준법 적용상 주 52시간 노동이 원칙이나 불규칙한 촬영 스케줄과 현장 상황 등 탓에 이또한 원활하지 않다.

표면 위로 드러난 '미남당' 사태는 현재의 열악한 방송 제작 상황을 보여주는 예다. 이러한 논란 탓에 시청자들 역시 온전히 드라만을 즐기고, 소비하긴 어렵다.

건강한 제작 환경에서 건강한 드라마가 탄생한다. 재미만이 소비 이유의 전부였던 '아묻따(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시청층은 없다. 시청자들은 각 드라마가 가진 이슈에 더욱 기민하게 반응하게 됐다. 시청자가 영리해진 만큼, 각 작품과 방송사 역시 촬영장 안팎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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