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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 스며들어 번지는 사랑 [무비뷰]
작성 : 2022년 06월 28일(화) 20:50

헤어질 결심 개봉 / 사진=영화 포스터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천천히 아로새겨진다. '헤어질 결심'이 그렇다. 에둘러 표현하는 사랑의 깊이가 마음속 깊이 여운을 남긴다.

영화 '헤어질 결심'(감독 박찬욱·제작 모호필름)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박해일)이 변사자의 아내 서래(탕웨이)를 만나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다.

해준은 산 꼭대기에서 추락해 사망한 변사 사건을 맡게 된다. 그러나 사망자 아내 서래는 죽은 남편을 보고도 슬퍼하지 않는다. 더욱이 사고 현장 사진을 보고도 웃는 서래는 몸 곳곳에서 가정폭력으로 짐작되는 상처들로 인해 피의자로 의심받게 된다.

해준은 형사로서 그런 서래를 끊임없이 관찰하고, 의심하며 뒤를 쫓는다. 그러다 서래에게 사랑을 느끼고, 결국 서서히 붕괴된다.

이포로 전근 가게 된 해준은 서래를 다시 만나 또다시 일렁이는 사랑을 느낀다. 인연이 계속되는 두 사람의 끝은 해피엔딩일까.

헤어질 결심 스틸컷 / 사진=


'헤어질 결심'은 해준과 서래의 사랑을 은근하게 표현한다. "사랑한다"는 직접적인 고백 없이도 눈빛, 숨소리만으로 두 사람이 사랑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해준이 서래와의 첫 만남에서 아무 말 없이 빤히 쳐다보고, 망원경으로 서래의 집을 지켜보는 등 해준의 시선은 늘 서래에게 향한다. 서래 역시 불면증에 시달리는 해준을 위해 그와 숨소리를 맞춘다.

경찰로서 품위를 지켜온 해준은 서래로 인해 '부서지고 깨지게' 된다. 이 과정은 관객들로 하여금 서서히 빨려 들게 만든다. 최연소 경감이란 자긍심으로 늘 완벽하게 일을 처리했던 해준이다. 그는 자긍심이 곧 경찰의 품위라고 생각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피의자 조사를 받는 서래에게 고급 초밥을 사주고, 끼니를 챙겨주고, 그 대신 일까지 맡아준다. 이는 해준의 마음속에 서래가 서서히 사랑으로 자리 잡아 간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결국 해준이 "나는 붕괴됐다"고 말하는 순간, 그의 사랑이 얼만큼이었는지 짐작하게 된다.

해준과 서래를 각각 연기한 배우 박해일과 탕웨이의 호흡은 긴밀했다. 직접적이진 않지만,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 안에는 사랑이 존재한다. 탕웨이의 서툰 한국어는 그마저도 서래의 은근한 감정을 전달하기 충분했다. 탕웨이를 만나고 대본을 집필했다는 박찬욱 감독의 말처럼, 서래는 탕웨이 그 자체였다. 박해일은 그런 탕웨이에게 휘말려 드는 감정의 고저를 서서히 보여준다. 그는 도덕적 관념이 무너지는 순간까지 호흡을 이끌어낸다.

이 모든 건 박찬욱 표 연출 방식이 몰입도를 끌어올린다. 관찰자 입장에서 바라보게 만드는 카메라 구도, 산과 바다를 통해 표현되는 인물들의 감정, 안개 낀 이포라는 가상의 공간과 노래 '안개'는 '헤어질 결심'의 이야기를 채운다.

박찬욱 감독은 강렬했던 전작과 달리 담백한 어른들의 사랑 이야기를 그리고 싶다고 했다. '헤어질 결심'은 이를 증명했다. 강렬하지 않아도 충분히 박찬욱스러운 멜로극이었다. 29일 개봉.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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