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분명한 사명 하나. 우리는 이 땅에 괴롭기 위해 불행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오직 행복하기 위해 태어났다는 것. 모두 행복하세요!"라는 메시지와 함께 '우리들의 블루스'가 막을 내렸다. 애초에 해피엔딩도, 새드엔딩도 없는 완벽히 꽉 닫힌 결말이었다.
12일 tvN 토일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극본 노희경·연출 김규태) 최종회가 방영됐다. '우리들의 블루스'는 삶의 끝자락, 절정 혹은 시작에 서 있는 모든 사람들의 달고도 쓴 인생을 응원하는 드라마다.
이날 이동석(이병헌)은 과거 강옥동(김혜자)에게 받은 상처를 털어놓으며 "나한텐 미안한 거 없냐, 어떻게 나한테 미안한 게 없어"라고 분노했다. 이에 강옥동은 "미안한 거 많다. 네 어멈은 미친X이다. 미치지 않고서야 바다 무서워하는 딸을 물질시켜 처죽이고, 그래도 살겠다고 아무랑 붙고. 그저 자식이 세 끼 밥만 먹으면 사는 줄 알았지"라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강옥동의 고백으로 마음이 녹은 이동석은 막무가내로 한라산 백록담을 보겠다는 강옥동의 요구로 등산에 나섰다. 이동석의 설득으로 강옥동은 하산했지만, 이동석은 그에게 보여줄 백록담 사진을 찍기 위해 정상으로 향했다.
그러나 기상악화로 입산이 통제되자 이동석은 대신 영상편지를 남기며 "나중에 눈 말고 꽃 피면 오자. 엄마랑 나랑 둘이. 내가 데리고 올게. 꼭"이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집으로 돌아온 이동석은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민선아(신민아)와 마주했다. 강옥동은 민선아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동석이가 착하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자고 가라"는 권유를 만류한 뒤 홀로 자신의 집으로 왔다.
다음날 아침 강옥동은 이동석이 먹고 싶다던 된장찌개를 끓여놨다. 이어 집에 온 이동석은 된장찌개를 먹으려던 중 강옥동이 세상을 떠났다는 걸 알게 됐다. 이동석은 내레이션을 통해 "난 평생 어머니 이 사람을 미워했던 게 아니라, 이렇게 안고 화해하고 싶었다는 걸. 난 내 어머니를 이렇게 오래 안고 지금처럼 실컷 울고 싶었다는 걸"이라고 고백했다.
"산 놈은 산다"는 말처럼, 강옥동이 떠나고 푸릉마을의 일상은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 이동석을 응원하기 위해 체육대회를 찾은 민선아는 푸릉마을 일원으로 받아들여지며 막을 내렸다.
지난 4월 포문을 연 '우리들의 블루스'는 노희경 작가의 신작으로 주목받았다. 여기에 배우 이병헌, 엄정화 등의 라인업은 물론, 비인두암 투병 후 안방극장으로 복귀한 김우빈과 공개 연인 신민아의 동반 출연 등으로 더욱 이목을 모았다. 뚜껑을 열어본 '우리들의 블루스'는 당초 7.3%(닐슨코리아, 이하 유료 가구 기준)으로 출발해 12%대 시청률을 돌파하며 화제를 모았다.
무엇보다 '우리들의 블루스'가 가진 무기는 무해함과 따뜻함이었다. 우리네 인생사를 각 15인의 인물에 투영시키며 때론 공감을, 때론 위로를 안겼다. 특히 아방 정인권(박지환)이 아들 정현(배현성)을 향해 "너는 아무것도 없는 나한테 세상 그 어떤 것보다 자랑이었다"는 부성애 대사를 비롯해 이동석이 우울증으로 인해 남편과 이혼해 좌절하는 민선아에게 "이렇게 등만 돌리면 다른 세상이 있다"고 위로하는 대사는 노희경 작가의 진면목이 드러나는 부분이었다.
이같은 옴니버스 형식으로 진행되는 극의 특성상 시청자들은 각각의 에피소드를 통해 자신들의 첫사랑, 부모님, 형제자매들을 떠올리며 시고 달고 쓰고 떫은 인생 이야기에 녹아들었다.
배우들의 호연도 빛났다. 특히 말기암 환자인 엄마 강옥동과 아들 이동석의 '옥동과 동석' 에피소드는 애증의 관계인 모자 사이를 현실적이게 그려내며 자체 최고 시청률을 달성했다.
여기에 청각장애 배우 이소별과 다운증후군 배우 정은혜의 출연도 주목받았다. 푸릉마을 오일장에서 커피를 파는 별이 역의 이소별은 수어와 대사를 함께 사용하며 열연했다. 정은혜는 극 중 이영옥(한지민)에게 아픈 손가락이었던 다운증후군 쌍둥이 언니 이영희 역을 맡았다. 이를 통해 장애인의 가족으로서 삶을 여실히 그려내며 공감을 얻었다.
'우리들의 블루스'는 끝까지 따뜻한 드라마였다. 악인 없던 '우리들의 블루스'는 우리의 삶에 벌어지는 좌절의 순간에도 불구하고 행복해야 할 차고 넘치는 이유를 알려줬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