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익숙한 듯 낯선 얼굴이다. 박훈정 감독이 보여준 거울 속엔 서은수 조차 몰랐던 자신의 새로운 자아가 있었다.
서은수는 4년 만에 돌아온 '마녀(魔女) Part2. The Other One'(감독 박훈정·제작 스튜디오앤뉴, 이하 '마녀2') 속 새로운 캐릭터 조현으로 합류했다. '마녀2'는 초토화된 비밀연구소에서 홀로 살아남아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 소녀(신시아) 앞에 각기 다른 목적으로 그녀를 쫓는 세력들이 모여들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액션 영화다. 지난 2018년 개봉한 영화 '마녀'의 속편으로 15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두 번째 이야기로 돌아온 '마녀' 시리즈는 한층 풍성해진 캐릭터들과 확장된 세계관으로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그중 한 인물이 바로 서은수가 연기한 본사 요원 '조현'이다. 조현은 군인 출신으로, 언행에 거침이 없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서은수는 트레이드 마크였던 긴 생머리가 아닌, 층을 내 거친 이미지를 앞세웠다.
이에 대해 서은수는 "지금은 머리를 좀 기른 상태지만 작품을 촬영할 땐 층을 다 쳤었다. '조현이라면 어떤 머리를 가질까' 고민하다가 감독님께 말씀드리고 조금 더 잘랐다"며 "얼굴도 별로 까만 편이 아니라 약간 흑설탕 빛으로 피부톤을 낮춰서 분장해주셨다"고 비하인드를 밝혔다.
외적인 부분부터 앞서 서은수가 작품을 통해 보여줬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서은수 역시 "원래 도전하는 걸 좋아하기도 했고, 다른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는 갈증이 있었다"며 "그 타이밍에 조현을 제의받았고, 제가 안 할 이유는 없었다"고 말했다.
'마녀2' 대본을 다 읽고 나서야 자신이 조현임을 알게 됐다는 서은수는 "한국에서 이 정도 규모의 영화가 나올 수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동시에 조현을 누가 맡을지 너무 궁금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조현이 군인 출신이다 보니 감독님이 화장을 아예 안 했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 대신 얼굴에 흉터 분장을 했고, 그을린듯한 피부톤에 거친 가죽 잠바를 입었다"고 설명했다.
서은수에게 '마녀2'는 운명 같은 작품이었다. 전신이 되는 전편 '마녀1'의 광팬이었다는 서은수는 "팬의 입장에서 '마녀1'을 정말 많이 봤다. 그때 한 인터뷰에서 ''마녀1' 같은 액션을 해보고 싶어요'라고 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캐스팅이 됐다"며 "전편 흥행으로 인한 부담감은 없었다. 그런 것보단 감독님이 글로 표현해주신 조현이 너무 멋있고 매력적이라서 그걸 제가 더 멋있고, 입체적으로 그려낼 수 있을까 궁금했다. 감독님의 선택이 맞다는 걸 증명해내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마녀2 서은수 인터뷰 / 사진=하이스토리디앤씨 제공
언론배급 시사회를 통해 마침내 완성된 '마녀2'를 보게 된 서은수는 "일단 너무 놀랐다. 대본에서 봤던 그 이상으로 감독님이 멋지게 연출해주셨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이 정도 CG 기술이 발전하고, 이런 세계관이 열릴 수 있더라. 저희를 'K-어벤저스'라고 불러주시던데 그 시작이 된 것 같아서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무엇보다 '마녀' 시리즈의 관전 포인트는 액션에 있다. 비범한 캐릭터들이 펼치는 초현실 액션은 이미 '마녀1'에서 입증된 바 있다. 이어 돌아오는 '마녀2'에선 한층 더 화려한 액션을 예고하고 있다.
이로 인해 서은수 역시 수많은 액션신을 소화해야 했다. 서은수는 "한 달가량 액션 스쿨을 다니고, 다른 배우들과 함께 근력 운동을 했다. 뛰고, 구르고, 낙법부터 태권도 등 기초 훈련들을 받고 촬영이 다가오면서부터는 합을 조금씩 맞췄다"며 "제주도에 내려가서는 매트 하나를 챙겨서 매일 한 시간 가량 꾸준히 운동을 했다. 톰 역의 저스틴 하비와 함께 제주도 헬스장을 등록해서 강도 높은 운동을 매일 했었다"고 회상했다.
군인 출신 캐릭터인 만큼 체력은 아무리 길러도 부족했다. 서은수는 "체력이 더 생겨야 무거운 총을 들고 버틸 수 있었다"며 "제주도에 가면 먹을 게 그렇게 많은데도 저는 포트기에 물을 끓여서 세면대에 닭가슴살을 넣고 중탕해 먹었다. 제가 얼굴살은 빼고, 몸은 키워야 했다. 제주도에선 따로 PT 선생님이 계시던 게 아니라 저 혼자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마녀2 서은수 인터뷰 / 사진=하이스토리디앤씨 제공
새로운 캐릭터에 대한 도전은 설렘과 함께 걱정이 동반되기 마련이다. 그런 서은수를 붙잡아준 것은 박훈정 감독이었다. 서은수는 "현장에서 감독님은 굉장히 디테일하시다. 소품 하나하나 섬세하시고, 제가 조현이 되고, 캐릭터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집중하게 해 주셨다"며 "저뿐만 아니라 배우 한 명 한 명 놓치는 사람이 없으셨다. 감독님에겐 그냥 넘어가는 신이 없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마녀' 유니버스에 대한 만족감은 자연스럽게 속편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질 터다. 서은수는 "(새 시즌에 대한) 기대감은 많다. '마녀' 시리즈 팬으로서 2탄이 잘 돼야 3탄이 나온다"며 "절대 극장에서 보셔야 한다. 많은 분들이 사랑과 관심을 주셔야 새로운 세계관이 열린다"고 장난스럽게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은수는 "감독님은 어떻게 그 세계관을 다 생각하실까 싶다. 이야기가 뻗쳐나가는 게 무궁무진하다"며 "우리나라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는 것도, 제가 거기에 함께 했다는 것도 너무 좋다"고 덧붙였다.
또한 서은수는 "현재 개봉작 중 '범죄도시2'가 너무 잘 되고 있지 않냐. 그만큼 저희 영화도 관심 가져주시고, 꼭 극장에서 봐주셨으면 좋겠다"며 "배우들끼리도 조심스럽게 '몇만 이상 갈까'라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아울러 서은수는 "'마녀2'는 저에게 있어 또 다른 자아를 찾게 해 준 작품이다. 감독님이 저의 또 다른 얼굴을 발견해주셨고, 저도 그 얼굴을 보게 됐다"며 "스스로 제 한계를 뛰어넘어보고자 도전한 작품이어서 너무 뜻깊다"고 이야기했다.
끝으로 서은수는 "올해는 제 20대의 마지막이라 화려하게 보내고 싶다. 관객분들에게 '이런 것도 잘하는 친구구나'라며 저를 '조현 그 자체'로 봐주셨으면 좋겠다"며 "'어떤 드라마 속 누구' 보다는 '마녀2'를 통해 '조현'으로만 기억해주시길 바란다"고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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